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이 시작되는 도로 양 옆에는 커다랗고 넓적한 바위처럼 생긴 조형물이 좌우에 하나씩 세워져 있었는데 바위 조형물 각각에는 안내문이 새겨져 있었다.
좌측 조형물에는 ‘우토란트(Utoland)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우측 조형물에는 ‘이곳부터는 사유지입니다. 허가 없이 출입하면 법적인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또한 도로 중앙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높은 솟을대문처럼 생긴 구조물이 우토란트 사유지의 출입구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도 ‘우토란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illkommen im Utoland! Welcome to Utoland!'라는 인사말이 3개 국어로 써져 있는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차량에 있는 내비게이션 지도의 화면 표시로 보았을 때 북쪽을 향해 올라왔으므로 사유지의 남쪽에 해당하는 출입구로 보였다.
“팀장님, 영어로 읽으면 유토랜드인데, 왜 한글로 ‘우토란트’라고 표기되어 있을까요?”
운전을 하던 박경호 형사가 자동차를 도로 우측에 잠시 정차한 뒤 안내문을 보며 정수호에게 물었다.
“그 해답은 저 위에 있는 현판에 새겨진 두 번째 환영 글인 독일어에 있을 것 같은데…. 독일어에서는 ‘Land’(랜드)를 ‘란트’라고 발음하거든. 영어에서는 ‘랜드’, 독일어에서는 ‘란트'라고 발음하지. ‘Utoland'를 독일식 발음 그대로 한글로 옮겨 놓을 것 같아. '유토피아'가 독일어로는 ‘우토피’(Utopie)이고, 땅이라는 독일어 ‘란트’(land)와 합성해서 ‘우토란트’ (Utoland)라고 표기한 것 같다. 독일어 환영 문구가 두 번째 줄에 있는 것도 그런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고…. 보통 일반적인 경우에는 한글 다음에 영어로 안내문이나 인사말을 써 놓을 텐데, 여기는 독일어가 두 번째 줄에 쓰여 있잖아. 내가 추리해 볼 때는 그런 것 같은데….”
정수호가 솟을대문처럼 높이 솟아있는 구조물의 환영 인사말을 보며 말했다.
“팀장님, 독일어도 할 줄 아세요?”
“아주 조금. 아주 간단한 인사말 정도나 단어 몇 개 정도만 알아.”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독일어 막 유창하게 원어민처럼 하시는 것 아닌가요?”
“아니야, 그냥 일상적인 단어 몇 십 개, 그리고 아주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아는 초보 수준이야.”
“아, 그런가요? 저는 팀장님이 독일어도 막 유창하게 하실 것 같아서요. 하하하! 그런데 허가 없이 출입하면 법적인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바위에 떡하니 경고문을 새겨 놓았는데, 우리가 경찰이라고 이렇게 막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박형사! 너무 소심한 거 아니냐? 대한민국 경찰이 가지 못하는 곳이 어디 있어? 도로에서 차량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사람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입하는 것인데, 아무리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서 출입하는 것 자체를 막을 소유자나 관리자 또는 책임자가 있다면 그것은 법을 떠나서 뭔가 잘못된 것이지. 우리 경찰이 왜 존재하는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사유지와 관련된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고 그들도 언제든, 어디서든 간에 경찰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분명히 있을 것 아닌가 말이야. 안 그런가? 박형사.”
정수호가 강단 있는 어조로 말했다.
“네네, 맞습니다. 그리고 경고 문구만 있을 뿐 실제로 뭐 차단하는 문은 없으니까 단순히 경고용, 참고용으로만 설치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계속 들어가 보겠습니다.”
박경호 형사가 도로 양쪽을 번갈아 살피며 잠시 멈췄던 차량을 다시 운전하며 말했다.
편도 2차로 도로는 일반적인 지방도로보다 훨씬 넓게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었다. 도로 양쪽 옆에는 왕벚나무가 가로수로 식재되어 있었는데 도로를 따라서 끝도 없이 줄줄이 서 있었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까닭에 왕벚나무 잎사귀들이 울긋불긋하고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봄이 오면 이 길은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장관을 이룰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이라서 그런 멋진 장면을 볼 수는 없었고 그 대신에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하게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도로의 양쪽 옆에는 멋진 모양의 가로등도 규칙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야간 운전자나 방문객들을 위해 가로등을 설치한 것으로 보였다.
깊은 산속에는 울창한 숲으로 인하여 어둠이 훨씬 빨리 찾아온다. 또한 도시의 어둠보다 훨씬 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기 때문에 자동차 전조등만으로는 도로의 사정을 살피기 훨씬 어렵다. 만약 이런 곳에서 야간 운전을 하려고 할 때 가로등이 없다면 특히 더 조심해야 하고 대개의 경우 자동차는 서행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깊은 산속의 사유지 도로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까지 설치한 것으로 보아 정말 대단한 재력의 소유자가 우토란트 호텔 등 위락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cctv도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사유지 입구에서부터 자동차로 약 1km 정도를 더 진행해 들어가자 약 3미터 높이의 철제 울타리와 차량의 출입을 확인하고 통제하는 검문소 형태의 건물 한 채, 그리고 차량 차단기가 보였다.
정수호와 박경호가 탄 검은색 승합차가 서서히 다가가자 도로 우측에 있는 검문소 건물 안에서 검은색 복장을 한 경비원이 나왔다. 두 사람이 탄 승합차는 차량 차단기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여기는 사유지라서 사전에 허가된 분들이나 이미 등록된 차량 또는 우토란트 호텔이나 위락시설을 이용하실 고객님들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20대 후반의 건장하고 젊은 남자 경비원이 말했다.
“네, 우리는 서남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저 아래 도로에서 차량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차량이 이곳에서 나온 것 같아서 확인차 왔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정수호가 자신의 경찰 신분증을 경비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차량의 출입이 가능한지 연락해 보겠습니다.”
젊은 경비원은 검문소 건물로 들어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창문 너머 검문소 안에는 두 사람의 젊은 남자 경비원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경비원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상하 모두 검은색의 제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조끼에는 영어로 ’Security Guard’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근무용 벨트에는 왼쪽에는 삼단봉, 오른쪽에는 가스총이 장착되어 있었다. 경찰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팀장님, 쟤들 뭐죠? 경비원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있네요. 근무용 벨트에 삼단봉과 가스총도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제로 된 튼튼한 울타리도 높이가 상당히 높아 보여요. 3미터는 족히 될 것 같습니다. 마치 요새를 지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모자와 유니폼도 검은색으로 깔끔하게 맞춰서 착용을 했네요. 일반 경비원들은 아니고 특수경비원들 같아 보이는데요. 솔직히 우리 경찰 제복보다 훨씬 더 멋지게 보이고 위엄이 있어 보이네요. 참 어이가 없네요.”
박경호 형사가 부럽다는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경비원들이 신체조건도 아주 좋고, 제복도 검은색으로 아주 깔끔하게 잘 맞춘 것으로 지급을 받아서 입었네. 사실 우리 경찰 제복보다 더 멋있게 보이기는 하네. 주식회사 우토란트가 규모가 큰 대기업이니까 여기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복지나 근무여건도 좋겠지. 그러니까 복장도 멋지게 만들어 줬겠지.”
정수호도 박경호의 말에 수긍하며 말했다.
“팀장님, 솔직히 말해서 회사 규모로 보면 우리 회사가 훨씬 더 큰 거 아닌가요? 우리 회사는 경찰청이잖아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고요. 주식회사 우토란트보다 규모가 큰 회사가 우리 경찰청인데, 왜 우리 경찰 제복보다 저기 일반 회사인 우토란트 경비원 복장이 훨씬 더 멋있고 더 위엄이 있어 보이는 거죠? 저 회사의 복지나 처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겉으로 보이는 복장만 보더라도 저 회사의 경비원들이 훨씬 더 멋지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경찰 제복을 디자인하는 인간들이 어떤 인간들인지는 몰라도 참 거시기 하네요. 사실 경찰 근무복을 입는 지구대나 파출소 직원들이 경찰 제복은 너무 구리고 창피하다고 할 때가 많아요. 특히 경찰 근무모는 새것도 조금만 사용하다 보면 여기저기 눌리고 찌그러져서 6.25 때 인민군 모자처럼 정말 볼품없고 구리게 된다고 불평불만이 많거든요. 도대체 경찰 제복을 그렇게 구리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요? 우리 형사들이야 평소에 사복을 입고 다니니까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잘 느끼지 못하지만, 어떤 때는 저도 사실 좀 창피할 때가 있어요. 솔직히 우리 경찰 제복은 참 거시기해 보일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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