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체질의학 소설> 운부천부

운부천부(運否天賦) : 운명은 모두 하늘이 내린다는 뜻이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23. 하늘의 뜻은 인간의 의지를 통해 나타난다.


“이제야 자네를 만나게 되었구나. 내가 일찍이 천문을 살펴 활인성을 지닌 자네가 나를 찾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었네. 자네를 만나기 위해 참 긴 세월을 기다렸다네.”

승학은 어리둥절하였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미리 알고 기다렸다는 듯 한 말투였다. 승학은 내심으로는 그 말을 받아들였지만 현실적으로는 막연하게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승학은 신중하게 궁금증을 있는 그대로 나타냈다.

“하하. 시간은 인연을 통해 운명을 만든다네. 아무런 인연없이 운명은 만들어지지 않지. 자네는 아직은 그 말의 뜻을 알 수는 없을 것이야. 나중에 알게 될 것이야.”

그는 잠시 승학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자네의 주병인 상기증이 아직 완치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나? 두뇌의 열로 인해 몸체의 생리 통제가 원활하지 않고 있네. 두뇌오작동으로 폐와 신장의 기능이 극도로 약화되어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 것이지. 자네의 상기증이 폐결핵과 비염, 체증, 역류성위염 등 각종 증세를 유발한 것이야.”

승학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물었다.

“얼굴만 보시고도 제 병증을 알 수 있나요?”

“그렇지, 얼굴은 인체 전체를 통제하는 표시판이 깔려 있다네. 얼굴이 늙었으면 두뇌와 오장육부가 모두 노화가 되었음을 나타내지, 얼굴을 보고 사람의 상태를 알게 되어 있질 않나? 다행이 자네의 폐결핵과 신장염, 체증은 깨끗이 나았네”

곁에 있던 청수 사숙이 한마디 했다.

“사부님이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을 난 본적이 없었어, 자넨 뭔가 특별한 인물인가 보네.”

그는 웃으며 사부를 향해 말했다.



“사부님, 저한테는 그 어떤 말씀도 해주지 않으셨지요?”

“허허, 자네야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않나. 또 건강관리를 잘하며 살지 않나. 청산한테 자주 연락해서 오핵환과 청혈환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할 것이 있겠나.”

“사부님, 그런 것은 어떻게 알고 있으신지요? 혹시 청산 사형한테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요?”

“얼굴을 보면 무엇을 먹고 있는지도 알지. 좋은 약을 먹으면 얼굴빛이 환해지고 기운이 감싸고 돌아가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승학은 사조님을 만나면 엄숙한 분위기가 흐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따뜻한 분위기가 흘렀다.

“사부님, 이번에 전국에 있는 단군 의통의 조직을 모두 둘러보고 오신건지요?”

“그렇다네.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의통 군자들을 만나보고 왔네. 우리 민족의 혼을 지키는 그들의 힘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이끌어갈 것이야.”

“저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1세기 각종 괴질과 병난이 출현하는 시대를 대비해서 한치 소흘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승학은 다가올 21세기에 괴질과 병난이 출현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연 그런 세월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사조님이 말했다.

“자네는 내일 새벽 일찍 떠나게. 술시가 되면 모두 좌정을 하고 해시엔 잠을 자야지. 내일 아침 인시에 일어나려면 꼭 취침과 기침은 지켜야 하네.”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좌정에 들어갔다. 범접할 수 없는 자세였다. 청수 사숙과 승학도 곁에서 좌정에 들어갔다. 승학은 놀라운 기감을 느꼈다. 동굴 안에는 엄청난 기의 소용돌이가 돌고 있었다. 그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느낌이었다.



승학은 그 다음날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놀랍게도 사조님과 청수 사숙은 좌정의 상태로 있었다. 승학도 얼른 자리를 잡고 좌정을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조용한 기척이 들렸다.

“사부님,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청수 사숙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해라. 조용히 혼자 가시도록 하게나.”

승학은 그말을 듣고 배웅을 할 수가 없었다. 청수 사숙이 내려가고 난후 계속 좌정을 하고 있었다.

새벽 새가 울고 동이 트일 즈음에야 사조님이 반쯤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 어제 밤에 불린 콩과 솔잎으로 아침을 먹고 나와 같이 산으로 오르도록 하세. 오늘부터 자네는 그전과 다른 눈을 가져야 하네.”

“사조님, 다른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요?”

“그간 자네가 보았던 눈은 세상의 겉모습이었지. 앞으로 세상의 참 모습을 보고 사물의 본질을 꿰뚤어 보아야 한다는 뜻일세. 생각하는 방법이나 바라보는 세계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인 거야.”

“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승학이 대답을 하며 일어나는 동안 그가 눈을 떴다. 승학도 덩달아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았다. 그 때 놀라운 모습의 오라가 보였다. 어젯밤에 본 모습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하얀 빛의 오라에 감싸 있듯 그의 눈은맑았고 피부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동굴안이라 약간 어두웠지만 확연히 몸에서 발하는 기운이 달랐다.

“놀랄 것 없느니라. 어제까지는 속세에 다녀오느라 기운을 감추고 있었던 터야. 이미 청산 곁에서 보고 들어서 알겠지만 단군 의통을 하는 군자들은 절대로 자신의 빛을 드러내선 안 된다네. 그건 최고의 신통한 약을 만들려면 오랜 숙성기간이 걸리는 것과 같다네. 약성이 완성되기 전에 드러내면 그 모든 성분이 날라가는 것과 같은 것이지. 하늘의 뜻이 닿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네.”

“예, 알겠습니다. 사조님, 그래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갈무리를 해야 하는군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야.”



그는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환을 주며 말했다.

자네는 선식을 하고 이 환을 복용한 후에 폭포수 아래로 오도록 해. 내가 먼저 그곳에 가 있을 터이니.“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밖으로 나갔다. 승학은 어제 밤에 물에 불려둔 콩과 솔잎을 먹고 환을 복용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머리가 일순간 맑아지며 빠르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생존 처음 느껴보는 신비한 느낌이었다. 승학은 깊게 생각할 겨를 없이 동굴 위쪽 편에 있는 폭포수 아래로 갔다. 그곳은 여러 갈래의 폭포수에서 흘러내리는 옥수가 너무나 절경이었다. 때마침 물안개가 가득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감탄이 절로 느껴졌다. 그곳에 사조님은 물안개에 둘러싸인듯 보였다.

그는 폭포수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말했다.

“하늘의 뜻은 인간의 의지를 통해 나타난다네.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성상을 보내며 깨달은 것이네. 단군 의통의 뜻을 이루기 위한 막중대사를 수행해야 하는 것도 하늘의 뜻이었지.”

승학은 묵묵히 조사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승학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오늘부터 심법을 전하도록 하겠네. 그 전에 자네가 알아야 할 체질의론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 해 주겠네. 나의 사부이신 청허 대선사 어르신이 남기신 유고도 알려 주겠네.”

승학은 사부한테서 들은 사상체질의 창시자 이제마 선생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조님의 스승님은 동무 이제마 선생과도 인연히 있으신 가요”

“아니, 자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나. 하긴 청산이 일부는 말해주었겠지.”

그는 다시 눈을 감고 좌정을 하듯이 앉아 상체를 곧추 세우고 있다가 말했다.

“잘 듣게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고 명심해야 하네. 이것은 비단 우리 둘의 예기가 아니야. 우리민족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야.”

승학은 전신을 타고 긴장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시간여행자처럼 보였다. 수 백년의 시간대를 거슬러 현재까지 그의 여정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다. 승학은 그가 내뿜은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며 까마득한 시간을 타고 과거 속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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