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머나먼 해탈

by 지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법X 스님의 법문을 가끔 경청하곤 한다.

내 주변의 크리스천 분들 중에서는 혀를 끌끌 차실지도 모르겠다. "박 집사, 교회에 다니시면서 왜 불교 채널을....?"

그러면 아마 이렇게 답변하리라.

"저는 종교 다원주의자입니다."

"네?"

"부디즘 크리스천이라고나 할까요."

"그거, 모순 아닙니까?"

"어떤 점에서는 그렇습니다."

"근데 왜...?"

"와인에 김치 안주를 먹는 경우는 없는 것처럼, 저 또한 불교와 기독교를 섞어서 음미(?) 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사이비 종교인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세인트 영 맨>


오늘, 법X 스님께서 내가 일하고 있는 학원을 방문하셨다.

합장을 하며 인사를 드렸고, 편한 자리에 모신 후에 스님의 귀중한 법문을 들었다.

일체유심조, 무아 등에 대하여.

커튼이 걷혀있는 창을 통해 광명이 스며들었다.

아니, 광명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은 여전히 세속의 어둠이었던 것 같다. 이 따위 한심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스님께서 애써 멀리 오셨는데... 헌금, 아니 시주금은 대체 얼마를 드려야 되는 걸까? 10만 원? 에이, 그래도 법X 스님이신데....'

한심한 중생이다.


한참 법문을 듣고 있는 도중에 자동차 주차하는 소리가 법문을 방해한다. 고개를 들어 내다보니 웬 봉고차가 학원 바로 앞에 주차를 하고 있다.

'대체 누군데 남의 영업장 바로 앞에...'

스님께 양해를 구하고 바깥에 나갔다.

수의사인 후배 '아쿠마(별명. '악마'라는 뜻의 일본어. 그에게 '아쿠마'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는 이렇다. 언젠가 그가 소개팅을 하였을 때 외모나 성격, 그리고 여타 사소한 조건들조차 나름 괜찮았음에도 상대 여성을 퇴짜 놓았는데, 그 이유가 고작 '그녀가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라나. 그래서 '악마'다.)'가 봉고차 뒷문으로 다가오는 것이 눈에 띈다. 아, 네 차였냐?

그가 뒷문을 열었을 때, 오, 마이 갓... 아니, 나무아미타불..... 좌석을 제거한 차 뒷자리에 새끼 고양이와 개 등, 동물들이 우글우글하다(설핏 원숭이도 본 것 같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자꾸 차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


아쿠마가 자기는 이 동물들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면서 내게 운전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아, 어쩐담. 귀하신 분의 말씀을 끊고 이런 딴청이라니. 아쿠마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후에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스님을 대면했는데 참으로 난감하다. '스님, 저 불쌍한 중생… 아니, 축생들을 급히 실어 날라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안 떨어지는 거다.


스크린샷 2025-08-25 오후 3.38.25.png 번뇌...


그 순간 눈이 확 떠졌고 나는 깨달았다.....

........ 가 아니라 그냥 깨달음 없이 눈만 떴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뜨자 스마트폰에서 법X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유튜브 채널을 듣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직후에 <법X 스님의 목탁소리>라는 채널로 자동 전환이 되었나 보다.

이런 신묘막측한 일이 다 있나. 잠결에 법X 스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는 하나 그게 원인이 되어 스님과 대면한 채 법문을 듣는 꿈을 꾸게 되다니!

확장되는 상상.

오, 그렇다면… 아이브나 뉴진스의 뮤비를 들은 채 잠이 들면 나는 꿈속에서 그녀들을 만나게 되는 것인가? 여덟 선녀에 둘러싸인, <구운몽>의 성진이처럼 되는 것인가?

오오, 그렇다면… 오구라 유나가 출연하는 무비를 틀어놓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 나는 그녀와 함께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가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 것이란 말인가! '심익현'이라는 가명의 주연으로!


수의사 후배의 별명이 '아쿠마(악마)'인 이유를 새삼 알 것 같다. 꿈속에서조차 나의 신성한 종교생활마저 훼방하는 존재인 것이다! 법문을 직접 전해 듣는 그 신성한 순간을 개꿈(실제로 개가 등장했다)으로 뒤바꿔 놓다니.....

아니, 그전에 나부터 반성을 해보자. 법문을 듣는 그 소중한 순간에 기껏 한다는 생각이 고작 사례비 10만 원이라니. 에라, 이 거지 똥꼬의 콩나물을 뽑아 먹을 자본주의의 사생아야….

꿈에서 깬 후에도 마찬가지다. 스님을 두고 한다는 생각이라는 게 고작 걸그룹 처자들이다. 이건 중생을 넘어 걍 축생 수준이다.

꿈속에서 개와 고양이, 그리고 원숭이까지 등장한 게 다 이유가 있다.


서포 김만중 선생이 썼다는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이는 적어도 축생 수준은 아니었다.

<구운몽>은 쾌락과 부귀영화의 삶이 부질없음을 설파하는 불교적 색채의 작품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그런데… 진정 제대로 배운 걸까?

-새로운 밸런스 게임 : 다음 중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

무인도에서 왕의 식탁으로 사는 대신 매일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살기
VS
무인도에서 채식만 하며 사는 대신 걸그룹 멤버들과 살기

스크린샷 2025-08-25 오후 3.31.58.png Who am I ? Hm........animal?



내 책장에는 영성에 관한 다음의 책들이 있다.

켄 윌버의 <무경계>,

오쇼 라즈니쉬의 <잠에서 깨어나라>,

아디야 산티의 <완전한 깨달음>, 그 외

<에고로부터의 자유>,

<법화경 마음공부>,

등등.

꿈에서 법문을 듣다가 잠에서 깨어나 다음과 같은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렀다.

I am,

부처님의 말씀보다,

아이브를 선택할 중생이다.

아니, 걍 축생이라 해두자.

DNA의 마리오네트랄까.


So, That is who I am.


책들은 죄다 갖다 버리자.

아니, 헌책방에 팔아 번 돈으로 장원영의 화보집 아이브의 음반이나 구매하자.



아이브의 <I am>. 이 곡은 <Golden>에 버금가는 띵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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