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개그 금지

-더러운 개그도 금지

by 지얼

한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나의 아저씨> 이후 내 최애 드라마였지.

10화는 진정 감동의 쓰나미였다.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금지'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반향어 금지

고래 얘기 금지

기러기 토마토 금지

그러나 무엇보다,

소개팅 나가서

아재개그 금지.


아재개그 남발로 최수연에게 차인 불쌍한 털보 아저씨.

중국에서 소개팅한 것도 아닌데 벌써 차이나.....

(그나저나 이런 류의 언어유희를 번역하기란 참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

털보 아저씨는 연애를 책으로 배운 것이다.....


스크린샷 2025-10-07 오후 2.34.54.png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바나나?" 하지 마, 이런 거.


그를 반면교사 삼아 철 지난 아재개그는 집어치워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예를 들면 뭐 이런 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소주만병만주소

여보안보여


가로세로 삼행시 :

개똥아

똥싸니

아니오


도서관과 화장실의 공통점 :

둘 다 학문(항문)을 닦는 곳


기타 등등.

20대 시절에 어느 여성과 통화하는 도중에 털보 아재처럼 제대로 까인 적이 있다.

내용인 즉 대충 이렇다.


나 : 오늘 점심 뭐 드셨어요?

수지 : 그냥 간단하게 라면 먹었어요.

나 : 라면이요?

수지 : 네.

나 : 라면, 하니까 문득 생각 난 건데, 웃긴 얘기 해드릴까요?

수지 : 뭔데요?

나 : 이거 진짜 웃겨요. 들어 보세요.

수지 : 네.

나 : 시골 잔치집에서 배 터지게 음식을 먹은 철수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과식을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차멀미가 났던 것일까요. 고속버스 안에서 문득 구토감을 느낀 철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토사물을 받아 낼 무언가를 찾고 있었어요. 누가 흘린 비닐봉지라도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던 철수는 앞 좌석 바닥에서 빈 라면봉지를 발견해요.

'살았다!'

철수는 그것을 주워 얼른 음식들을 게워내려고 했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걱정이 들었죠.

'라면봉지가 작다 보니 아무래도 흘러넘칠 것 같은데....'

그때 철수는 기발한 해결책을 찾았어요.

'아까 먹은 것을 다 토하면 흘러넘칠 테지.... 그래, 이를 앙다문 다음 이빨 사이로 국물만 빼내는 거다. 건더기는 입안에 남겨두면 되지.'

그리하여 철수는 이빨 사이로 줄줄 새는 국물을 라면 봉지에 한가득 담았어요.

하지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어요.

'근데 입 안에 있는 이 건더기는 어떡하지?'

철수에게 좋은 생각이 났어요.

'그래, 이건 그냥 삼키면 되지. 모처럼 영양 보충도 했는데 아깝잖아?'

그리하여 철수는 건더기를 꿀꺽 삼켰어요. 앗!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어요. 성급히 넘기다가 그만 목에 건더기가 걸린 거예요. 문득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철수는 결단을 내렸어요. 뭔지 알겠어요?


수지 : 모르겠는데요.

나 : 손에 들고 있던 라면 봉지 안의 국물들을 꿀꺽꿀꺽 다시 마신 거여요.

수지 : ....

나 : 그러고 나서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수지 : .........

나 : '꺼~~억. 국물 맛 좋~~ 타!'

수지 : ...............

나 : 하하하~대박 웃기지 않아요?

그랬더니 수지 왈,

끊을게요.

.....

.......

이렇게 대번에 까였다.



까이고 나서 문득 '아차!' 싶은 게 있었다.

'웃긴 얘기가 남아 있었는데.... 깜박 잊었다. 그 얘기를 했으면 아직도 통화를 하고 있었을 텐데....'


상상의 대화 :

나 : 철수가 들고 있었던 라면봉지 있잖아요, 그 라면은 과연 무슨 라면이었을까요?

수지 : 신라면이요?

나 : 아니오.

수지 : 너구리요?

나 : 아니오. 그 라면은 바로,

수지 : ??

나 : '이 몸이 새 라면'

수지 : .....

나 : 자매품, '바다가 육지 라면'

.............. the end


반향어 금지

고래 얘기 금지

기러기 토마토 금지

아재개그 금지


하지 마, 아재개그.


QWER, <흰수염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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