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못 버는 이유

ㅡ나는 이상한 쌤이다

by 지얼



XXX 기타 제작가님으로부터 오래간만에 연락이 왔다. 기타를 구입하려는 우리 학원생들의 기타를 제공하시는 분이다. 안부인사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고객관리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학원 어떠세요?" 그분이 물었다. 예리한(혹은 '못 돼 처먹은') 나는 언어의 가면을 벗기고 쌩얼의 의미를 구태여 파헤치려 한다. 위의 말은 이렇게 들렸다.

'요즘 왜 이리 거래가 뜸해요?'

오해는 말자. 실제로 그런 의미라고 한들 그게 뭐 잘못이겠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학원생들이 많이 줄어서 다소 힘드네요. 신입원생보다 그만두는 학생이 더 많으니...."

내 말의 쌩얼적 의미는 이렇다. '학생이 있어야 거래를 하죠.....'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본다. 왜 작년보다 더 힘든 걸까?

대외적 이유는 대충 이럴 것이다. 불경기,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문화센터들, 줄어든 초중고 학생들.... 하지만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건 조금 비겁한 일이다. 내게 무슨 문제가 있나 반성해 본다.

레슨의 질은.... 좋은 편이다. 레슨의 양도 부족하지는 않다.

겨드랑이털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밤꽃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다. 혹 입냄새라도 날까 봐 레슨을 할 때는 반드시 이빨을 닦거나 가글을 한다.

이리저리 생각에 몰두하는 순간.... 섬광 같이 지난날의 실수가 번뜩이며 되살아 난다.


몇 년 전, 잠재적 중2병원균 보유자인 길동(가명) 군이 기타 레슨을 받기 위해 학원을 찾았을 때다. 어떤 연유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가 잡담 중에 "호모 XX들, 진짜 싫어요"라고 말하는 거다. 순간 나는 기타 선생을 넘어 윤리 선생으로 확장되는 자아를 감지한다.

어쩔 것인가, 성소수자에 대한 이 지긋지긋한 차별과 혐오감정을. 하지만 제2의 탄생기를 통과하는 질풍노도의 주변인인 이 보균자에게 어느 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는 정서적 감정들을 도덕적 확신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들 그런 윤리적 훈육이 다 무슨 소용인가. 나는 다른 수를 쓴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너 말이야... 저기, 운동화 보이니?"

"네. 보여요."

"빨간색이지?"

"네. 근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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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꽃들도 보이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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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긴 의자 위에 있는 인형들 보이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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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헬로키티-우쿨렐레도 보이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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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길동 군이 말했다.

"선생님, 호모예요?"

나는 표정의 변화 없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제야 눈치를 챘구나...."

"허걱....."

과불유급이라 했나. 하지만 장난칠 때의 나는 늘 넘치는 편이다. 확인사살을 위해 마지막 총을 든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때마침 놀러 온 후배 태선(가명) 군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저기 내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게임하고 있는 아저씨 보이지? 내 후배인데.... 너는 저 아저씨가 단지 기타를 배우기 위해 여기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헉.....!!"

길동 군이 단말마의 탄식을 내지른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선배에 대한 예의라고는 조또 없는 후배 태선(가명) 군이 레슨실 너머에서 쏘아붙인다.

"죽여버린다!"


길동 군은 얼마 후 학원을 그만두었다.

나는 그가 입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지 못한다.






사족 :

남자 성소수자가 꽃과 빨간색 신발, 그리고 헬로키티 따위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편견'이다.

고로 나는 어디까지나 진실로 수지를 좋아하는 이성애자다.



https://youtu.be/vyrU2YX7dK0?si=GMNWAXSHTlPyMMuw

머리가 길고 목소리가 이렇다고 해서 성소수자는 아니다. 편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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