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저버리기
학생들에게 음계를 설명할 때 꼭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이끔음(leading tone)'이다.
장음계(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시'음이 이끔음이다. 장음계의 이 일곱 번째 소리 '시'음이 여덟 번째 음인 '도'로 강력하게 이끌기 때문에 부여된 명칭이다.
마지막 '도'음을 생략하여 ‘도레미파솔라시'까지만 소리를 낼 때, 다시 말해 시 음에서 연주를 멈출 때의 심정을 나는 이렇게 비유하곤 한다.
싸다 만 똥
결승선 바로 직전에 자빠진 달리기선수
새끼손가락 끝에 걸린 듯하나 끝내 나오지 않는 코딱지
어떤 개자식이 찢어버린 추리소설의 마지막 페이지
위 연주에 대한 댓글 반응은 이렇다.
자연단음계(라시도레미파솔라)의 일곱 번째 음인 '솔'음은 으뜸음인 8도 음 '도'와 장 2도를 이룬다. 반음 사이가 아닌지라 이끔음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하여 '솔'음을 반음 올려 이끔음의 역할을 하게끔 만든 음계가 바로 화성단음계(라시도레미파솔#라)이다.
이 화성단음계도 장음계와 마찬가지로 이끔음인 솔#까지만 소리를 내면(그러니까 '라ㅡ시ㅡ도ㅡ레ㅡ미ㅡ파ㅡ솔#') 나로서는 장음계의 경우보다 더 답답할뿐더러 노도와 같은 개짜증이 밀려오게 된다. '개킹 받는다'고나 할까.
언젠가 서성대(가명)라는 이름의 친구가 소개팅을 통해 썩 괜찮아 보이는 처자를 만난 적이 있다. 장난 삼아 소개팅 자리를 염탐한 나는 그들의 분위기가 좋아 그날밤으로 대실… 아니 '애프터'는 기정사실이라고 판단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성대가 말하기를 다음날 저녁 6시에 가까운 곳에서 또 만나기로 했단다.
다음날,
때 빼고 광을 낸 후 그녀를 만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모두 마친 성대.
때마침 같이 있었던 내게 "그럼 다녀올게"라고 말한 후 집을 나선 후 자동차 시동을 켜는 순간, 성대에게 그녀로부터 카톡이 왔다.
죄송해요 약속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가 약속 시간 20분 전이었다.
순간 성대에겐 '도레미파솔라시'가 귓가에 울려 퍼지지 않았을까.
생활의 지혜 :
누군가를 개킹 받게 하고 싶거든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은 다음 막판에 기대를 저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