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조리실무사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근무 환경이 어떤지, 근무 복장은 어떻게 입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첫 출근을 했었다.
첫 출근하기 전 조리사가 내 옷 사이즈를 미리 물어보고 새 옷으로 구입해 주어 나에게 주었다.
(간혹 신규 입사자에게 헌옷을 주는 학교도 있다고 합니다;;;)
내가 앞으로 입어야 할 조리복은 하얀 고무줄 바지에 촌스러운 색의 카라티…
급식 준비를 하고 청소를 하기에 적합한 위생 기준을 갖추고 있는 옷을 입어야 하는 게 맞지만 솔직히 촌스러움의 극치였다.
게다가 기능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펑퍼짐해도 너무 펑퍼짐한 하얀 위생복 바지..
활동하기에는 좋았지만 이건 뭐 별로다 별로야…
겨울철에는 똑같은 디자인의 기모 바지를 입었고 상의는 4계절 내내 동일했다.
다만 겨울철에는 패딩조끼가 추가 지급되었고 여름철에는 규정상 반팔을 입을 수 없어서
30-40도를 육박하는 조리실에서 긴팔 상의를 입고 일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학교 급식실에 종사하는 조리사, 조리실무사들이 이런 복장을 입고 일을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위생복 구입에 대해 상당히 '허용적'이라는 점이다.
간혹 어떤 학교들은 급식실 예산 중에 소모품비 - 위생복 구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위생복 구입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다 한다.
아니, 왜들 그러는 겁니까!!
예전에 우리 학교에 대체근무를 하러 오신 분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학교는 대체근무자 조리복도 깨끗하고 너무 좋네요.
어떤 학교는 바지 밑 부분(속옷이 닿이는 부분)이
누런 옷을 입으라고 주는데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라고 말씀하셨었다.
대체근무자도 엄연한 근무자인데, 낡고 비위생적인 조리복을 줄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도 많다는 것이다.
제발, 그러지 마요!!
대체근무자들에게도 깨끗한 조리복을 준비해 줍시다!!
그게 기본 아닐까요?
조리실무사로 근무한지 5년 차.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낡은 급식실은 부분적으로 현대화되었다.
급식실 기구들이 현대화가 되면서 근무자의 업무 효율이 올라가게 되었다.
터무니없이 촌스럽고 기능성 없던 조리복도 나름 멋지게 변화했다.
촌스럽고 투박하기만 했던 조리복 대신 내 취향이 적극 반영된 디자인,
게다가 기능성까지 갖춘 조리복을 입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작년부터 조리사와 상의 끝에 우리는 기능성이 있는 옷을 찾다가 요가 옷 브랜드인 안다르 옷을 입기 시작했다.
나름 가격대가 있긴 했지만 그만큼 기능성이 좋아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의 겨울 조리복을 새로 구입했다.
안다르 겨울기모바지와 상의.
매일 세탁을 하고 건조기에 넣는데도 색 변함도 없고 줄어들지도 않는다.
팔을 움직이는 데 불편함 없고 길이도 엉덩이까지 와서 조리복으로 딱 좋다.
패딩조끼는 3년 전에 구입했는데 올겨울에 입기에도 아직 손색이 없어서 상의는 기모티셔츠만 구입했다.
지금 나는' 안다르'를 입고 일을 한다.
위생 모자에도 촌스러운 핑크 테두리가 없는 깔끔한 하얀 위생 모자를 쓰고 있다.
무거운 고무장화 대신 스티코 조리화를 신는다.
옷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마음이 왠지 새롭다.
일도 고생스러운데, 옷까지 불편하면 안되잖아요?
게다가 촌스러우면 더더 싫다고요!
물론 조리실무사로 10-20년 오랜 시간 동안 일하신 분들에게는 기존의 조리복이 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근무자들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기능성을 가지고 있는 좋은 옷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굳이 예전의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