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이(天變地異) : 하늘과 땅의 자연계 변동을 뜻한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24. 도학과 의학의 길
“몸과 마음은 본시 하나에서 시작된 것이야. 마음은 몸을 이끌고 몸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라.”
청허 선사는 두 제자를 앉혀 놓고 중요한 명제를 던졌다.
당대 천재로 불리는 청암 구자서와 동무 이제마가 그들의 제자였다. 구자서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성격이 급한 이제마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질문을 했다.
“사부님, 몸과 마음의 관계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역경 계사하전(易經 繫辭下傳)에 근취저신(近取諸身)하고 원취저물(遠取諸物)"하라는 말이 있네. 이는 가깝게는 자기 몸에서 진리를 찾고, 멀게는 각각의 사물에서 진리를 찾는다.'는 뜻이라네.. 쉽게 말하면 자기 몸을 연구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라는 이야기일세. 몸과 마음의 관계도 그러 하네. 바로 몸에서 진리를 찾으면 마음과의 관계를 알게 된다는 의미라네.”
가만히 듣고 있던 구자서가 말했다.
“몸과 마음이 동시적 작용을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모든 마음의 작용이 몸에 영향을 주고 모든 몸의 작용이 또한 마음에 미친다는 뜻이 맞는지요?”
“그렇다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언제나 맞물려 돌아간다네.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일세.”
이제마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질문을 했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요”
“몸이 완성되면 마음이 완성된다는 것은 단순한 진리일세. 수많은 수행자들이 마음의 깨달음을 위해 먼저 몸을 만들고 있지 않느냐. 몸을 중심으로 수행하지 않을 수는 없느니라. 그래서 일찍이 도교에서는 몸을 연구했었고 그것이 기초가 되어 한의학이 발달하였다네.”
이제마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질문을 했다.
“몸과 마음이 맞물려 있다는 증거가 있는지요?”
“우리 민족 고유의 단군 의통에는 그 증거가 많이 있다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의 언어 속에 그 증거들이 많이 있다네. 간이 부었다거나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는 말을 들어보았겠지. 부아가 치민다거나 쓸개가 빠졌다, 대담하다. 소심하다. 뱃심이 두둑하다. 심포가 나쁘다. 등의 말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오장육부와 사람의 마음을 빚대어 표현한 말일세. 이는 몸과 마음이 하나임을 나타내고 있다네.”
가만히 듣고 있던 구자서가 한마디를 보탰다.
“사부님 말씀을 듣고 보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됩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되어 있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청허 선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두 제자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자네들에게 풍류도와 단학, 역학과 의술을 전해주었네. 하지만 앞으로 자네 둘은 다른 길을 가야 하네. 내가 자네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겠네.”
그는 그 말을 하고 둘에게 각기 다른 책을 주며 말했다.
“청암은 환단고기와 천부경, 주역. 본초를 연구하도록 해라. 동무는 관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학을 공부하며 황제내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도록 해라. 청암은 만민을 구하는 숨은 명의가 될 것이야. 동무는 관직에 출사 하는 길을 가게 될 것이고 나중엔 의학을 연구하여 책을 쓰게 될 것이야.”
그 말을 듣고 두 제자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형인 구자서가 사부를 보며 물었다.
“사부님, 저희 두 사람이 연구하는 분야가 달라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나요?”
“너희 둘은 사제 간이지만 음과 양으로 극의 기질을 타고났다네. 당연히 연구의 분야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야. 청암은 음의 체질을 지녀서 앞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것이야. 사람은 체질에 따라서 연구하는 분야와 가는 길이 제각기 다르다네."
이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궁금증을 나타냈다.
"사부님, 저는 어떤 기질과 삶을 살아야 하는가요?"
"자네는 양체질을 지녀서 자신을 드러내며 세상을 밝힐 것이야. 유학과 의학, 문관과 무관을 넘나들며 출사를 할 것이야. 앞으로 역사에 이름을 날릴 인물이 될 것이야. 앞으로 학문 연구에 조금도 소흘함이 없도록 하거라. 책을 쓰고 한 분야의 창시자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네."”
그말을 듣고 이제마가 다시 사부를 보며 물었다.
“연구의 분야가 다르다 하심은 활동도 다르고 쓰임도 다르다는 뜻이신지요?
“그렇다네. 자네는 양기가 넘치는 체질로 부귀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본성을 지녔어. 유학을 하고 문관과 무관을 넘나들며 나중에 새로운 체질의론의 등불을 밝힐 것이네.”
“그러시면 저는 입신양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이신가요? 반면 사형은 은둔하며 활동을 한다는 건가요? 사형같이 뛰어난 인재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네가 입신양명을 꿈꾸고 있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 않는가. 자네가 지금까지 보아왔지만 청암이 입신양명을 원하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사람은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야.”
가만히 듣고 있던 구자서가 차분하게 말했다.
“사부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마 사제의 마음은 알고 있지만 저는 원래가 은둔을 좋아하지요. 내가 드러나거나 중심이 되는 일은 원치 않습니다.”
실제로가 그랬다. 구자서와 이제마는 기질은 상반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각별했다.
구자서는 이제마 보다 3살이 많은 사형이었다. 그는 아낌없이 사제인 이제마를 이끌어가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제마 역시 사형 구자서를 따랐고 둘은 서로를 깊이 의지하는 도반이었다. 사부 청허는 이 두 제자의 따뜻한 관계를 흐뭇하게 지켜보곤 했다.
사부인 청허 선사의 혜안은 언제나 놀라웠다.
그는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일찍이 금강산으로 들어가서 사부 금오 선사를 만나 도학을 공부했다. 그의 사부 금오 선사는 금강 선인으로 불리는 유명한 도사였다. 천문과 지리, 역학을 두루 익히고 축지법에 능통했다.
그는 우리나라 지도의 토끼꼬리라 불리는 포항의 장기곶 출신이었다. 그는 전국 명산을 주유하다 금강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축지법은 전설이었다. 금강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장기곶의 고향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저녁에 금강산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실제 그랬다고 했다.
한 분야의 대가를 이룬 그였기에 금오 선사의 지도는 엄격했다.
그는 청허선사가 천변지이의 변화막측한 대자연의 이치를 깨치도록 했다.
그덕분에 청허 선사는 일찍이 도학의 경지에 들어갔다. 사부인 금오 선사와 달리 청허 선사는 의술과 역학에 능통했다. 그는 일찍이 구자서와 이제마에게 천문과 지리, 인사와 의학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인사(人事)를 연구하는 영역은 명리(命理) 학이네, 하지만 인간 운명은 천문과 지리를 바로 알아야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네. 선인들은 우주 천체의 운행을 연구하여 미래 예측의 단서를 찾아냈다네.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중찰인사(中察人事)가 그렇다네. 위로는 천문으로 통하고, 아래로는 지리에 통달하면서 중간에서 인간 만사를 고찰하여야 비로소 의학에 입문할 수 있다는 의미일세.".
또한 그는 사서삼경과 도학을 깊이 연구하여 예지력은 한 치도 어긋남이 없었다.
단지 그의 삶은 입신양명이나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렴하여 말과 행동에 어느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는 구자서와 이제마의 앞날도 훤히 꿰고 있었다.
그들이 가야 할 운명을 그는 정확히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속가로 내려온 이유는 단군 의통을 전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는 전국을 주유하며 병든 이들을 남모르게 치료하며 천문성과 천의성을 타고난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가 십 년 세월이상을 찾아 헤맨 끝에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이 구자서였다.
청허 선사는 도학의 대가로서 천문과 지리, 의술 등이 뛰어났다. 하지만 의통을 전해줄 제자를 찾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구자서를 찾을 때가 그랬다. 그가 천문과 지리를 보고 천문성과 활인성의 별자리가 있는 경상도 안동지역을 여러 번 갔다. 하지만 갈 때마다 별빛이 가려져 보이 지를 않았다.
‘멀리 서는 보이지만 가까이서는 보이지 않다니, 무슨 변고가 있는고?’
그는 내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뾰족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그 일대 전 지역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러나 마찬가지였다.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명문대갓집을 지나갈 때 온 집안에 드리운 검은 기운을 보았다. 명당 터에 자리 잡은 명문대가의 집에서 검은 기운이 서렸다는 것이 이상했다. 한편으로는 어떤 연유로 검은 기운이 저토록 강하게 서렸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낡고 초라한 도포자락에 다 낡아 떨어진 삿갓을 쓰고 명문 대갓집 대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