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믿는다고?
한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그분의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도라고 한다.
어느 날, 그분은 회심을 촉구하기 위해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 부처는 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어떻게 사람을 믿습니까?
여러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무신론자라면 이렇게 반박하리라.
어떻게 (존재가 증명되지도 않는) 신을 믿지?
믿음의 대상은 오히려 실존하는(실존이 증명된) 인간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님들이라면 아마 이렇게 반박할 것 같다.
목사님... 혹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얘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주체적인 깨달음 없이 특정 권위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라는 뜻입니다. 불교가 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무명을 벗고 부처가 되어 성불하는 것이지 부처님을 믿는 게 아닙니다. 구태여 부처님을 믿는다는 표현을 쓴다면,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든다는 의미이지, 부처님이 신이라는 것을 믿는 게 아닙니다. 불교는 유일신을 상정하지 않습니다.
그대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만나거든 예수를 죽여라'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믿음이란 게 뭐지?
예컨대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저 확신할 뿐이다. 나는 때가 되면 밥숟갈을 놓게 되리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다만 확신할 뿐이다. 요컨대 믿음이란,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태양을 신이라고 믿은 것처럼. 고대의 인도인들이 업보에 따른 환생을 믿은 것처럼.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 선생께서는, 자신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았으니까. 어쩌면 '믿는다'는 것의 이면에는 불신이라는 안티테제, 혹은 불안감이 은닉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부처 같은 인간이 신은 아닌데 어떻게 믿냐고? 그럼,
해가 움직임을 멈췄다는 건 지구가 자전을 멈췄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그걸 믿냐?
남자의 정자 없이 임신했다는 얘기를 어떻게 믿냐?
사람이 물 위를 걸었다는 얘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는?
당신들은 니케아 공의회도 하느님의 계획이라고 믿는가?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어도,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이 오류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무진장 공부하고 논문까지 썼다. 어떤 음악학자는 유럽 음악의 전통적 정서ㅡ '도미솔' 화음은 밝게(기분 좋게) 들리고 '도미b솔' 화음은 슬프게(우울하게) 들리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온 민족의 민속음악을 뒤져가며 연구한다. 또 어떤 학자는 유럽 백인 문화의 우수성이 지배적인 세상에서 소위 '제3세계'의 원주민들의 문화가 유럽인들 생각만큼 후진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 동안 입증하여 서양인의 배타성을 비판하는 책까지 냈다.
비록 엉성하고 한심해 보이더라도, 12.3 내란세력의 변호인들은 코딱지 같은 꼬투리라도 잡아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최소한 죄를 경감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한다(물론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기는 해도).
비판에는 성의가 따라야 한다. 무명에 근거한 '카더라 통신'을 비판의 도구로 삼는 순간 발화자의 언표는 권위를 잃는다.
어떤 종교학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나만 아는 것은 하나도 모르는 것이라고.
비교종교학이 자신의 전공이 아닌 이상 사실 자신이 따르는 종교 이외의 것을 더 공부하기란 힘든 일이다. 아니, 아마도 대부분의 신자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서도 거의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성경책을 두세 번 반복하여 읽는다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면 대체 신학교는 왜 있는 것이고, 신학이라는 학문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타종교의 들보를 들춰내고 싶다면 최소한 해당 종교에 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타자 배제의 몰이해에 기초한 비판으로 대체 누구인들 설득할 수 있을까.
사족 :
1. 니체 쌤의 얘기 :
내가 높아지기 위해 남을 낮추는 부정에의 의지는 노예의 것이다.
2. 니체도 불교를 수동적 니힐리즘이라며 깠다고?
그래도 그는 공부라도 했다. 다만 당시 유럽에 전해진 불교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했기에 니체는 불교를 오해하는 오류를 저지른 거다.
그리고 어디 불교만 깠냐. 기독교도 무참히 깠다.
'(이 세상에) 오직 한 명의 기독교인이 있다. 그는 십자가 위에서 죽었다.'
반시대적 고찰 :
너의 신념과 확신에 망치를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