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팀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는 팀장님이 실제로 발생한 그런 사건에 투입이 되어서 해적을 사살하고 큰 공을 세웠다는 것도, 무공훈장을 받으셨다는 것도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팀장님이 군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것과 군대에서 어떤 특전을 활용해서 경찰특공대로 이직한 경력이 있다는 것만 얼핏 들어서 알고 있었거든요. 와! 이제 보니 우리 팀장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영광입니다 팀장님. 팀장님과 같이 근무를 하고 있어서요. 하하하!”
“박형사, 뭘 새삼스럽게 영광이야? 이제껏 계속 같이 근무를 해 온 사이인데… 멋쩍게시리….”
“팀장님, 그런데 혹시 이런 질문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해적을 사살할 때, 아니면 그 후에… 기분이 … 어떠셨나요…?”
박경호 형사가 정수호 팀장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다. 사실 이 얘기를 내가 직접 해 준 사람은…, 박형사 너를 포함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런데 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하더군…. 우리 부대원들 중, 작전 시 직접 해적을 사살한 대원은 공교롭게도 나와 김성규, 정영욱 이렇게 셋이었어. 나머지 해적들은 우리 해군 특수부대 소속 대원들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특수부대 대원들한테 사살당했지. 작전이 끝나고 하루 뒤에 곧바로 비공개로 무공훈장이 우리 세 사람에게 수여되었어. 국방부장관이 직접 우리 부대에 오셔서 무공훈장을 달아주었지. 그리고 작전 당시에 우리 부대원들이 개인별 장비로 착용하고 있던 ‘전술용 개인녹화장치’(TPRD-Tactical Personal Recording Device)를 통해서 촬영되고 저장된 영상을 보는 시간이 있었어. 흔히 말하는 바디캠과 비슷한 것이야. 그 영상을 볼 때 비로소 나는 내가 사살한 해적이 어떻게 쓰러졌는지 볼 수 있었지. 당시에는 임무 완수에만 온 신경을 쏟았고, 또 고도로 긴장된 상태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으니까 다른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지. 훈장 수여식이 끝나고 나서 일주일 내에 나는 국군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를 전문적으로 받았어. 물론 우리 동기 셋 다 각자 스케줄을 달리해서 개인별로 치료를 받았지. 작전 당시에는 인질로 잡힌 유람선 승객 300여 명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임무 완수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포커스를 맞췄고, 명령이 떨어지자 해적을 사살했지. 그런데 말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 그 해적도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만약 결혼을 했었다면 누군가의 남편이었을 것이고, 또 만약 아이들이 있었다면 누군가의 아빠였을 것인데 말이야.”
“에이, 팀장님! 그건 너무 자책이 심하신데요. 애초에 말 그대로 평화롭게 유람하던 유람선을 납치하고 승객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금품을 모두 빼앗았던 놈들이 그 해적 놈들 아닙니까? 그리고 그런 해적질을 업으로 삼고 있었던 악하고 악한 놈들이 그 해적들인데, 뭘 그렇게까지 자책을 하세요. 만약 해적들이 승객들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총으로 쐈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것 아닙니까? 팀장님, 그건 자책할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하셔야 되는 건데요. 안 그런가요?”
“그래, 우리 부대 대장님을 비롯해서 사령관님과 장관님도 꼭 자네처럼 그렇게 말씀하셨지. 정말 훌륭한 임무수행이었고 대담하고 단호한 행동이었다고 칭찬을 하셨어. 나를 상담하고 치료해 주었던 국군병원 담당 의사도 그런 긍정적인 면에 나의 포커스를 맞추라고 조언을 해 주더군. 선을 위한,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의 불행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이 행한 정당하고 적법한 군사작전이었으니 당당하라고 말이야. 물론 그분들의 말이 다 맞아. 나도 알아. 다만 다른 것을 모두 떠나서, 내가 어느 한 사람의 생명을 잃게 했다는 것은 사실이잖아. 그래서 내가 군대 얘기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 군대 얘기를 하다 보면 꼭 생각이 나거든… 그 해적이 ….”
“팀장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요. 그렇지만 팀장님은 그 해적에 대해서 전혀 미안해하시거나, 죄책감 같은 걸 느끼실 필요가 진짜 전혀 없으세요. 그 해적들은 자신들이 그런 행위를 시작할 때부터 스스로 자신들의 생명을 내어놓고 해적질을 시작한 것이거든요. 모든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걸맞은 처벌을 받아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행위자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경미한 처벌이 따르고, 흉악하고 중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는 엄하고 중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저는 오히려 지금보다 아주 오래전 그 옛날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이 더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생각을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말입니다.”
박형사가 목소리 톤을 높이며 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어, 박형사. 흥분하지 마. 그리고 나 아주 멀쩡해.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박형사 말이 맞아. 그 해적들은 유람선을 목표로 삼고 승객들의 생명을 위협한 때부터 자신들의 생명을 내어놓고 해적질을 한 거야. 내 말은 그냥 그렇다는 거야. 가끔 그냥 인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뿐이야. 나 멀쩡하니까 진정하라고.”
“팀장님, 그럼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만약 그 해적 사건과 똑같거나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팀장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만약 그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역시 나는 똑같이 행동하겠지. 무고한 시민들이나 승객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면, 그리고 나에게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면, 그리고 그게 정당하고 적법한 명령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또 그렇게 하겠지. 내가 상대방인 해적의 편을 들어줄 어떠한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야. 난 당연히 똑같이 할 거야.”
“그렇죠! 팀장님은 정상이십니다! 하하하! 저도 만약 팀장님과 똑같은 입장이었다면 당연히 해적을 사살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팀장님처럼 약간의 미안함이나 죄책감? 그런 것은 전혀 안 느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박형사야. 그건 모르는 일이야. 그런 것은 자신이 직접 몸소 겪어봐야만 알게 되는 것이거든…. 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고. 혹시 외교부에서 보낸 공문이 있는지 그거나 한번 체크해 봐.”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박형사는 자신의 업무용 PC의 마우스를 움직이며 전자문서를 확인했다.
“팀장님! 외교부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제가 열어 볼까요?”
“그래, 열어봐. 어떤 내용이 회신이 되었는지 궁금하네.”
정수호는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하나 넣고는 정수기의 온수를 따라 넣고 찻숟가락으로 저었다. 그리고 박경호 형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PC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던 박경호 형사가 정수호 팀장을 보며 말했다.
“팀장님, 뭐 별거 없는데요. 정영욱의 인적사항과 여권번호, 그리고 그 여권이 유효한 상태라는 것, 그리고 정영욱이 별다른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프랑스에 체류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별표(*)로 중요표시를 한 곳에는 정영욱의 프랑스 내 주소지와 직업 및 직장에 대한 내용은 ‘프랑스 측의 거부로 확인 불가’ 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 간에 맺은 형사사법공조 내용에 맞지 않는 일반적인 사실조사 협조의뢰 공문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의무가 없다는 내용입니다.”
“음…. 뭐, 어쩔 수 없지. 정영욱이 박상기를 자동차 사고로 위장해서 살해했다는 명확한 물적증거는 아직 없으니까, 아직 피의자도 아니고 범죄 혐의에 대한 입증 자료도 없으니…. 알았어. 일단 그 회신문서 프린터로 출력해서 박상기 차량 추락사건 폴더에 넣어놔라.”
“예, 알겠습니다.”
정수호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서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천천히 모두 마셨다.
연한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시는 정수호는 가끔 커피와 설탕과 크림이 믹스된 커피를 마실 때가 있었다.
방금 전처럼 아주 드물게 군대 얘기를 할 때나 또는 옛날이야기를 할 때면,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믹스된 커피가 입에 당겼다.
커피를 다 마신 정수호는 종이컵을 휴지통에 넣고 다시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때 정수호의 스마트 폰에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띠링 ~ ‘
정수호는 책상 위에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문자 메시지를 열었다.
‘제보합니다’ 라는 문자와 함께 사진이 몇 장 첨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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