피해자, 목격자, 신고자, 낙오자

by 정글월

사유지 '우토란트'



피해자, 목격자, 신고자, 낙오자




“네, 정수호입니다. 네, 형사님도 잘 지내셨죠?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네? 정말요? 알겠습니다.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조형구 형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은,

사건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인 젊은 여성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정수호가 애타게 찾았던 피해자 - 젊은 여인은 그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로 인하여 한참 동안 공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낮 시간, 그녀가 버스를 타고 공원 옆을 지나던 중 정수호가 걸어놓은 현수막을 발견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며칠을 망설이다가 오늘 경찰서 형사계로 전화를 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피해 여성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그 피해 여성이 경찰서 형사계 당직팀 사무실에 출석을 해서 진술을 하려고 하니, 정수호도 출석하여 얼굴을 확인하고 추가 진술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정말 반가운 전화였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전화였다.

자신이 공부하던 경찰대학에서는 이미 징계가 끝난 후였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그 전화가 온 것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정수호가 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막 경찰서 정문을 통과하려고 할 때였다.

경찰서 정문 안내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의무경찰 대원이 나와서 정수호에게 경찰서를 방문하는 용건이 무엇이고 어디를 가는지 물었다. 임무에 충실한 대원이었다.


사건과 관련하여 담당 조형구 형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형사계 당직팀 사무실에 출석하는 것이라고 정수호가 말하자 의무경찰 대원은 정수호를 통과시켜 주었다.


정수호가 경찰서 형사계 당직팀 사무실에 들어가자, 조형구 형사가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안녕하세요, 형사님.”

정수호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정수호 씨. 그동안 잘 지냈나요? 여기 이 분이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여성분이라고 합니다. 맞나요?”

조형구 형사가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젊은 여성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그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김수진입니다. 제가 너무 늦게 연락을 드린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젊은 아가씨가 정수호를 보며 인사를 했다.


“아! 네, 맞네요. 그때 공원에 계셨던 여자분이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연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일찍 연락을 주셨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인사를 하는 정수호는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도 말끝을 흐리며 아쉬운 듯 말했다.


“왜요? 무슨 일 있었나요? 혹시….”

조형구 형사가 정수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 퇴학처분… 받았습니다… 사건은 검찰에서 법원으로 넘어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검찰에서 양쪽 모두 기소하겠다며 법원으로 기록이 넘어갈 것이라고 전화가 왔었거든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대학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이미 저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게 더 큰 문제죠. 퇴학이요.”

정수호는 초연한 듯 담담하게 말을 했다.


“아니, 경찰대학에서 벌써 징계 조치를 끝냈어요? 허허! 이거 참! 아니 법원에서 판결도 나기 전에 벌써 징계를 끝내다니… 그것도 퇴학을?”

조형구 형사가 놀랍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수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조형구 형사와 정수호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수진이 정수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죄송하지만 경찰대학 학생이시라고요? 그리고 저를 도와주신 것 때문에 대학에서 퇴학을 당하셨다고요?”

“예, 그때 그 일로 대학에서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 중에서 최고 수위 징계인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정수호가 김수진을 보며 덤덤하게 대답을 했다.


“어머, 정말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현수막을 보고, 또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큰 용기를 내서 전화를 드린 것인데, 그런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면 더 일찍 경찰서로 연락을 드렸을 텐데요. 정말 죄송합니다.”


김수진은 정말 미안하다며 정수호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흥분한 어조로 말을 했다.


“제가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그런데요. 제가 불량배들에게 범죄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이 분이 도와주셨는데, 상을 받아야 될 사람을 무슨 이유로 퇴학을 시켰다는 것인가요? 제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가 안 돼서요. 제가 볼 때는 이 분의 행동은 정당방위 내지는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 분이 비록 불량배들을 폭행하기는 했지만, 그 폭행은 범죄로부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행한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정당방위가 맞는 거잖아요.”

김수진은 정수호와 조형구 형사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김수진 씨, 흥분하시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 있는 정수호 씨를 도와주려면 얼른 의자에 앉아서 사건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진술을 해 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게 더 급하거든요. 당시 정수호 씨가 어떻게 김수진 씨를 도와주게 되었는지, 상대방인 세 남자는 김수진 씨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등을 자세히 진술해 주셔야 제가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술조서와 수사보고서 등 수사서류를 검찰에 추가로 빨리 보내야 합니다. 그러면 검찰에서는 그것을 법원에 다시 보내서 정수호 씨에 대해서 법원 판사가 판결을 할 때 정상참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빨리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당시에는 피해자인 김수진 씨의 존재 자체가 입증이 되지 않았고, 정수호 씨의 상대 피의자인 세 명의 남자들은 정수호 씨와의 싸움만 일관되게 말했을 뿐, 실제적인 피해자인 여성 즉 김수진 씨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정수호 씨가 지어낸 것이라고 진술했어요. 그래서 김수진 씨의 피해자 진술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조형구 형사가 진행 절차와 이유에 대해서 김수진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이 분을 도와드릴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때 이 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량배 세 놈에게 제가 무슨 짓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인데요.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 그대로 모두 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수진은 조형구 형사 책상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으며 말했다.


의자에 앉은 김수진은 조형구 형사에게 사건 당시에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모두 설명하였고, 조형구 형사는 그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서 김수진에게 확인을 하였다.


“김수진 씨의 진술을 정리해 보면, 당시 불량배 녀석들이 김수진 씨를 상대로 성희롱을 하였고, 뜬금없이 택시비를 빌려달라고 하는 등 공갈의 혐의도 있었고, 또 말을 듣지 않으면 해코지를 하겠다고 하는 등 협박도 했었네요. 맞나요?”


“예, 맞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당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하여 김수진 씨에 대해서 피해자로서 진술조서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난 후에 정수호 씨와 같이 앉아서 대질하여 조사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수호 씨는 저쪽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조형구 형사가 두 사람에게 조사하는 방식을 설명해 주었다.


정수호는 사건과 관련하여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김수진에 대한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중간에 정수호와 대질하여 조사를 하는 형식으로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것이 시간도 아끼고 객관적이며 현실감 있는 피해자 진술조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당시 피해자를 도와준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정수호가 맞는지 등을 즉시 확인하며 진술조서를 작성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진행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조형구 형사가 설명했다.


피해자 김수진의 진술은 이랬다.


그녀는 사건 발생 당시에 공원을 걸어서 지나고 있었다.

그 공원은 그녀가 평소에도 가끔 산책을 하러 나오던 장소였고, 운동을 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자주 있어서 어두운 밤이라고 해서 특별히 위험하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수진은 운동도 할 겸 걸어서 공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했던 그 장소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불량스러운 모습의 세 남자와 마주쳤다. 그녀를 본 세 명의 남자들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예쁘다, 몸매 좋다’ 등 희롱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들을 무시하고 계속 가던 길을 가려고 하였으나,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험상궂은 남자가 갑자기 김수진의 앞을 가로막으며 생뚱맞게도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백을 잡아당겼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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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월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꿈 많던 학창시절에 시, 수필, 소설 등을 끄적이며 작가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객기를 부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야 진짜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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