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무의식?
-몇년 전에 쓴 글.
며칠 전, 다소 에로틱한 꿈을 꿨다.
나는 구옥의 어느 방에 놓여있는 침대에 누워있다. 그 방 안에는 나 말고도 식구들(마더, 브라더)도 있었는데 그들은 각자의 침대에서 주무시고 있다.
내 침대의 아래쪽에 인접해 있는 침대에는 옛 연인인 수지(가명)가 무릎을 안은 채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그녀에게 물었다.
"뭐 화 난 거 있어? 왜 안 자?"
그녀는 화가 난 채로 이렇게 대답했다.
"오빠가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잖아!"
꿈속에서 나는 기가 막혀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사과를 안 했다고?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은데?'
그리하여 나 몰라라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벌렁 드러눕는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려 잠이 오지 않는다. 그리하여 다시 일어나서 수지에게 다가가 말했다.
"미안.... 내가 잘못했어." 이른바 전략적 휴전을 위한 사과다.
그러자 수지는 내 침대로 넘어왔다(어머나...).
작금의 나이에 이르러서는 단지 침 냄새 밖에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에로+로맨티시즘이 거의 결여된 설왕설래가 꿈속에서는
끝내줬다
고 느껴졌던 이유는 뭘까?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의 친구 납득이가 말한 두 마리의 스네이크가 서로 스르르 감기는 듯한 환상이 바로 이것이었으리라. 노래 가사처럼 순간의 박제를 염원하는.
[자, 시간이 됐어
오늘 이 밤이 지나가지 못하게 할 거야
째깍째깍 시계를 멈춰
I don`t wanna tick tock oh, baby]
키스 다음에는 나의 못된 손이 그녀의..... 하지만 그 순간,
"아저씨! 큰일 났어요! 잠깐 나와보세요!" 하는 '새벽 봉창 두들기는 소리'.
"저기 사람이 누워있어요. 크게 다친 것 같아요. 얼른 좀 봐주세요!"
누군지 모를 한 고딩이가 나를 야동의 세계에서 일상으로 되돌린 거다(이 육시랄 놈 같으니라구).
'아니 그걸 왜 나한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꿈속에서조차 이타적인(...) 나는 모른 채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밖으로 나갔다. 그때 우리 브라더께서,
"내가 나가 볼게."
그러나 상황은 이미 물 건너갔다.
분위기가 와장창 깨진 것이다. 그렇게 날카로운 키스의 기억을 남기고 차디찬 티끌이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 버렸다.
꿈에서 깨어났고, 님은 그렇게 침묵, 아니 침몰하였다. 내 무의식 속으로.
항상 그렇다.
꿈속에는 나의 에로틱한 결정적(!) 상황을 항시 방해하는 개새... 아니, 요소들이 등장한다.
꿈은 내게 이렇게 경고하고 있는 걸까?
수지든 누구든
꿈도 꾸지 마라
그게 아니면 꿈은 내게 이렇게 묻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
꼴리는대로 살래, 아니면
인간적(도덕적)으로 살래?
낮에는 도덕적으로,
밤에는 꼴리는대로 살고 싶어요.....
사족 :
나의 무의식은
꿈을 통해
내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네 진솔한 욕망을 되도 않는 도덕과 금욕 따위로 방해하지 마라."
그래,
이게 정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