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윤곽

by 정글월

사유지 '우토란트'



드러나는 윤곽





정수호는 팔짱을 낀 채 곰곰이 과거 흑호부대에서의 군생활을 떠올려 보았다.


신병훈련소 동기이면서 특수전 부대 동기이기도 한 정영욱.

같은 동기이기는 했으나 정수호 보다 나이가 어려서 정수호에게 형이라고 먼저 불렀던 녀석이었다. 그만큼 친화력도 좋았고 붙임성이 있는 녀석이었다.


특수전 부사관 훈련을 받을 때였다.

구체적으로는 적후방 침투 및 적요인 암살 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다. 대위 계급인 중대장을 팀장으로 하여 12명으로 구성된 팀에 정수호, 김성규, 정영욱 세 명이 같은 팀원으로 구성되어 훈련을 받게 되었다.


특수전 부사관 훈련단 안에서만 훈련을 하던 시기가 지나고, 타 부대와 함께 아군과 가상 적군으로 나뉘어 실전 같은 훈련을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 최정예 수색대대로 알려진 부대가 가상의 적군이 되어 부대를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정수호가 소속된 흑호부대 부사관 등 부대원들은 적 부대 침투 및 요인 암살을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훈련을 했었다.


임무 하달은 간단명료했다.

적진에 침투해서 지휘소와 통신실, 무기고 3개소를 폭파하고, 적군 지휘관(요인)을 사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무 자체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약 700미터 고도의 산속에 가상의 적군 200여 명이 진지를 구축하고 매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군에게 발각되지 않고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가상의 적군은 그 당시 최정예 수색대대로 알려진 부대의 대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상의 적군들은 물론이고 정수호 등이 있는 아군 특수전부대 대원들도 모두 ‘마일즈’(MILES: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라는 장비를 착용하고 훈련에 참가했다.


‘마일즈’ 장비는 실제 총탄을 사용하지는 않으면서도 똑같은 총소리가 나게 하는 장치를 개인화기에 달고, 총알 대신 레이저가 발사되도록 하여, 발사된 레이저가 입고 있는 전투복 곳곳에 있는 센서에 맞으면 그 레이저를 인식하여 신체의 어느 부위에 총알이 맞았는지, 부상의 정도는 어떠한지 또는 사망인지 등의 판별을 하는 등의 전자 장비로 과학화 전투훈련의 상징적인 장비였다.


그러한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실전과 같은 훈련을 체험하면서도 부상의 위험성은 확연하게 줄이고, 훈련에서의 각종 데이터를 축적하여 전투훈련의 몰입도와 경험치를 높여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투훈련이었는데 그 효과는 대단히 좋았다.


실제 총탄은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현실감 있게 전투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총성이 울리는가 하면, 훈련용 수류탄과 폭음탄이 터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등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원래 적군 지휘소에 있는 적 지휘관을 사살하는 임무는 경험이 많은 다른 선배가 맡기로 하였으나, 적군 지휘소로 침투하는 도중에 다리에 있는 센서에 적군의 총탄(레이저)을 맞아서 부상을 입은 관계로 적 지휘소 침투에서 배제가 되고 후방에서 교전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 정영욱이 자진해서 자신이 적 지휘관을 사살한 후 지휘소를 폭파하고 오겠다며 자원하고 나섰다. 침투조 팀장은 정영욱이 용기는 가상하지만 전투훈련 경험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여 만류하였다.


그러나 정영욱은 자신이 체육대학에서 육상부로 활동을 했었고 400미터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여러 번 목에 걸었던 달리기에 특화된 대원이라고 하면서, 700미터 고지는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으며 또 신속하게 적 지휘소에 침투해서 꼭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팀장 입장에서는 모험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훈련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임무를 전투훈련 경험이 많지 않은 햇병아리 특수전 부사관의 손에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영욱은 여전히 임무를 완수할 자신이 있다며 적 지휘소에 침투해서 반드시 지휘관을 사살하고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어필하였다. 그러면서 신병훈련소에서 차출되어 특수전부대 훈련소의 악명 높은 테스트에서 최종 선발된 20명 중에서도 자신이 1등으로 합격한 객관적 성적이 있으며, 그 성적이 자신을 증명해 준다며 자신에게 적 지휘관 사살의 임무를 부여해 달라고 팀장에게 부탁을 하였다.


비록 훈련이었지만 치열하게 전투가 치러지고 있는 현장에서 더 이상 시간을 길게 끌 수 없는 입장이었고, 전투 현장에서는 시시각각 상황이 변할 수 있고, 실제로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에, 팀장은 고민을 길게 할 수 없었다.


팀장은 정영욱에게 적 지휘관 사살 임무를 부여했다. 대신에 꼭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고 다짐을 받았다.

팀장은 그 다짐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벌칙을 추가했다. 만약 임무에 실패하거나 작전 자체가 패배로 끝날 경우에는 3개월간 매 일주일마다 한 번씩 작전에 참가했던 팀원 12명에게 고기와 술을 사야 한다고 벌칙을 걸었다.

정영욱은 흔쾌히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매우 자신 있어했다. 반드시 적 지휘관을 사살하고 적 지휘소를 폭파하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정수호는 선임 부사관 선배 한 명과 함께 탄약고 폭파 임무를 부여받았다. 적 탄약고를 동서남북 사방에서 지키고 있는 경계병 8명을 사살한 뒤에 탄약고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폭파시키는 임무였다.

물론 탄약고로 가는 경로는 험난했으며 가는 곳곳에 매복하고 있는 가상의 적군들이 있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당시 침투훈련 개시는 00시였고, 임무완료 마감 시간은 04시였다.

4시간 안에 적 부대에 들키지 않고 침투해서 무기고와 통신소 등 주요 시설을 폭파하고, 적 지휘소에 침투한 후 지휘관을 사살하고 나오면서 마지막에 지휘소를 폭파하고 돌아오는 것이 임무였다.


전투는 치열하게 계속되었다. 비록 가상의 전투였고 마일즈라는 전자장비를 온몸에 착용한 채 이루어지는 전투였지만, 방어하는 쪽이든 침투하는 쪽이든 상관없이 양쪽 군인들은 실제 전투를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칠흑같이 어둡고 깊은 숲 속에서 가만히 매복하고 있는 가상의 적군의 눈에 띄지 않고 침투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대원들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정수호와 선배 한 명이 적 탄약고를 지키던 경계병 8명을 차례로 사살한 후 탄약고를 폭파하여 임무를 완수한 뒤, 몸을 은폐한 채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훈련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적 지휘관이 사살되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고 무선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2분 뒤 적 지휘소도 폭파되었다는 추가 소식이 날아왔다. 정영욱이 정말 임무를 완수한 것이었다.

침투훈련은 공식적으로 그날 새벽 03시 52분에 ‘임무수행 완료’로 끝이 났다.


팀장을 포함해서 12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훈련에 참가했던 침투조 대원 중 부상자 2명만 발생했고, 상대방 가상 적군은 200명 중 절반을 넘는 120여 명이 사상자로 집계가 되었다.


가상 적군의 탄약고와 통신소, 지휘소는 모두 완파되었고, 적 지휘관은 오른팔 상박에 관통상 1발, 가슴에 관통상 1발, 전부 2발의 총탄을 맞아서 사살된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훈련이 끝나고 총평에서 흑호부대 침투팀은 훈련에 참가했던 전 대원들의 열렬한 응원과 환호를 받았다. 특수전 부대에서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둔 부대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엄청난 성과였다는 칭찬을 훈련단장이 직접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다.


훈련을 모두 마치고 전투훈련소 내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정영욱은 자신의 무용담을 맛깔스럽게 늘어놓았다.


“내가 적 지휘소 앞에 있던 경계병 2명을 사살하고 지휘소로 들어가기 전에 지휘소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을 잘라버렸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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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월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꿈 많던 학창시절에 시, 수필, 소설 등을 끄적이며 작가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객기를 부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야 진짜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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