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4살부터 맞벌이를 시작했으니
맞벌이부부로 지내온지 언 9년 차가 되었다.
초반에는 집안일로 다툼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업무분장이 되었다.
가끔은 남편에게
분리수거 통이 꽉 차 있는 건 내 눈에만 보이고
세탁기 다 되었다는 알림 소리도
내 귀에만 들리는 거니!!!
하며 버럭 화를 낼 때도 있지만^^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무던한 성격이라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잘 지내오고 있다.
월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나섰지.
독감에 걸렸지만 어제 컨디션이 살아난 남편이
세차를 하러 나갔었다.
우리 집 세차 담당은 남편이다.
세차를 포함한 엔진오일 교체, 에어컨 필터 교체,
자동차 정기검진, 보험 관리 등등
차에 대한 1-10까지 모든 것은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다.
독감 확진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남편이라
기계 세차 정도 했겠거니 했는데...
어머머,,,, 이거 내 차 맞아??
이렇게 광나고 있는 저 차가 내 차 맞아?
파리가 앉아 있다가 미끌어 질듯한
광택이 나는 저 차 내 차 맞지?!!
그동안 송홧가루, 비로 인해
뿌옇던 앞 유리의 묵은 때가 벗겨졌다.
내가 세신을 한 것처럼,
내 눈에 끼여있던 먼지망이 사라진 것처럼
깨끗해진 앞 유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대로라면 천근만근 무거운 몸으로 시작하는
월요일 출근길이었을 텐데
우렁이 각시 남편 덕분에
기분이 좋아짐은 물론
발걸음도 이렇게 가벼워지다니!!
외부는 물론 내부에도 먼지 한 톨 없다.
세차도 해 주고 에어컨 필터도 갈아준 남편!!
당분간 집안일 왜 안 하느냐로 어쩌고저쩌고
잔소리하지 않을게!!
귀요미 내 요를레이가 더 귀여워 보이는 오늘.
남편의 배려로 기분 좋게 시작하는 월요일.
생각해 보니
내가 하는 차 관리라고는
기름을 주유하는 것뿐이더라.
심지어 셀프주유도 하지 못했었는데
점점 셀프주유소만 생겨나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주유하기 시작했었지.
셀프주유해 보니까 별거 없던데
난 그게 뭐라고 무섭다며
(기름이 튈까 봐 무섭다고 안 함. 못함)
남편에게 기름 넣고 와 달라고 했었지...
형광등도 직접 갈 수 있었던 나였는데
이젠 형광등 빼는 거도 못 하고(안 하고)
에어컨 필터 청소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캠핑을 십수 년 다녔는데도
텐트도 못치고 테이블도 혼자 못 펴;;;
알게 모르게 남편도 집안일을
꿋꿋하고 묵묵하게 해 왔었구나.
맞벌이부부라면
집안일로 푸닥거리 안 하는 집이 없을 텐데
잘 돌이켜보면
아내를 위해, 남편을 위해
보이지 않게 조용히 묵묵하게
본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맞벌이부부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