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처

by 정글월

사유지 '우토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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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호와 고성수, 그리고 청남서 오경사, 이렇게 세 사람은 승합차량을 타고 경비대장 이경훈이 있는 경비본부 건물 쪽으로 쏜살같이 차를 몰았다.


정수호와 고성수 경위는 우토란트 호텔 관제실에서 압수수색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받아서 호텔을 향해 가고 있었다.


승합차의 운전은 청남서 오경사가 하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고성수 경위가 타고 있었다. 정수호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고반장님, 우리 경비본부로 갈게 아니고 바로 관제실로 가시죠. 아까 경비원이 말한 내용으로 봐서는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이 경비본부 또는 관제실로 전송이 되어서 저장이 된다고 했는데, 정확히 모르는 것 같더군요. 이경훈 선배의 말로는 경비본부 건물에는 영상을 보는 기능만 있고, 저장되는 기능이나 서버가 없다고 말을 했었거든요. 그렇다면 드론이 보내는 자료는 관제실에 저장이 되는 것이 분명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경비본부 건물로 가 봐야 이경훈 선배가 전에 말하고 반응하는 것으로 봐서는 드론에 대한 것은 전혀 말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니 곧바로 관제실로 가시죠. 그냥 인사차 방문한 것으로 보이게 편안한 얼굴표정으로 일단 관제실 출입문을 열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단 관제실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만약 관제실에 있는 근무자가 다시 나타난 우리를 보고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관제실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관제실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만약 그렇게 되면 119를 불러서 유압기계 등으로 관제실 철문을 뜯어내거나, 전자도어록을 부수고 들어가는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관제실에서는 모든 증거자료를 삭제해 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은 관제실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간 다음 오경사님이 재빨리 디지털카메라로 여러 개 있는 모니터 화면이 전부 다 들어오게 촬영을 하다가,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있으면 그 장면을 집중적으로 촬영을 하는 거죠. 그런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오경사! 정팀장님 말씀 잘 들었지? 일단 관제실 안으로 잘 들어가는 게 관건이고, 그다음은 재빨리 디카를 꺼내서 모니터들을 촬영하면서 특히 드론이 찍은 영상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도록 해라.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고반장님”


운전을 하던 오경사가 대답을 한 후 이어서 정수호 팀장에게 질문을 했다.


“정팀장님, 그런데 우리가 지난번에 관제실에서 압수수색을 할 때는 모니터 화면에 드론이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은 없었는데요. 지금 간다고 해서 드론 영상이 있을까요?”


“그때는 아마도 드론이 실시간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 영상 또는 이미 촬영을 한 영상 등 드론과 관련된 영상은 모니터에 나타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을 겁니다. 한두 개 꺼져 있는 모니터들도 그때 보였잖아요. 그 모니터가 드론이 찍은 영상이 나오는 모니터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알다시피 그때는 우리 모두에게 드론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죠. 당시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주제였기 때문에 우리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드론에 꽂혀있기 때문에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온통 그 생각뿐이지만요. 당시에는 우리 모두의 뇌가 드론을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을 때였죠.”


“그런데 팀장님, 어째서 갑자기 드론에 꽂히셨나요? 분명히 뭔가 있기는 있는 건가요?”

운전을 하고 있는 오경사가 뒷좌석에 앉아있는 정수호를 룸미러로 쳐다보며 물었다.


“오경사님, 고반장님, 우리가 전에 호텔 안에 있는 황제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이경훈 경비대장이 일 년 사계절 풍경을 얘기했던 거 기억나시죠? 그때 이경훈 선배가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하고 정말 멋지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위에서 보는 풍경은 그 어떤 영상미보다 더 아름답고 좋다’라고 하면서 감탄하며 말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가을에 단풍이 든 풍경이 정말 좋고 아름답다며 감탄을 하면서 말한 것은 기억이 납니다.”

오경사가 룸미러로 정수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저도 이경훈 경비대장님이 여기 우토란트 곳곳의 풍경이 아름답고 특히 가을의 단풍이 멋지다는 말을 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게 왜요?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고성수 경위가 고개를 뒤로 돌려 뒷좌석에 앉아있는 정수호를 보며 말했다.


“그때 이경훈 선배님이 분명히 ‘위에서 보는 단풍이 든 풍경은 그 어떤 영상미 보다 더 아름답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이경훈 선배가 호텔 옥상이나 혹은 높은 곳에서 단풍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말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 당시 저뿐만 아니라 다들 맛있는 중국요리를 먹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죠. 저도 역시 당시에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경찰서로 복귀하려고 남쪽 게이트로 접근할 때 제가 우연히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이 우리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촬영까지 했었죠. 그리고 고반장님 한테도 드론을 촬영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고요. 그러고 나서 갑자기 제 머릿속에서 이경훈 선배님의 말과 드론이 서로 매치가 되었습니다. 이경훈 선배님이 ‘위에서 보는 단풍이 든 풍경은 그 어떤 영상미 보다 더 아름답다’라고 말한 것이 하늘 위에서 드론으로 찍은 단풍이 든 숲 속 풍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죠. 그리고 거기에 또 이어서 든 생각은 박상기 차량이 추락하는 장면도 혹시 드론에 찍히지 않았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제 스스로 묻고 제 스스로 대답을 해 본 결과, 남쪽 게이트를 통해서 나가려는 우리 승합차를 따라오면서 촬영을 했다면, 박상기가 운전했던 차량이나 그 뒤를 쫓았던 범인의 차량을 드론이 따라가서 촬영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더군요. 그래서 드론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그게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드론이 박상기의 차량과 범인의 차량을 따라가면서 촬영을 했다면 분명히 수사에 도움이 될만한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고성수 경위가 고개를 뒤로 돌려 정수호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드론이 촬영한 동영상 자료를 찾아내서 압수를 해야 되겠네요. 그럼 호텔 주차장으로 가겠습니다.”


정수호와 고성수를 번갈아 쳐다보던 오경사는 좀 더 속도를 내면서 차를 몰았다.


“정팀장님, 그런데 범인이 운전했던 렌터카 회사로 인적사항 등 신원을 확인하러 갔던 팀원의 성과는 좀 있었나요?”

고성수 경위가 정수호에게 물었다.


“아, 그거요. 범인이 렌터카 사무실에 낸 외국인등록증과 운전면허증 등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강진구 형사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직접 방문해서 외국인등록 원부를 확인해 보니 진경수라는 사람은 조선족 즉 중국인이 맞으며 정상적으로 입국 절차를 밟은 사람이라는 것은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범인이 렌터카 업체에 제출한 외국인등록증에는 출생 연도는 같았으나 생일이 다르게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범인이 진경수라는 조선족의 외국인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절취한 후 정교하게 위조를 했거나, 아니면 위조된 외국인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암시장에서 거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겠죠. 범인이 자동차를 렌트하러 왔을 때는 짙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왔더군요. 복장은 그냥 평범하고 캐주얼한 옷차림이었습니다. 제가 CCTV에 녹화된 범인의 모습을 봤는데, 그 CCTV 영상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군요. 렌터카 회사의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은 손님과 계약만 잘 성사시키고 돈만 받으면 되니까 자동차를 렌트하는 사람의 신원 확인을 꼼꼼하게 하지는 않잖아요. 렌터카 회사가 관공서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놈이 렌터카 회사에 온 때로부터 행적을 역으로 추적해서 계속 CCTV를 확인해 가고 있습니다. 계속 역으로 추적해 가다 보면 언젠가는 꼬리가 잡히겠죠. 막내 강진구 형사와 부팀장이 한 조가 되어서 현재 범인의 행적을 역추적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범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하긴 C-4를 취급할 줄 아는 전문가라면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위조된 신분증을 구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겠죠. 그렇다면 현재는 범인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국적조차도 아직 파악이 안 되었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아직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문제죠. 시간이 지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범인의 신원도 곧 밝혀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결국 범인은 우리한테 잡히게 되겠죠. 그렇게 믿고 계속 끝까지 추적해야죠. 아! 벌써 호텔이네요.”


정수호를 비롯한 세 사람은 외근용 승합차량을 호텔 앞쪽 주차장에 주차하여 두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이미 호텔에 와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호텔 로비를 가로질러서 안쪽에 있는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 관제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관제실 철문 앞에 도착한 정수호는 경찰 신분증을 꺼내 목에 건 후에 인터폰의 벨을 눌렀다.


‘삑 — ‘


잠시 뒤 관제실 안에서 남자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관제실입니다. 어떻게 오셨나요?”


“아,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왔었던 서남경찰서 형사과 정수호 경감과 청남경찰서 교통과 고성수 경위입니다. 업무차 관제실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정수호가 말했다.


“아, 네. 지난주에 저도 형사님들을 관제실에서 뵈었습니다. 지금 관제실장님은 안 계시지만 일단 들어오시죠.”


관제실 안에서 버튼을 눌렀는지 부저 소리와 함께 관제실 출입문이 ‘삑’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걱정과는 달리 관제실로 들어가는 일이 의외로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정수호 등 세 사람은 관제실 직원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서남경찰서 정수호 경감입니다. 이쪽 분은 청남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고성수 경위님입니다. 관제실장님은 어디 가셨나요? 오늘은 혼자서 근무를 하고 계시네요?”


“아, 네. 관제실 직원 홍영훈입니다. 지난주에 뵈었었죠? 어... 실장님은 다른 직원 한 명과 함께 잠깐 다른 곳에 업무 때문에 가셨는데요, 이제 곧 오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네, 지난주에 여기서 뵈었던 분이시네요. 관제실장님이 오시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어차피 어느 분이든지 관제실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이면 상관이 없으니까 먼저 고지를 해 드리겠습니다. 고지는 여기 계시는 고성수 경위님이 하실 겁니다.”

정수호가 설명을 하고는 손으로 청남경찰서 고성수 경위를 가리켰다.


고성수 경위는 서류가방에서 영장을 꺼내서 관제실 직원 홍영훈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왔습니다. 오늘은 이곳 우토란트 구역 내에 있는 관제실과 모든 경비초소들, 드론 및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 자료 등에 대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자료를 확보해서 선별한 후에 복제해서 압수해 갈 예정입니다. 자, 영장을 열람하시고 서명 날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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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월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꿈 많던 학창시절에 시, 수필, 소설 등을 끄적이며 작가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객기를 부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야 진짜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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