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욥기

-인과응보적 세계관에 대한 태클

by 지얼

1. 맥락


언젠가 본 인터넷의 연예 관련 기사 제목은 이랬다.


백두산에 오른 손예진, "가슴이...."


가슴이 어쨌다는 말인가. 강풍에 블라우스, 아니 브래지어라도 벗겨졌단 말인가. 궁금하여 기사 내용을 클릭하였더니 내용인즉,


배우 손예진은 백두산에 올라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기레기들이나 이런 낚시에 낚이는 나나.... 에효.....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글 읽기란 얼마나 한심한 것이냐.



2.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구약성경 중 <욥기>를 읽고 있다.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하나님도 인정한, 의롭기 그지없는 '욥'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핫사탄(성경에서는 '사탄'으로 써놓았다)이라는 천사 한 마리가 하나님께 항변하길, '그가 의로운 건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서 그런 거임. 그의 재산과 자식들을 다 날려버리면 하나님께 불순종할 거임'하면서 욥을 시험해 볼 것을 종용한다.

그리하여 시험대에 오른 욥. 재산과 자식을 다 잃었지만,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자 핫사탄이 '그건 그가 재산과 자식을 잃었을지언정 자기 자신은 멀쩡하기 때문인 거임'이라고 하면서 재차 시험대에 올릴 것을 종용한다.

그리하여 악성 피부병까지 앓아 폐인이 되어버린 욥.

삶의 의지를 거의 다 소진해 갈 무렵, 절친들이 찾아와서 그를 위한답시고 한 마디씩 씨부리는데.... 철두철미한 인과응보의 세계관으로 무장한 그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이게 다 네가 죄를 지어서 그런 거임"

하지만 <욥기>의 서장에서 하나님이 직접 언급했듯, 욥은 '흠이 없는 사람'이다. 욥의 고난은 죄 때문이 아니다.


욥을 일으켜 세우려 하기보다, '똥 싼 놈 주저앉힌다'는 식으로 욥을 비난하던 친구들 중에 '빌닷'이라는 놈이 그 와중에 한마디 '있어 보이는' 소리를 한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 8장 7절> -개정개역 성경


종종 식당에 가면 위의 글귀가 쓰여있는 액자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 말의 전후 맥락은 이렇다. '욥, 너는 죄를 지었으니까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임. 그러니까 싹싹 빌으삼. 네가 만약 털어서 먼지 하나라도 안 나오는 인간이라면 너를 회복시키실걸? 처음에는 미약하겠지만 나중에는 졸라 창대하게.' 뭐 이런 문맥이다. 하지만 <욥기> 서장에서는 분명 하나님께서 욥을 일러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나를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단언하지 않았던가?


욥을 정죄했던 친구들이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되는지 미리 볼 필요가 있다. <욥기>42장 7절의 말씀이다.

주님께서는 욥에게 말씀을 마치신 다음에, (욥의 친구) 엘리바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와 네 두 친구(빌닷과 소발)에게 분노한 것은, 너희가 나를 두고 말을 할 때에, 내 종 욥처럼 옳게 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하는, 절친 욥을 곡해하는 말로 사용된 구절이 식당에 액자로 걸려있는 것은 일종의 난센스다.


스크린샷 2025-10-07 오후 6.04.31.png 이런 것 좀 걸지 마요....


혹자는 이렇게 옹호할는지도 모른다. 설령 욥을 곡해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털어서 먼지 하나라도 안 나오는 인간이라면 너를 회복시키실걸? 처음에는 미약하겠지만 나중에는 졸라 창대하게'라는 내용 자체는 맞는 말 아닌가, 하고.

<욥기>는 애초에 그러한 인과응보적 세계관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전도서> 7장 8절의 구절, '의롭게 살다가 망하는 의인이 있는가 하면, 악한 채로 오래 사는 악인도 있더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욥의 의구심과 진지한 질문에 대해, 따뜻한 방에서 발 뻗고 자고 배불리 먹는 처지에서 섣불리 인과응보적 확답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 말의 저의가 '욥, 너는 죄를 지었으므로 미약한 처음처럼 나중도 졸라 미약할 거임'이라는 저주 아닌가.


3.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다음의 구절도 맥락을 떼어놓고 보면 참으로 멋진 말이긴 하다.


그러나 나의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기 23장10절> -개정개역 성경


이 말을 보면 욥이 자신의 고난에 대해 '이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훈련시키시기 위함이니 잘 이겨내면 내가 더욱 강해질 거야'라고 다짐하는 것으로 들린다. 물론 맥락상 이 말은 옳지 않다. <새번역 성경>은 이렇게 번역해 놓았다.


하나님은 내가 발 한 번 옮기는 것을 다 알고 계실 터이니, 나를 시험해 보시면 내게 흠이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련만!


그러니까 이 말인즉, '나를 탈탈 털어보시라니까요, 죄가 있는지 없는지!'라는 의미인 거다. 문맥상 '순금 같이 되어 나오'는 것, 즉 '단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그래서인지 유진 피터슨 목사도 <메시지> 성경에 새번역 성경처럼 해석해 놓았다). 내가 히브리어를 못하는 관계로 이 구절의 정확한 번역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문맥을 보면 단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작금의 시련을 '단련'으로 욥이 인식했다면 왜 그는 그 이후로도 계속 자신의 불운한 처지를 거듭하여 하소연하는가?

그럼에도, 문맥을 무시한 채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라고 번역을 해 놓은 것을 보노라면, 문득 창세기부터 역대지에 이르기까지 반영된, 기독교인들의 인과응보적 세계관에 대한 집착과 미련이 느껴진다.


스크린샷 2025-10-07 오후 6.11.40.png


욥의 의구심은 지당하다. 피골이 상접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고난은 일종의 단련인가? 개 풀 뜯어먹는 소리다. 굶어 죽고 난 뒤에 시체를 단련해서 뭐 하려고?

그래서 나는 <욥기>와 <전도서>를 좋아한다(물론 욥기의 후반부는 신정론을 위해 급조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별로이지만). 착하게 살면 상을 받고 악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 창세기 이후 역대기의 인과응보적 세계관에 최초로 태클을 건 정경이라고나 할까(문득 인과응보에서 벗어난 '전두광' 생각이 난다). 그 태클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4. 연좌제 금지


“선생님, 왜 이 남자는 맹인으로 태어났나요? 자기의 죄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의 부모의 죄 때문인가요?”라고 제자들이 물었을 때 예수님이 대답하셨다. “저 사람의 죄도 그의 부모의 죄 때문도 아니"라고. 혹시 이 말은 출애굽기 34장 7절에 대한 태클이 아니었을까?


수천 대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며, 악과 허물과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이다. 그러나 나는 죄를 벌하지 않은 채 그냥 넘기지는 아니한다. 아버지가 죄를 지으면,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삼사 대 자손에게까지 벌을 내린다

<출애굽기 34장 7절>


욥은 말한다.


너희는 "하나님이 아버지의 죄를 그 자식들에게 갚으신다!"라고 말하지만,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죄지은 그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가 제 죄를 깨닫는다

<욥기 21장 19절>


이는 신명기 24장 16절 말씀의 재탕이다.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부모를 죽일 수 없고, 부모의 죄 때문에 자식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가 지은 죄 때문에만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삼, 사 대까지 벌을 내리겠다는 출애굽기 34장 7절의 말씀과도 대립된다. 일구이언이 웬 말인가.

무엇보다 <욥기>는 죄지은 것이 없음에도 죽임을 당한 선인들에 대한 인간적인 하소연이다.



5. 헛소리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파늘루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페스트가 개입한 것은 여러분에게 반성의 시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사람들은 조금도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악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류의 주장은 무수히 들어왔다. 동일본 대지진 때, 코로나 확산 때....코로나 시기에 그 유명한, 미국의 존 파이퍼 목사는 뭐라고 말했던가?

“인류의 타락으로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사망은 이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다.”

“하나님은 코로나19를 주관하고 계시며 당신의 뜻에 따라 이를 보내기도 하시고 종식시키기도 하신다”

“동성애적 관계는 죄이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가치에 맞추어 살라는 하나님의 회개의 요청이다."

이에 대해 욥은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너희는 왜 허튼 소리를 하느냐? 너희는 하나님을 위한다는 것을 빌미 삼아 알맹이도 없는 말을 하느냐?

<욥기 13장 7절>




Revelation(Mother earth)

-Ozzy Osbourne


Mother please forgive them

어머니 용서해 주세요.

For they know not what they do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Looking back in history's books

역사책을 되돌아보지만

It seems it's nothing new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Oh! Let my mother live

오! 우리 어머니를 살려줘요


Heaven is for heroes

천국은 영웅을 위한 것이고

And hell is full of fools

그리고 지옥은 바보들로 가득합니다

Stupidity, no will to live

어리석게도, 그 누구도 살아갈 의욕이 없어요

They're breaking God's own rules

그들은 하느님만의 규칙을 부수고 있어요

Please let my mother live

제발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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