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의 개입

by 정글월

사유지 '우토란트



킬러의 개입




서남경찰서 강력 1팀 사무실에 도착한 정수호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했다.


수사망이 좁혀지고,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전국에 지명수배가 내려진다고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박상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상기가 가지고 있었던 소지품은 구형 3G 폴더폰 1개와 5만 원권 지폐 100매 즉 500만 원이었다. 지갑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도망 다니던 피의자 박상기가 갑자기 도로를 달리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을 하다니….

분명히 자살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이 되었다.


그렇지만 자동차 추락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청남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일단은 그곳에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았다.


이틀 뒤,

청남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서 국과수에 긴급으로 의뢰했던 박상기의 사망 원인과 그가 탔던 추락한 자동차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망한 박상기의 혈액검사 결과, 혈액 내 알코올 성분이나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망 원인은 둔상성 외상 및 경추 골절, 다발성 장기 손상, 과다출혈 등 복합적인 것이었다. 추락사에서 일반적으로 흔히 보이는 현상이었다.


추락한 자동차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도 같이 나왔다. 차량의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가 파손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인 경우 자동차의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가 고장이 나거나 파손되면 브레이크 오일이 누유되어 자동차의 휠과 연결된 브레이크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이 멈추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자동차가 높은 절벽에서 아래로 추락하면 자동차의 외부 바디는 물론이고 많은 부속품들이 그 충격에 의해 파손되는 것은 당연한 물리적 현상이다.


그런데 박상기가 운전한 차량의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가 파손된 원인은 자동차의 추락으로 인한 파손이 아니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가 파손된 곳에서 극소량의 폭약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만 부분적으로 파손될 정도의 극소량의 폭약을 사용함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자동차 추락사고로 보이도록 위장한 정교한 살인사건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고의로 박상기가 운전하던 차량이 절벽에서 추락하도록 차량의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만 선택적으로 폭발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실은 차량의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를 파손한 폭발물은 'C-4'(Composition-4) 폭약성분이라는 것과 차량의 하부에서 초소형 GPS 위치추적기가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C-4’는 군사작전용으로만 사용되며 민간에서는 전혀 취급할 수 없는 폭약의 한 종류이다. 민간인은 절대로 취급할 수도 없고, 구입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정수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범인은 분명히 군인 출신이거나 군수품 특히 무기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인물일 것이며, C-4를 구입하거나 취급할 능력이 있는 자일 것으로 추측되었다.


또한 박상기가 운전한 차량의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가 C-4 폭약에 의해 폭파된 후 브레이크 기능을 상실하고 절벽으로 떨어지게 하려면 정확한 타이밍이 필요했을 것이다.


즉 가파른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차량이 절벽 쪽으로 향할 때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므로, 범인은 그때를 노려서 정확한 타이밍에 기폭장치를 작동시켜서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를 폭파하고 자동차 브레이크가 작동이 안 되게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원격조정 기폭장치이므로 범인은 원격조정 기폭장치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종합하면,

누군가 박상기를 자동차 추락사고로 위장하여 고의로 죽였다는 것과 그 누군가는 자동차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C-4 폭약을 구입하거나 취급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 능숙하게 폭약을 다룰 줄 아는 사람 어어야 한다는 추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 말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전문가, 즉 폭약 전문가이거나 또는 전문적인 킬러가 이 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청남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또 있었다. 박상기가 가지고 있었던 구형 휴대폰인 3G 폴더폰은 대포폰이었다.


도망을 다니던 박상기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구입한 휴대폰인 것으로 보였다.


휴대폰은 조선족 명의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조선족은 이미 다른 사기 혐의로 구속이 되어 있다는 소식이었다.


자동차 추락 사망사고 처리는 그렇게 수사가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청남경찰서로부터 관련 자료들을 공문과 함께 받은 서남경찰서 강력 1팀 형사들은 이제 전문 킬러가 누구인지도 수사를 해 나가야 할 형편이 되었다.



전문 킬러를 고용해서 박상기를 죽여야 할 만큼 급박한 사정에 처한 사람이 누구일까?


전문 킬러를 고용해서 자동차 추락 사고로 위장하여 살인을 교사할 정도가 되려면 재력이 있어야 하고, 어둠의 경로를 알아야 하며, 그쪽 분야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살인 방법은 평범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나 범주도 아니고 스케일도 아닌 것이었다.


정수호 팀장은 박상기가 사망하기 전의 동선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우토란트 호텔 및 위락시설 쪽에서 박상기의 차량이 나왔는지, 그곳에 박상기와 그가 운전했던 차량이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야만 했다.



정수호는 우토란트 호텔과 위락시설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신청하기로 결정하고 형사과장과 경찰서장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청남경찰서에서 전송받은 박상기에 대한 자동차 추락 사망사고 관련 수사기록과 국과수에서 회신한 감정결과서 등을 첨부해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우토란트 호텔과 위락시설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과 결부된 살인사건의 주요 피의자이면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아왔던 박상기가 갑자기 자동차 추락사건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고, 그 박상기의 사망 사건을 해결하려면 그 자의 동선을 파악해야만 했다.


그가 머물렀거나 방문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우토란트 호텔 및 위락시설에 대한 박상기의 개인정보와 CCTV 영상자료 등이 반드시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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