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호도 인근 국밥집에 들어가서 순대국밥을 시켜 먹은 후 입소 시간에 맞춰 훈련소에 들어갔다.
신병훈련소 정문을 넘어 들어간 순간, 이제부터 정수호의 소속은 국방부였다.
육군 신병훈련소에서는 6주 동안 훈련을 받는다.
제식훈련과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데, 체력검정에서 특급을 받았던 정수호에게는 힘들게 느껴지는 훈련은 아니었다.
훈련 1주 차에는 전투복과 전투화 등 보급품을 지급받은 후 체력측정, 정신교육, 제식훈련 등을 진행했다.
2주 차에는 총기수여식과 사격술훈련, 영점사격훈련, 사격, 화생방훈련 등이 진행되고, 3주 차와 4주 차에는 수류탄 투척훈련과 구급법, 각개전투, 레펠훈련, 20km 야간행군 등의 순서로 신병 훈련이 진행되었다.
신병훈련소 입소 후 개인별 전투복(사실은 작업복 수준)을 지급받으면, 사회에서 입고 왔던 사복과 신발을 포장하여 집으로 소포로 보내면서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써서 함께 동봉하여 보내는 순서가 있었다. 보통 훈련소 입소 후 2~3일 이내에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정수호는 드디어 부모님께 자신의 현재 상황과 그렇게 된 이유 등 자초지종을 구구절절하게 편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입었던 사복을 어차피 집으로 보내야 했기에 이번 기회에 부모님께 사죄도 드릴 겸 안부도 전할 생각으로 편지를 쓰게 되었다. 막상 편지를 쓰려고 하니 그 편지를 받고 놀라실 부모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랐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께! 저 수호입니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먼저 이 편지를 받아보시고 놀라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정말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너무 놀라지 마시고 마음을 진정하신 상태에서 읽어주세요. 제가 입고 있던 옷들과 함께 동봉된 편지라서 더 놀라실 거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저에게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말씀드리려고 하니 진정하시고 읽어 주세요 … … '
정수호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사실 그대로 편지지에 자세히 적었다.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위로 임관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린 점이 제일 큰 후회로 남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범죄 현장에서 젊은 아가씨를 구한 자신의 행동 자체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하였다.
현재의 규칙과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러한 불합리한 규칙과 제도를 앞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정수호 자신이 키울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다고 썼다. 일단은 현재 자신의 역할과 본분에 충실하게 생활하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군 복무에 임하겠다고 썼다. 그리고 제대 후에는 당당히 사회의 일익을 담당하는 그런 일을 분명히 해 낼 것이라고 썼다.
사실 정수호의 현재 입장에서는 장래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고 시기상조였다. 그러나 자신을 걱정할 부모님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그 걱정을 덜어드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자신감 있는 어조로 편지를 쓴 것이었다. 자신의 젊음과 패기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부모님의 자랑이었고, 주위 친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장래가 촉망되던 경찰대생 정수호였다. 그랬기에 그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을 편지로 알려드리는 것이 부모님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주리라는 것을 정수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서 더욱 자신감 있는 어조로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편지가 발송이 된 지 3일쯤 되는 날 오후였다.
훈련병 내무실에서 보급품을 정리하고 있던 정수호에게 소대장의 호출이 있었다. 행정반으로 달려간 정수호에게 소대장이 말했다.
“정수호 훈련병! 너 부모님께 입대한다는 말씀도 안 드리고 입대한 거야?”
“예! 훈련병 정수호! 예, 말씀 못 드리고 왔습니다!”
“이 자식이~ 이거, 불효자구먼.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부모님께서 놀라셔서 여기 훈련소에 오셨다. 지금 PX 옆에 있는 면회실로 가 보도록 해라. 2시간 정도 면회시간을 주겠다. 2시간 후에는 내가 부모님을 한번 만나 뵐 테니 거기서 기다리도록 해라. 알겠나?”
“예! 훈련병 정수호! 알겠습니다! 지금 면회실로 가서 부모님을 면회하고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정수호는 면회실로 뛰어가는 동안 걱정되는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서로 뒤엉켜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 난해한 심정이었다. 경찰대학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들이 갑자기 까까머리 훈련병이 되어서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다면 과연 어느 부모가 멀쩡할 수 있겠는가.
정수호는 면회실로 가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면목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빠른 속도로 면회실로 달려가 어머니, 아버지를 껴안고 싶었다. 그 정도로 정수호의 속마음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어느새 정수호는 면회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면회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둘러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대화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이 약 100여 개가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딱 한 군데 유일하게 서서 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면회실 중앙쯤에 위치한 테이블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정수호의 부모님이었다. 정수호는 부모님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당연한 것이지만 무수히 많은 테이블 중에서 유독 정수호의 부모님만 앉아있지 않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수호는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어머니는 수호를 품 안에 안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도 역시 흐르는 눈물을 슬쩍 닦아내며 정수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서로를 끌어안고 한동안 서 있던 세 사람은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자리에 앉았다.
“수호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경찰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야 할 네가 어째서 여기 육군 신병훈련소에 있는 것이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수호의 어머니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어머니, 제가 보내드린 편지에서 이미 다 말씀을 드렸잖아요. 다 사실이에요. 제가 부모님께 편지를 쓰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모든 걸 다 사실대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전부 솔직하게 편지로 설명을 드린 거예요. 죄송해요 어머니, 아버지.”
정수호도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말했다.
“수호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에게 말을 했어야지.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서라도 해결할 방법을 찾아봤을 거 아니냐. 너 혼자서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니. 이 바보 같은 녀석아.”
정수호의 아버지도 눈물을 닦으며 안타깝다는 듯 정수오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경찰대학에서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졸업을 했으면, 여기 이곳 군대에 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깝고 분하기까지 하구나. 수호야, 왜 그렇게 미련하게 일을 키우고 우리한테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니? 엄마, 아빠가 너한테 그거밖에 안 되니? 엄마는 정말 수호 너한테 서운하다. 이 바보 같은 녀석아. 흑흑.”
정수호의 어머니는 답답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울음을 반쯤 목구멍으로 삼키며 말했다.
“죄송해요 어머니. 제 입장에서는 조그마한 개척교회를 어렵게 운영하시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돕겠다고 식당을 하시면서 아버지 목회활동까지 도와주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제가 그런 섣부른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 죄송해요. 어머니, 아버지. 그렇지만 이제 그만 잊어버리세요.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요. 제가 지금 여기 신병훈련소에 있는 것도 되돌릴 수 없어요. 제가 부끄러운 짓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인데요. 미국 같았으면 저는 아마도 영웅이 되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영웅이 되려고 한 것도 아니었어요. 도움이 필요한 젊은 아가씨에게 제가 도움이 되어 준 것이죠. 어머니, 아버지! 그 일은 이제 그만 잊으세요.”
정수호가 눈물을 손등으로 닦은 뒤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모님을 위로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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