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게나 권하는 것?!

5. 개미지옥 같은 '지역주택조합'

by 정글월

5. 개미지옥 같은 '지역주택조합'


그는(이하에서는 B라고 칭함) 자신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찾고 공부하면서 '지역주택조합'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B는 스스로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지역주택조합' 여섯 글자만 쓰고 엔터키만 눌렀어도 자료가 수두룩하게 나왔을 텐데....

자신에게 괜찮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곳이 있다며 모델하우스(실제로는 주택홍보관)를 알려준 지인도 원망했다. '그 사람은 지역주택조합임을 알면서도 나에게 그것을 추천했을까? 아니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추천했을까?'라고 자문해 보았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B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들 대부분은 부정적이고 암울한 것이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아파트 입주까지 성공한 케이스가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극소수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 있는 등 부정적인 언론 보도 내용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B에게 등기우편이 하나 배달되었다. ‘(가칭)○○○지역주택조합’에서 보낸 우편이었다.

1차 계약금 1,500만 원을 정해진 날짜까지 입금하라는 내용이었다. 계약금은 1, 2차로 나누어 입금을 해야 하는데, 1차 1,500만 원, 2차 1,500만 원 도합 3천만 원이었다. 그 후에는 분담금을 여러 차례 나누어 입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B가 주택홍보관을 방문했던 날 가계약금으로 500만 원을 송금한 것까지 포함하면 계약금은 도합 3,500만 원이었다.


B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가입한 '○○○지역주택조합'(시행사)은 '(주)○○○산업개발'을 업무대행사로 선정하고 같은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B는 그것도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시행사 및 업무대행사 관계자들은 해당 주택조합 사업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같은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고 했었다.


B는 '○○○지역주택조합'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B는 계약에 문제가 있으니 책임자를 바꿔달라고 하였다. 잠시 뒤 업무대행사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네, 조합원님. 업무대행사 본부장 ○○○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저는 처음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줄 알고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이거 지역주택조합의 조합 가입계약서더군요. 왜 처음부터 사실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나요? 그리고 자료를 찾아보니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매우 위험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이 마무리되어 아파트에 입주하는 케이스가 별로 없더군요. 저 이 계약 취소하고 싶은데요."

B는 차분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취소 의사를 밝혔다.


상대방은 사무적이지만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조합원님, 계약서 작성하실 때 계약서에 '지역주택조합 조합 가입계약서'라고 분명히 인쇄된 것 보셨잖아요. 그리고 조합원님께서 직접 사인을 하셨잖아요. 저희가 사인을 하라고 강제로 강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리고 지금 조합원 모집이 80%가량 이루어진 상태이고 사업도 아무 이상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조합원님들께 등기우편을 다 발송을 해 드렸는데요. 조합원님께서도 받으셨죠?"


"예, 받기는 받았습니다만.... "

B가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재빨리 말을 걸었다.

"혹시 주위 분들이 부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걸 들으셨거나, 언론 기사에 나온 부정적인 내용들을 보시고 전화를 주신 것 같은데요. 사업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어서 아파트 입주까지 한 조합원님들 케이스가 많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성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을 믿고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업이 잘 진행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토지를 구매해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조합원님들께서 1,2차 계약금과 분담금을 제때에 납부해 주셔야 저희들이 열심히 일도 하고, 지주들한테 토지도 매입할 수 있는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요. 저희들을 믿으세요. 그리고 저희가 발송해 드린 우편물 내용대로 계약금을 정해진 날짜에 입금해 주세요. 그래야 사업이 빨리빨리 진행됩니다."


B는 본부장이라는 사람과 약 1시간여 동안 통화를 했지만, 결국 정해진 날짜까지 1차 계약금을 입금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 B는 화를 내기도 하고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본부장은 끝까지 매너 좋고 젠틀하게 대응했다. 그가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그의 말대로 따르는 것이 금전적으로 손해가 덜한 것이고,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더 저렴한 신축 아파트를 하나 갖게 되는 방법인 것 같았다.


본부장이라는 사람의 설명은 이랬다.

B가 정말로 자신들이 추진하는 사업을 못 믿겠다면 계약을 취소해도 좋으나, 이미 납입한 가계약금 500만 원은 당연히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와 더불어 1차 계약금 1,500만 원의 납부도 정해진 날짜까지 납부하겠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부정적인 사람들의 말만 듣고,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언론 기사만 보고 계약을 취소하기에는 B의 금전적인 손해가 너무 많다는 것이 본부장의 말이었다. 오히려 자신들을 믿고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본부장의 언변은 참으로 대단했다. 인터넷 뉴스 기사들과 각종 자료들을 보고 흥분했던 B는 본부장과의 1시간의 전화 통화에서 부정적인 시각은 사라지고 마음이 진정된 상태에서 자신의 아파트를 갖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보았다.


그렇게 B는 1차 계약금 1,500만 원을 정해진 날짜에 입금했다.

그리고 B는 이제 더 이상 인터넷 뉴스나 자료들에서 '지역주택조합' 관련된 것은 일부러 찾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사업이 잘 진행되어 자신이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스스로 깨기 싫어서였다. 그렇게 시간은 수개월 더 흘러 2차 계약금 1,500만 원까지 입금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커피타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를 할 때였다. 동료 직원이 자신의 조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 직원의 조카가 약 3년 전에 지역주택조합에 가입을 했는데 지금까지 납입한 돈 4천만 원 정도를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었다.


직원의 조카가 조합에 가입한 곳은 경기도 평○시 ○○지역에 있는 지역주택조합인데, 시행사 측 조합장(사업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 직원들이 업무추진비 등 명목으로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이미 다 소진한 것이 밝혀져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법적 공방만 이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조카가 조합에서 탈퇴를 하려고 해도 그것 조차도 쉬운 게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스스로 탈퇴를 하려고 해도 이미 납입한 금액 중에서 업무추진비 1,200만 원은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약금도 상당한 액수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어서, 조합에서 탈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겨우 몇 백만 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의 조합원 수는 600여 명 정도 된다는 것이었다.


직원들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스마트폰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며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와~! 600명 곱하기 업무추진비 1,200만 원이면 72억 원이네요. 72억 원을 시행사 측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측 직원들 몇 명이 꿀꺽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20명이 나누어 가졌다고 가정하면.... 와~! 3억 6천만 원, 1인당 3억 6천만 원을 꿀꺽한 셈이네요. 업무추진비는 계약서 작성하는 순간 이미 그들 돈이에요. 다들 업무추진비는 돌려주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B는 그 직원이 하는 말에 머리를 아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또다시 불안감이 B를 엄습했다.

B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설마 내가 가입한 조합이 그렇게 되겠어?'

그러나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B가 말했다. '확률은 50%야. 그 설마가 현실이 될 수도 있어.'


B가 조심스럽게 조카 얘기를 한 직원에게 물었다.

"빠져나올 방법은 없다고 하던가요? 계약을 취소하거나, 아니면 이미 납입한 돈을 최대한 가져 올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하던가요?"

"이미 납입한 돈을 손해 없이 최대한 그대로 가져오려면 그 놈들이 처음부터 사기를 칠 목적이었다는 것을 밝히는 등 입증자료가 있어야 된다고 하던데, 그 놈들이 작정하고 그렇게 판을 짜는데 어떻게 그들을 당해 내겠어요. 그리고 규모가 큰 업무대행사들은 다 변호사 한 명씩 끼고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당한 조합원들 입장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납입한 돈을 어떻게든 최대한 손해를 안 보기 위해서 변호사를 살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러려면 또 변호사 비용이 들어가니까 설상가상이지요.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으로 대응해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변호사 비용을 생각하면 결국 조합원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지역주택조합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야 해요. 오죽하면 원수에게 권하는 것이라거나, 개미지옥이라거나 하는 그런 말들을 하겠어요."

"아~, 그래요.... 에휴...."

"왜 그렇게 힘이 하나도 없는 표정이세요? 왜 그러세요?"

"저도 다른 지역에 있는 지주택 조합(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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