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의 단톡방, 엄마는 고민이 많아졌다.

by 언젠가는작가

초등학교 6학년, 5학년인 우리 집 아이들도

당연히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아이들과 마찰을 겪은 적은 없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게임을 즐겨 하는 편도 아니고

(딸은 게임을 하지 않고

아들은 피파 정도)

유튜브 시청도 과하게 하지 않아

시간제한을 따로 정해두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사용하되

사진, 영상은 주고받지 않으며

단톡방은 금지라고 평소에도 얘기해 두었었다.

다만 학교행사, 과제로 인한

단톡방은 허용해 주었다.


얼마 전 딸아이와 산책 중 이런 얘기를 하더라.

"엄마, 우리 반에 내가 모르던 단톡방이 있더라."

이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자아이들 경우

단톡방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는 걸

주변에서 많이 들었기에.

침착함을 유지한 채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모르는 단톡방? 그게 왜 있는 거야?"

"피구대회 준비로 연습을 하려고 아이들이 만든 방이야.

나는 피구 연습하러 못 간다고 해서 안 갔거든.

피구 연습하러 모인 애들이 만든 단톡방이래."

"그래? 너는 왜 피구 연습하러 가지 않은 거야?"

"나는 학원 시간하고 안 맞았고,

주말에는 가족 일정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었지."

"그 단톡방에 너희만 아이들이 다 들어가 있는 거야?"

"여자애들은 8명 들어가 있어."

(단톡방에 들어가 있지 않은 여자아이들 몇몇은

반에서 아주 소극적인 친구 몇몇과 우리 딸뿐이었다.)


"너는 단톡방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태태(딸의 절친)가 얘기해 줬어."

"아, 그렇구나.

그럼 너는 그 단톡방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태태가 들어올래?라고 물었는데

내가 안 들어간다고 했어."

"왜 안 들어간다고 한 거야?

태태는 그래도 네가 신경 쓰여서 하는 말일 텐데."

"단톡방도 예전에 만든 거라 하고

딱히 하는 말도 없는 거 같아서.

그리고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 말을 하는 딸아이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분명 본인만 빼고 친한 친구들이 들어가 있는

단톡방에 대한 서운함이 잔뜩 느껴졌을 터.

"반에서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거지...?"

조심스럽게 딸에게 물었다.

"어, 나는 누구하고도 놀고 누구하고도 놀고 다 잘 지내.

그냥 단톡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니까

더 이상 단톡방 얘기하지 마."

그렇게 딸아이는 나에게 단톡방 얘기 금지령을 내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딸아이는

마음이 단단하구나라는 사실에 놀랐지만

나는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남자아이들이 단톡방이라면

쓸데 없는 영양가 없는 내용들뿐이겠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 여자아이들의 단톡방은

왠지 너무나 신경이 쓰였다.

딸아이의 말처럼

아이는 반에서 활발에게 아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잘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불편한 건

엄마인 내 과잉보호인 걸까?

아니면 딸아이가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있는 걸까?


단톡방 사건을 알기 며칠 전

새 학기 상담을 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아이의 표정이 너무 밝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리더십도 있다고

좋은 얘기만 해 주셨었다.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믿고 싶다.

딸아이의 말도 그대로 믿고 싶다.

나만 걱정인형이 되어 버린 거라고,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멍충이맘처럼 담임에게 연락해서

반 아이들의 단톡방에 대해 논의해볼까?

살짝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가 단톡방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도 아닌데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엄마인 나부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 아이를 믿고, 선생님을 믿고

아이와 친한 친구들을 믿어야지.

무엇보다 엄마 아빠에게 아직까지는

비밀 없이 모든 것들을 얘기해 주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믿고 기다리며

앞으로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아야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맛에 일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