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호가 법무부와 외교부로 업무협조의뢰 공문을 보낸 지 3일이 지난날이었다.
자신의 PC로 전자문서를 확인하던 정수호는 법무부에서 문서를 회신했다는 알림을 보고 마우스를 움직여 버튼을 클릭했다.
회신된 문서에는 정영욱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기재되어 있었고, 국적란에는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복수국적(이중국적)에 대한 기재사항은 없었다.
이상했다. 며칠 전 흑호부대 선배인 김한규가 자신에게 분명히 말했었다. 정영욱이 한국과 프랑스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는 복수국적자라고.
‘뭐야?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히 김한규 선배님이 국방부 지인을 통해서 그리고 프랑스에 무관으로 나가 있는 사람을 통해서 확인한 내용은 복수국적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법무부에서는 한국 국적만 나오다니… 이상하다. 뭔가 착오가 있는 건가?’
정수호는 법무부에서 회신한 문서에서 담당자와 그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는 사무실 전화기를 이용해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뚜루루-’
“네, 법무부입니다.”
“수고하십니다. 법무부 국적과죠?”
“네, 맞습니다.”
“여기는 서남경찰서 강력1팀입니다. 방금 회신해 주신 공문을 열람해서 봤는데요. 정영욱의 국적이 대한민국 하나만 되어 있네요. 혹시 복수국적 아닌가요? 제가 입수한 제보에 의하면 복수국적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그것을 확인하고자 공문을 보냈던 건데요. 한국 국적만 있는 게 확실한가요?”
“잠시만요. 다시 확인해 볼게요. 음… … 맞는데요. 정영욱 씨는 한국 국적 외에 다른 국적을 취득한 게 없습니다.”
“아, 그런가요?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법무부 직원과의 전화 통화를 끝낸 정수호는 흑호부대 선배 김한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수호야. 오늘은 또 무슨 일이냐?
“선배님, 지난번에 영욱이가 복수국적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제가 며칠 전에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서 오늘 회신이 왔는데요. 영욱이는 한국 국적 하나만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그렇게 공문이 왔어요. 어떻게 된 거죠? 왜 복수국적이라고 하신 거예요?”
“그래? 나는 전해 들은 얘기를 그대로 너한테 말한 거 밖에는 없어.”
“아니, 도대체 누가 선배님한테 그렇게 말을 했다는 거죠? 국방부 지인인가요? 아니면 프랑스에 있는 무관인가요?”
정수호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잘 들어 수호야. 국방부에 있는 지인이 말하길, 프랑스에 있는 무관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정영욱이는 한국 국적도 있고, 프랑스 국적도 있다. 복수국적이다. 라고 말을 했다는 거야. 그 무관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국방부 지인은 나한테 전달한 것이고. 뭐가 문제야?”
김한규의 목소리 톤도 역시나 높이 올라갔다.
“국적을 담당하는 부처인 법무부에서는 영욱이가 한국 국적만 가지고 있다는 공식 문서를 저한테 보냈으니까 그게 문제죠. 공식적으로는 영욱이는 한국 국적만 있는 것이니까요. 말씀하신 거랑 서로 안 맞으니까 그게 문제죠.”
“그래? 허 참. 도대체 무슨 일이냐? 그렇다면 프랑스에 있는 무관이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다. 설마 우리나라 법무부에서 착오를 일으켰겠니? 착오가 있으면 프랑스 쪽에 있는 무관이겠지. 그런데 수호 너 나한테 뭔가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목소리에 화가 나 있어. 내가 알아봐 준 게 뭐 불만이야? 이 녀석 이거 안 되겠네. 너 나한테 앞으로 뭐 알아봐 달라고 전화하지 마라. 알겠어?”
“아뇨, 선배님. 그게 아니라요. 저는 선배님 말씀하신 것을 철석같이 믿고서 그래도 혹시 모르니 법무부에 확인해 보자 하고 그냥 공문을 보낸 건데…. 영욱이 국적이 한국 국적만 있다고 나오니까 답답해서 그런 거죠. 선배님한테 화가 난 건 전혀 아닙니다. 제가 왜 선배님한테 화를 내겠어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혹시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어쨌거나 이제 국방부 쪽에 있는 지인한테는 앞으로 뭐 좀 알아봐 달라는 그런 부탁 못한다. 그리 알아라. 끊는다.”
“예, 선배님. 수고하십시오. 단결.”
전화를 끊은 정수호는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 냉장고 문을 열고 냉장실에 있는 캔커피를 하나 꺼내서 들이켰다.
시원한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식도로 쑤욱 내려가는 느낌에 가슴속 답답함이 약간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팀장 책상 맞은편에 앉아있는 박경호 형사가 정수호의 행동을 곁눈질로 흘끔 보면서 눈치를 살폈다.
“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시원한 얼음물이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어? 아니… 아니야. 정영욱에 대한 국적 확인 등 몇 가지 알아보기 위해서 3일 전에 내가 법무부와 외교부에 공문을 보냈는데…, 법무부에서는 정영욱의 국적이 대한민국 외에 다른 국적은 없다고 하고, 내가 다른 루트를 통해서 알아본 것은 한국국적 외에 프랑스 국적이 있는 것으로 얘기를 들어서… 조금 예민해져서 그래. 외교부에서는 아직 회신이 오지 않았고 말이야.”
“저희한테 말씀하시면 저나 다른 형사가 공문 작성해서 보냈을 텐데요. 팀장님이 직접 작성하실 필요는 없으세요. 지금은 정영욱에 대한 자료 수집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그냥 저희한테 시키세요. 바쁜 거 없으니까요.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 및 피해자 이동균 살해 사건은 검찰에 다 송치된 상태이고 총책이면서 교사범인인 박상기는 사망을 해서 어차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이 났고요. 나머지 백기중 등 다섯 명은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재판 계속 중이지만 어차피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를 받을게 예상이 됩니다. 징역 몇 년이냐 그게 문제죠. 다만 박상기 자동차 추락 사망 사건의 범인을 밝히고 검거까지 해야만 하는 난관이 남아있다는 게 문제지만요. 어쨌든 앞으로는 그냥 저희들한테 말씀만 하세요. 저희가 공문 작성하고 열심히 뛰어다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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