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초등학교 조리실무사 일상

by 언젠가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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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을 앞두고 조리사의 연수 일정이 있어서 대체 근무자와 2일간 급식 준비를하게 되었었다.

기존에 함께 손발을 맞추던 대체 근무자분이 개인 사정으로 더 이상 근무가 어렵다고 하셨기에, 교육청 인력풀통합시스템에서 대체 근무할 분을 섭외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조리실무사로 20년 동안 근무를 하시고 작년에 퇴직을 하신 대선배님이셨다.


몇 년 전에도 이렇게 경력이 많은 분이 대체 근무자로 오셔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의 자랑만 한가득하고, 업무는 대충 설레설레하고, 일하고 있는 나에게

"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말하며 훈수만 두고 가셨던 분이 계셨었다.


경력이 많은 분이 오신 다기에 그분의 노하우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런 나의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었다.

이때의 기억이 좋지 않아서인지 이번에 오신다는 대체 근무자분을 만나기 전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었다.



이번에 처음 뵌 대체 근무자 분과 첫인사를 나누고서 내 걱정이 헛된 걱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선한 인상과 다정한 말투, 출근하자마자 조리복으로 환복하시고 바로 일을 시작하려는 모습에서 그 분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20여 년간 조리실무사로 근무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말투로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시켜만 주세요. 나는 잘 모르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요."


본인 경력의 절반도 못 미치는 내가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본인의 스타일을 내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역으로 질문을 하면서 그 분의 숨은 노하우를 훔쳐 오고 싶었다.


학교 급식실은 방학을 앞둔 마지막 급식을 한 후 급식실 청소를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한다.

대체로 오시는 분들은 평소보다 많은 업무(특히 청소)를 요청드리면 불편한 내색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 분은 오히려 본인이 먼저 트렌치 청소를 하자고 말씀하셨다.


일은 성실하게, 겸손한 언변으로 끝까지 업무를 마치신 그 분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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