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할머니의 기일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성묘를 다녀왔다.
제사는 지내지 않기로 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음식을 준비해 오신다.
특히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음식인 개떡을 매년 손수 만들어 오신다.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봄이 되면 할머니는 쑥 캐러 다니기 바쁘셨다.
직접 쑥을 캐서 손질하고 방앗간에 들고 가서 가루로 빻아왔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의 개떡 만들기는 최고로 분주했다.
내 기억에 할머니는 매일 개떡을 만들었고 교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바쁘셨다.
사람들은 어쩜 떡을 이렇게 맛있게 만드시냐며 할머니의 솜씨에 감탄을 했고 어린 나에게는
이렇게 맛있는 개떡을 매일 먹어서 좋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쑥향이 진한 개떡이 맛있을 리 없었기에 나는 개떡을 입에도 대지 않았었다.
할머니가 먹어봐라 먹어봐라 남들은 없어서 못 먹는 귀한 떡인데 왜 안 먹냐면서 참기름과 소금을 듬뿍 바른 개떡을 하나 쥐여주면 참기름 맛으로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 보고 있나?
지금은 쑥향 진한 개떡, 없어서 못 먹는다.
모양을 막 만들어서 개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지만 할머니는 개떡을 개떡같지 만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구부정한 허리를 더 구부정하게 굽은 자세로 앉아 손끝으로 아주 야무지고 반듯하고 이쁘게 개떡을 빗었다.
할머니의 개떡이 생각이 날 즈음에 엄마의 개떡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할머니 성묘 가는 당일 새벽에 엄마가 직접 만들어서 가져온 개떡은 솔직히 할머니의 솜씨만은 못하다;;
하지만 맛있다.
그리고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알기에 더 쫄깃하고 더 진하고 더 맛있게 느껴진다.
엄마가 빚은 개떡을 집에도 몇 개 가지고 왔다.
식은 개떡을 후라이팬에 구운 후 참기름을 아낌없이 발라주어 개떡에 호사를 누리게 해 주었다.
참기름 듬뿍 바른 개떡을 먹으며 나야말로 호사를 부린 하루.
할머니, 우리 잘 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