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찔러버려. 심장 깊숙이."
그날 여름 길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고양이가
차에 치인 채 누워 있었다.
숨이 식어가며 서서히 흩어지는 형체.
햇빛 아래, 그 냄새마저 바람에 섞여 사라지던 오후.
나에게도 그렇게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이 있었다.
부드럽게 감싸던 온기가
어느 순간 낯선 무게로 변해
아래로, 더 아래로 스며들어
희미한 빛을 깎아내고,
속살 깊은 곳을 천천히 훑었던 그 기억.
깨어나 보니 모든 게 사라져 있었지만,
그날의 숨결만은 꿈속처럼 또렷이 남아 있었다.
깨어났을 땐, 형체도 이유도 없이 사라져 있었지만,
그 감촉만은 아직도 몸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었다.
서랍 속 깊이 넣어두고 아무도 열지 못하게 잠가두면서도,
최대한 멀리 밀어두려 해도 오히려 더 선명해져
나는 그 날을 잊지 못했다.
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누구…?”
라일의 목소리가 낮고 조심스러웠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혀끝에서 사라진,
이름 없는 장면.
라일은 가만히,
가시에 손을 얹은 내 모습을 본다.
그 기억은, 내 숨을 삼켜버릴 만큼 깊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뻔뻔하게도 살아 있었다.
어느 날,
모서리에 걸린 빛 한 줄기 때문에.
어느 날,
낯선 사람이 건넨 물 한 잔 때문에.
또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온기 때문에.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내 숨을 붙잡아 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
라일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래도, 너가 있어서 난 다행이야.
넌 내가 가장 두려운 게 뭐냐고 했지? 나는…”
라일이 말끝을 흐린다.
“너가 날 잊어버릴까 두려워.”
맥주 캔을 책상 위에서 굴린다.
캔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멈춘다.
“네가 날 잊어버리는 순간.
그게 내 끝이니까.”
설마. 죽기 전까지 내가 널 잊겠어?
치매가 걸린다면 모를까.
만약 치매가 걸리더라도,
우리가 썼던 그 노래들을, 그 순간들을 틀어준다면…
내가 널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정 그래도 기억 못 한다면, 허락해줄게.
날 찔러버려. 심장 깊숙이.
그냥, 피가 철철 나도록.
널 잊는다면… 난 그래도 싸.
라일은 입술을 꾹 누르며 웃는다.
“그럼 우리, 둘 다 약속이야.
그때가 되면, 우리가 서로를 찌르더라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미리 사과할게.”
어디선가 작은 음악이 번졌다.
누군가 흘리다 만 노래,
아무도 듣지 못하는 노래였다.
창밖의 달이 그 선율에 맞춰
조금씩 차올랐다.
나는 그 노래를 따라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의 달—
손톱만큼 남아 있던 달.
떠나갈 때가 다가왔음을
이미 알고 있던 그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