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가 시작된 서남경찰서 강력 1팀 사무실에서는 박경호 형사가 두드리는 컴퓨터 키보드 소리가 나지막한 소리로 토독토독 들리고 있었다.
정수호 팀장도 자신의 의자에 앉아서 경찰 내부 형사사법시스템에서 사건과 관련된 수사보고서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용한 아침 분위기를 깨는 사무실 전화기의 벨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허공을 갈랐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네, 서남경찰서 강력 1팀입니다.”
박경호 형사가 전화를 받았다.
“예, 맞습니다. 그 사람은 저희 서남경찰서에서 전국에 지명수배 내린 사람인데요. 체포영장도 발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네? 정말요? 알겠습니다. 초동조치 잘 부탁드립니다. 현장보존 잘 되도록 조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팀장님과 과장님께 보고하고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박경호 형사는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팀장인 정수호를 바라보았다.
“박형사, 어딘데 그렇게 놀란 표정이야? 무슨 일이야?”
정수호가 물었다.
“팀장님! 지방에 있는 청남경찰서에서 온 전화인데요. 우리가 수배 내린 박상기가 죽었다고 합니다. 자동차가 절벽으로 떨어져 사망했다고 하는데요. 어이가 없네요.”
“뭐? 박상기가 죽었다고? 허, 이거 참! 정말 당황스럽네. 이게 무슨 일이야? 여하튼 빨리 내려가 보자. 외근 나간 다른 팀원들한테는 내가 전화해서 상황을 알려줄 테니까, 박형사는 나하고 지금 바로 청남경찰서 관할 현장으로 출발하자. 바로 차량 대기시켜! 과장님과 서장님한테는 출발하면서 전화로 보고 하자.”
“예,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현관 앞으로 차 준비해 놓겠습니다. 저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서남경찰서에서 청남경찰서까지는 자동차로 보통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간다고 하더라도 1시간 20분 정도는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기획부동산 사기 조직 총책 박상기에 대한 살인교사 증거를 확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전국에 수배까지 내린 후 추적수사를 하던 중에 박상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된 정수호는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말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박경호 형사가 전화로 전해 들은 내용은, 박상기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도로에서 절벽으로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운전미숙인가? 아니면 음주운전인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차량과 추돌해서 사고가 나서 절벽으로 떨어진 것인가?
온갖 경우의 수가 날파리떼처럼 정수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정수호 팀장과 박경호 형사가 탄 승합차량은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박경호 형사가 조수석에 앉은 정수호에게 물었다.
“팀장님, 갑자기 총책 박상기가 왜 죽었을까요? 단순한 교통사고일까요? 아니면 차량 고장? 음주운전일까요? 피해자인 조합원들이나 유족들 중에서 누군가가 보복을 한 것일까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영장이 기각되어 석방된 이후로 사라져 버린 박상기를 우리가 지명수배 내리고 추적수사도 하고 그러고 있던 중에 갑자기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고 연락을 받다니…. 참, 별일이 다 있네.”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속여서 도합 2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사취하고, 피해자 이동균을 사망케 하고, 조합원 세 명은 자살하게 만들었던 그런 자가 법의 심판도 받기 전에 갑자기 죽었다고 하니까, 시원하게 천벌을 받았구나 하고 박수를 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까 왜 죽었는지, 범죄로 인한 죽음인지 등 또 형사의 직업의식이 자연스럽게 발동이 되네요. 만약 범죄로 인해서 박상기가 죽었다면 범인은 또 누구인지 수사를 해야 할 것이고요.”
“일단은 현장을 보고 판단하자. 섣불리 예단하고 그러면 나중에 사건을 그르치거나, 배가 산으로 가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말씀대로 일단 현장을 봐야 방향을 잡을 수 있겠죠. 그런데 팀장님, 휴가 가신다는 말을 전에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총책 박상기가 사망을 해서 어떻게 하죠? 작년에도 휴가 한 번도 못 가셨고, 올해도 아직 휴가 하루도 못 가셨잖아요. 그렇죠?”
“지금 내 휴가가 문제가 아니야. 총책인 박상기가 갑자기 망자가 되어서 사건 해결에 장애가 발생했는데, 내가 어떻게 휴가를 가겠어. 올해도 휴가를 아예 포기하던가, 아니면 이번 사건 다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한 뒤에 한가해지면 가던가 해야지. 우리가 어디 마음 편히 휴가 가고 그럴 직업이던가? 휴가 계획 다 잡아놓으면 갑자기 대형 사건이 발생해서 취소하고, 아니면 연기하고, 다들 그렇게 열심히 수사하고 일하면서 사는 거지. 안 그래? 그런데 말이야. 잠적했던 박상기가 갑자기 망자가 되었다니… 이거 참 정말 황당하다… 황당해.”
박경호 형사가 운전하는 검은색 승합차량은 빨간색 경광등을 켜고,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다른 차량들 사이를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추월하며 달리고 있었다.
“박형사, 그런데 지금 울리고 있는 이 사이렌의 어원이 뭔지 알아?”
정수호가 박경호 형사에게 갑자기 질문을 했다.
“네? 사이렌의 어원이요? 어… 갑자기 질문하시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경보(警報)를 뜻하는 사이렌(Siren)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Seirḗn) 또는 시렌, 시레나 등으로 불렸던 마녀의 이름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해. 세이렌은 바다 위 암초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서 선원들을 유혹해서 배를 암초에 부딪히게 했던 아름다운 마녀 또는 인어인데 그 이름 세이렌에서 사이렌이 나온 거라고 하더군.”
“아, 그런가요?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단어에서 사이렌이 나왔네요.”
때마침 차량의 라디오에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불렀던 이탈리아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정수호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팀장님, 왜요? 뭐가 기가 막힌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 나오고 있는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이태리 가곡 말이야.”
“네, 이 노래가 왜요? 무슨 사연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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