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Rolling Quartz, Forever~
진정 일본만이 제작할 수 있는, 도덕성과 인륜 파괴 애니메이션(원작 만화도 있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나는 꽤나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강추하고 싶지만, 내 마음속의 도덕률은 비추라고 말하고 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포크송 뮤지션이 되고 싶었던 순박한 시골 청년 소이치는 음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쿄로 상경하여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지만 그곳 여사장은 소이치를 포크 같은 말랑말랑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 말고 데쓰메탈이라는 극악무도한 음악의 뮤지션이 되도록 강제한다.
그리하여,
평상시에는 통기타를 들고 러브송을 부르는 순박한 청년인 소이치, 변장만 하면 전기기타를 들고 악마의 노래를 하는 사악한 롹커 '클라우저 II세'로 변신하여 살아가게 되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단다...)
https://youtu.be/mNslz7FJ8WU?si=fudF9R2Db2fHHWJ2
아, 이렇게 엽기적이고 반사회적일 수가.....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품이라면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글타. 정반대의 상황을 상상한다면 참신한 스토리가 나올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이것이 경험에서 온 것이라면....
제목 : 비엔나 클래식 시티
내용 :
서울에서 살다가 전기기타와 메탈 음악에 미쳐 공부는 등한시한 통에 '지잡대'에 다니게 된 지얼 군은 언젠가 서울로 상경하여 롹 뮤지션으로 대성하리라는 꿈을 안고 롹밴드 'Hero뽕'을 결성하여 전기기타를 들고 롹 스피릿을 불태우는데, 벚꽃 잎이 나리던 어느 화창한 봄날에 교정의 벤치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는 도중, 이상형인 한 여성(수지라고 해 두자)이 바로 옆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홀딱 반하게 되고 문득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을 신나게 연주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그녀는 시끄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리고.....
이 모습을 지켜본 '순팔(주요 인물이니 기억해 두자)'이라는 친구가 다가와서 말하기를, "거봐. 그딴 메탈음악 갖고는 그녀를 꼬실 수 없어. 그러니 그딴 건 때려치우고 아름답고 우아한 클래식 음악을 하는 게 어때? 평생 리얼돌 껴안고 살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야"하고 겁박을 하는 통에 지얼은 마음이 심히 흔들리게 되어 오랜 갈등의 시간을 보낸 후 결국 마지못해 클래식기타를 연습하게 되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벚나무의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해 포도 위를 구르는 계절에 무심코 학교 벤치에 앉아 <가을동화>의 삽입곡인 <사랑의 로망스>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연주를 마친 후 인기척에 문득 뒤돌아 보니 아, 아..... 황금빛 하트로 변해있는, 누군지 모를 어떤 처자의 눈을 바라본 지얼은 오랜 방황을 멈추고 단호한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메탈 따위는 개나 줘버려. 내겐 클래식뿐이다!"
그리하여 수지와의 만남을 훗날로 기약하고 비엔나 유학길에 오르게 되는데....
(그다음의 스토리는 맨 하단의 <사족> 참조)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ㅡ1984년에 개봉한 영화 <가라데 키드(우리나라에서의 제목은 '베스트 키드')>의 3,4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ㅡ미드 <코브라카이>의 주인공 아재는 헤비메탈 음악 마니아이다.
그 아재가 자동차로 젊은 처자들을 태우고 가는 도중에 헤비메탈 음악을 틀어놓자 처자들은 뭐 그런 촌스런 옛날 노래를 듣냐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고는,
아,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80년대 헤비메탈 음악 들으면 저렇게 꼰대 취급을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결심했다.
집에서 홀로 몰래 들을지언정 젊은 처자들 앞에서는 삼가야겠다고.
밴드를 하더라도 K팝을 해야지, 쉰내 풀풀 나는 헤비메탈 음악만은 지양하자고.
한때는 헤비메탈 음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 열망과는 달리 종종 의구심이 들곤 했다.
아무리 우리 세대의 음악이라고는 해도, 걸그룹 음악이 대세인 작금에 헤비메탈을 하겠다고?
그것도 다 늙어서?
세수하는 도중에 거울을 바라본다.
오징어다.
그것도 늙은 오징어.
핸드폰의 카메라를 켜다가 의도하지 않은 셀프 촬영 모드인 상태에서 화면에 비친 나 자신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아니, 대체 뭐임? 이 늙은이는!' 문득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낯설어 보이는 자기 자신>이라는 챕터의 글이다.
"... 돌연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라는 것, 곧 '나 아닌 나'가 평소 익숙한 나를 문제 삼으면서 충격과 경악이 고개를 든다."
노화처럼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일이 또 있을까.
철학자 강신주가 언젠가 한 강연에서 “주름살이 아름답다”라고 했나?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저게 내 얼굴인가 싶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형상을 보며 당혹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그런 때가 많기만 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증오한다.(...) 입 주변에는 주름살이 자글자글해 서글퍼만 보인다."
글 쓰는 사람은 '주름살이 아름답다'는 따위의 자기기만은 집어치우고 이렇게 솔직해야 한다. 마크 트웨인은 솔직하게 이렇게 썼다. "인간이 80세에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할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서 말하자면 이렇다. 인간은 18세에서 80세를 향해 (당연히) 늙어가므로 무한히 불행하다.
장 아메리는 또 이렇게 썼다. “현재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를 보며 시대의 논리를 더는 읽어낼 수 없을 때, 영화를 미학적으로 평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줄거리를 쫓아가기도 버거울 때, 그는 똑같은 걱정, 아니 공포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아직 덜 늙은 나는 젊은이들의 문화 예술 앞에서 공포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에 동참하는 것에 민망함을 느낄 때가 있다. 언젠가 기타 학원에서 초딩이 민희(가명)와 대화를 했을 때처럼.
“민희야, 이제 그만 놀고 연습해야지.”
“어쩔티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저쩔티비.”
“어쩔세탁기.”
“저쩔냉장고.”
현타가 온다....
20대 처자들로 구성된 롹밴드 롤링쿼츠(Rolling Quartz)의 라이브 공연 티켓을 구매하기 전에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라이브 공연 보러 가지 않을래?”
“라이브? 좋지. 근데 누구 공연인데?”
“롤링쿼츠라고, 나름 해외에서 인기 있는 롹밴드야.”
“그래? 유튜브에서 함 들어보고 전화할게.”
10분 후에 전화가 왔다. “나 안 갈래.”
“왜?”
“이걸 어떻게 가?”
“왜 못 가는데?”
“야, 이런 건 내 아들 용돌이(가명)나 보러 가는 거지!”
“뭐 어때?”
“난 싫어. 쪽팔리게 어떻게 가냐. 가려면 너 혼자 가.”
https://youtu.be/5Vp1of6Z0ro?si=_34UfuPq2PRftcBY
아니, 이런 늙은이를 다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니 나도 이런 적이 있었다. 예전에 청룡(가명)이라는 후배가 [소녀시대]의 라이브 공연에 다녀왔다고 자랑했을 때, 나 역시 이런 반응이었지 않은가. “야, 쪽팔리게 그런 데 어떻게 가냐?” 청룡 군이 말했다. “형, 저 말고도 아재들 대따 많았어요…”
친구에게 말로는 "뭐 어때?"라고 했지만 사실 적잖이 신경이 쓰였다. 아, 나만 아재고 전부 다 20대 MZ들 뿐이면 어떡하지?
하지만 기우였다. 롤링쿼츠의 공연장을 찾았을 때 관객의 1/5은 나 같은 아재들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산울림>의 김창훈 아저씨도 보였다!
롹 포에버!
실상 헤비메탈 음악은 구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코브라카이>의 젊은이들이 뭐라 하든, 밴드 음악을 지향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여전히 헤비메탈을 연주한다.
계획을 세워본다.
한 3년 정도만 K팝 연주에 매진하고 이후로는 헤비메탈의 세계로 돌아가자. 그리하여 공연 중에 흡연도 하고, 육두문자 남발하고, 기타도 때려 부수고, 가끔 관객들과 주먹다짐도 하고, 공연 후에는 그루피들과..........
........ 하는 망상을 해보지만,
아,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트로트 노래도 있지만,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이 나이에는 롹커로서의 개 X랄이 허용되지 않음이라.
문득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이키루>에서, 간암으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와타나베 과장이 그네에 앉아 처연하게 불렀던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삶은 찰나의 것
소녀여 빨리 사랑에 빠져라
그대의 입술이 아직 붉은색으로 빛날 때
그대의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을 때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사족] : <비엔나 클래식 시티> 뒷 이야기
비엔나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지얼 군. 귀국 연주회 후 급히 수지를 찾아가지만 아, 수지는 이미 딴 놈의 부인이 되어버렸으니..... 모든 의욕을 잃고 클래식기타를 뽀사버린 지얼 군은 상실감에 방황을 하다가 다시금 메탈의 사악한 세계로 진입하는데........
… 메탈의 사악한 세계로 진입한 지얼은 점점 타락해 가는 도중 공연장에서 뻑큐를 날리는 한 청중의 대갈빡을 전기기타로 뽀사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고, 이후 현상수배범이 되어 도피 행각을 하다가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아리따운 중국인 처자를 만나게 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순팔이가 극구 만류하는 것도 모자라 방해공작을 펴기 시작하는데…
… 순팔의 방해공작을 뚫고 중국 여자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하는 도중에 결국 순팔의 밀고로 체포되어 2년 형을 선고받은 지얼은 형기를 마치고 나온 후에 지인을 통해 순팔이가 자신의 중국 여자를 유혹하여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폐인이 되어 부랑자로 살아가다가 서울역에서 우연히 수지를 만나게 되어 그녀의 이혼 소식을 듣게 되는데, 순팔이가 중국 여자를 빼앗기 위해 수지를 버렸다는 사실(아, 수지의 전 남편이 바로 순팔이었단 말인가!)을 알고는 2차 충격을 받게 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복수의 칼을 가는데…
…하지만 피의 복수 대신 고도의 심리적 복수를 계획한 지얼은 10년 후 성형수술을 한 뒤 순팔의 아들에게 기타 선생으로 접근, 그리하여 그의 아들에게 메탈의 사악한 정신과 문란한 사생활을 가르치며 가스라이팅을 하는데…
… 가스라이팅을 당한 순팔의 아들 순혁은 빗나가기 시작하고 일진이 되어 결국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데 복수의 희열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어느 날 순팔은 기타 선생의 정체를 우연히 알게 되고, 울분을 감춘 채 지얼을 찾아가더니 하는 말이,
"순혁이는… 내 아들이 아냐… 바로 너와 밍밍(중국녀)의 아들이란 말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지얼은 세상살이에 덧없음을 느끼고 출가하여 승려가 되는데…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지얼스님은 기타 치는 스님으로 유명해지고 비슷한 시기에 아들 순혁은 마약 사범으로 감옥에 가게 되어 아들의 구제를 위해 음반을 내어 돈을 모으기로 결심, 결국 데쓰메탈 반주에 주지스님의 염불을 덧씌운 소위 '템플 메탈'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게 되는데…
아.....
개막장 스토리에 현타가 온다.
절필을 선언한다....
https://youtu.be/6ZMwFjO2yvY?si=2NklX_dEj1Xp95G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