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조리실무사의 일상
요즘 어딜 가나 흑백요리사 얘기고 방송가에서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쉐프들을 섭외하고, 다양한 패러디가 나오고 그야말로 흑백요리사 모르면 대화에 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말 훌륭한 쉐프분들이 나오셨지만 초등학교 조리사 출신의 급식대가님의 행보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더라.
지금은 퇴직을 하셨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조리실무사 한 명과 함께 120명의 급식을 책임지셨다는 급식대가.
급식대가님의 손맛에도 집중이 되었지만, 2명이 120명의 급식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급식대가님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2명이 120명의 급식을 만든다는 일,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원재료가 입고되고, 학생들의 점심시간 전에 모든 조리를 완성해야 하는 학교 급식.
급식 메뉴에 따라 시간이 여유 있는 날도 있고 시간이 부족한 날들도 있다.
매일매일의 메뉴는 변하지만, 조리시간과 근무자는 동일하다.
그리고 학생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점심시간이 되면 급식실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지난주 금요일 우리 학교 급식 메뉴.
밥버거, 유부된장국, 블루베리피클, 짜장 짬뽕군만두, 마카롱.
식판만 보면 휑~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 메뉴를 만들기 위해서 조리사와 나는 발 동동 거리며 만들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피클과 마카롱은 완제품이 입고되었고 군만두도 오븐에 돌리기만 해서 큰 손이 가진 않았다.
문제는 밥버거.
밥버거 안에 참치단무지마요와 볶음김치가 들어갔고 하나하나 모양을 만들어 냈다.
밥버거 크기가 작아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간 밥 양은 학생들이 평소에 먹는 양보다 많다.
무스비 틀에 밥을 깔고 볶음김치를 올리고, 참치마요 올리고, 다시 밥을 올려서 꾹 눌러주면
밥버거 하나가 완성된다.
학생들에게 1개씩 배식하고, 추가 배식을 생각해요 좀 더 여유 있게 만들고, 성인들은 원하면 2개씩 배식했다.
김밥을 먹을 때 평소 먹는 양보다 더 많이 먹는 것을 감안해서 혹시 양이 부족할까 싶은 마음에 추가로 급히 밥도 새로 지었다.
발 동동거리며 만든 보람이 있게 학생들이 맛있게 먹어 주었고 잔반도 거의 나오지 않는 날이었다.
양도 부족하지 않아 더할 나위 없이 다행스러운 급식이었다.
3년 전, 2학년 때 우리 학교로 전학 온 학생.
전학 왔을 당시 김이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는 집에서 항상 김을 가지고 등교를 했다.
급식실에 올 때면 항상 도시락김(큰 사이즈)를 들고 왔고 다른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 오로지 김으로만 점심을 먹었다.
게다가 한눈에 봐도
'나 잡곡밥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비주얼의 밥이 나오는 날에는 김만 먹고 가는 날도 있었다.
그러던 아이가 3학년 때부터는 김을 가져오지 않았다.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김 가지고 등교하는 것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기에.
노력하면 조금씩 더 먹을 수 있다고 담임선생님도,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우리도 그 학생을 응원해 나갔다.
억지로 먹으라고 하면 헛구역질까지 하고, 입에 물고 삼키지 못한 채 우물우물 하는 모습을 보니 먹는 게 저렇게 괴로울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하는 날들도 제법 많았다.
그랬던 그 학생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식판을 깨끗하게 비웠다.
게다가 시금치나물이 나온 날이었는데 시금치나물까지 싹싹 먹었다.
급식실에 있던 학생들도 모두 축하해 주었고 (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어린아이들 눈에도 대단해 보일 정도의 일) 그런 칭찬이 좋았는지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 아이를 사진으로 남겨 둔 조리사.
그리고 그 사진을 출력해서 급식실에 전시했다. 선생님들도 웃으면서
"요즘은 밥만 잘 먹어도 이렇게 칭찬받는 세상!"
이라고 하셨지만 전교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이슈 아닌 이슈였다.
실은 조리사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작은 김치 한 조각도 못 먹는 아이에게 정말 작은 조각부터 맛을 알게 해 주었고 다양한 야채들도 먹을 수 있게 작은 크기로 잘라 조금씩이라도 주었었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김이 나오는 날에는 특별히 김 몇 장이라도 더 챙겨주며 오늘 밥 더 맛있게 먹으라고 당근 효과도 종종 쓰기도 했다.
그랬던 3년의 노력이 빛을 본 날이다.
그러니 우리 학교에서는 큰 이슈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 급식실에서 종사하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영양사들이 학생들의 점심 한 끼에 많은 노력을 갈아 넣어 만들고 있다.
우리 모두가 급식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