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첫 경험이 강하게 다가오는 법.
반복되는 경험에는 기쁨도 슬픔도 좌절도 첫 경험만큼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나에게는 실패가 그러하다.
지난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채용공고에 부지런히 지원하고 있지만 연이은 낙방에 이젠 그려려니 하고 있다.
첫 실패는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그래도 서류합격은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연이은 불합격 통보에 어두운 방에서 혼자 소리내어 울고 울었다.
그 때 나는 내가 왜 당연히 서류합격은 할 것이락 생각했었을까?
얼마 전 새롭게 올라 온 채용공고를 보고 다시 지원을 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면서 지난 번 작성했었던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어 보고는 내가 왜 서류 탈락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자기소개서는 10여년 전에 머물러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긍정적이다, 이런 멘트들로 가득 차 있는 자기소개서......
경력보다는 나의 마인드를 봐 달라는 어린애 투정같은 자기소개서가 통과 되는 게 더 이상했을터.
그래서 이번에는 자기소개서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 넘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고치고 반복하며 공들이고 공들였다.
전 날 써 놓은 자기소개서를 다음 날 읽어보면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보였고 띄어쓰기와 맞춤법도 하나하나 수정해 나가면서 마무리 했다.
그리고 총 4군데의 교육지원청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어제 지원했던 교육지원청 중 한 곳의 서류발표가 있었다.
가을보다 마음을 내려놓긴 했지만, 기대를 전혀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오후 2시에 서류합격자 공고가 올라온다고 했지만 아침부터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확인했다.
정확히 오후 2시가 되니 서류합격자 공고가 올라왔다.
내 응시번호는 137번.
서류합격자에 135번은 있는데 137번은 없었다.
나는 또 서류조차 합격하지 못했다.
연이은 실패라 첫 실패만큼 쓰리진 않았지만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고질병인 두통이 시작되었다.
실패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아직 3군데의 교육지원청 발료가 남아있긴 하지만......
나는 실패에 적응하는 연습을 할 건지, 아니면 면접 준비를 하게 될 수 있을지.....
차라리 같은 날 발표가 나면 좋으련만
하루 걸러 하나 발표, 하루 걸러 하나 발표 이런 식이니 나는 며칠동안 빨라진 심장박동수에 익숙해져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