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ㅡ신이 죽은 이유 & 후배가 죽을 이유

by 지얼


경고)

아래의 글은 19금의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불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음.




친구들에게,

"오늘 일 끝나고 영화 보러 갈 거다!"라고 말하면,

"무슨 영화 보는데?"

라고 묻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고, 한결같이

"누구랑?"

라고 묻는다.


오늘 뭐 할 거냐고 누가 물었을 때,

"술 마실 거야"라고 대답하면 역시나,

"누구랑?"

혼자 마실 거라고 대답하면,

연민의 눈빛이 꽤나 찌릿찌릿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왜 영화나 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 못하고 누군과와의 관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마는가?

역시 우리 사회는 혼족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혼술이나 혼관(혼자서 영화 관람), 심지어는 혼밥마저 보기에 처량한, 지양해야 할 행태인 거다.

뭐, 예외도 있긴 하다.

"이따 뭐 할 거임?" 하는 물음에 내가 "잘 거야"라고 대답할 때,

다음과 같이 묻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


누구랑?


역시 그런 쪽으로는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것인가. 흠...

이런 나를 불쌍히 여긴 후배 태선(가명) 군.

언젠가 야시시한 조명등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내가 물었다.

"뭐냐, 이건?"

그랬더니,

"내 동생이 쓰던 건데, 형 가지라고."

그런데 모양도 그렇고 색상이 빨간 것이 아무래도....

"야, 이거 뜨밤용 아니냐?"라고 했더니,

"응. 형, 이걸로 뜨밤 보내."

이러는 게 아닌가.

"뜨밤을 누구랑 보내라고?"하고 물었더니,

"형 혼자 뜨밤 보내면 되잖아"하고 망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짐짓 모른 척하며 물었다.

"뭐라고? 혼자서 어떻게?"

그랬더니 태선 군 왈,

"품번 48번의..."

어쩌면 그는 다음의 말을 덧붙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형... 셀프 뜨밤 보내기 전에 일단 오른손을 엉덩이 밑에 10분쯤 깔고 앉아 있어

10분 후에는 손에 감각이 사라졌음을 느끼게 될 거야 그러면 그것은

더 이상 형의 손이 아니게 돼


이렇게 불경스러울 수가.

퉤퉤퉤~

음란마귀야, 썩 물러나라…


스크린샷 2025-01-13 오전 1.26.27.png


"형, 너무 고맙지?"라고 묻는 태선 군.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니, 선물했는데 왜? 고맙잖아?"

고맙지 않은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작년에 네 병원 개업식 했을 때 처음으로 네 동생을 봤지. 키도 크고 늘씬하더군. 그런 여동생을 내게 30년 가까이 은폐했단 말이지. 나로부터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말야."

그랬더니,

"그건… 동생이 형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댈까 봐 그런 거지" 하는 구라를 입술에 침도 안 처바르고 치는 게 아닌가.

그의 진실한 속마음은 아마 이럴 거다.


난 단지 오빠로서 동생을 형의 마수로부터 구하고 싶었어…


나쁜 놈.

우리는 서로에게 처남, 매부가 될 수도 있었는데....

죽여 버릴까?

태선 군의 구라는 아래의 일로 증명된다.




무엇을 먹을까 냉장고를 열어 보니

인스턴트 갈비탕이 있다.

그런데 밥이 없다.

밥을 지으려니 귀찮다.

햇반 사러가기도 귀찮다.

하여 갈비탕에 냉동만두와 라면을 넣어 끓였다.

와, 이 맛...

귀한 갈비탕으로 개밥을 만드는 마이너스의 손.


스크린샷 2025-01-13 오전 1.16.43.png 개밥


요리에 취미가 있지 않은 한, 혼자 살게 되면 아무래도 요리 따위(?)는 대충 해 먹게 된다. 아무래도 요리라는 것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하는 행위인 듯.

귀차니즘은 나의 등을 떠민다.

그냥 편의점 가서 도시락이나 사 먹으라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살 때, 항상 <농심 김치 큰 사발면>을 같이 구매한다.

국이 없으니 김칫국 삼아 같이 먹자는 심산이다.

어떤 도시락을 살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편의점 알바 아주머니께서 다가오시며 말씀하신다.

"이거 그냥 가져가세요. 유통기한 한 시간 지난 거예요."

그때 나는 보았다.

그 아주머니 후두부의 빛나는 후광을.

오... 나의 에인절....

그리하여 김치 사발면 값만 지불한 후 도시락을 들고 나왔다.


오늘까지 무려 스무 개 정도의 도시락을 공짜로 받았다. 어디 이곳 편의점에서 뿐이랴. 전에 살던 동네의 편의점 알바 처자 또한 꽤 자주 내게 한두 시간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나 우유 등을 공짜로 주곤 하였다('그지'냐고? 내 초딩 여제자 말에 따르면 '그지' 맞음).

태선 군.

내가 원했던 것은 그저 네 여동.... 아니, 먹거리일 뿐이지,

그 따위 시뻘건 조명등 따위가 아니라고.


20220129_141802_IMG_0723.HEIC 초딩이 신X원 양의 그림. 잘 그렸다~


어느 날인가, 태선 군에게 (농담 반+헛소리 반의 반+진담 반의 반) 자랑하듯이 말했다.

"어떡하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이 인기를."

"뭔 개솔이야?"

이 싸가지 없는 시키....

"편의점만 가면 여성 알바 분들이 내게 자꾸 공짜로 뭔가를 준단 말이지."

"근데?"

"그러니까 아직까지 나의 매력이 통한다는 거임."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김칫국 마시지 마삼

그건 형이 여자들에게 모성애를 유발하기 때문임


헐....

이 나이에?

내가 자기 여동생 얘기를 했을 때는 분명히 이러지 않았던가?


그건… 동생이 형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댈까 봐 그런 거지


안 되겠다.

그냥 죽여 버리자.

암매장은 어디에?




스크린샷 2025-01-13 오전 12.28.46.png



가왕 조용필 쌤의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으며 편의점 도시락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가사가 심금의 G현을 울린다.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문득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조드 일가의 장녀인 로저샨이 경제공황과 대홍수로 일자리를 잃어 굶주림에 다 죽어가는 한 남성 노동자에게 수유를 위해 젖을 물리는 장면이다. 그녀가 사산한 직후의 일이다.

아,

위대하도다.

배고픈 아재에게 도시락을 주고 아사 직전의 노동자를 수유로 살리는


모성애


철학자 니체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동정을 베풀며 행복해하는 인정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끄러움이란 것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 그러면서,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라! 받는 행위를 거부하라!"라고 강권하는 것도 부족했는지 신을 디스하기 시작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그는 죽었다


니체가 신을 죽인 것은

처자, 혹은 아줌마들에게 도시락을(먹거리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로,

신은 증여되지 않는 도시락 때문에 죽었다.

그리고,

태선 군은 소개되지 않은 여동생 때문에 죽을 것이다.


Q.E.D.



스크린샷 2025-01-13 오전 1.19.06.png 내가 이런 여동생을 요구했던 것도 아니잖아....




https://youtu.be/WxfkPccfLKw?si=aw2llLfb3n0BTU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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