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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는 삶

ㅡ2016년 10월 7일의 일기

by 지얼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ㅡ라인홀트 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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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키워오던 선인장이 꽃도 한 번 못 피우고 시들었다. 치워 버리고 나니 창가가 왠지 허전하다. 찾아 간 인근 화원에는 내가 원하는 하얀 국화는 없고 흔하디 흔한 노란 국화만 있다. 아쉬우나마 이것으로 창가의 허전함을 채웠다.
꽃을 산다는 것은 내게 있어 넥타이를 사는 것처럼 드문 일이다.


드물게나마 꽃을 살 때마다 구입 후 인터넷으로 꽃말을 검색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국화의 꽃말을 검색해 보니 색깔별로 다양하다.
노란색 국화의 꽃말은 '실망'.


내 삶에 실망할 때가 많다. 기대함에 따른 반작용이다.
모순어법이지만,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삶을 기대한다.


최승자 시인의 시구(詩句)가 귓가에 맴돈다.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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