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체질(頭腦體質)두뇌는 체질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6. 지리산의 신선을 찾아서
“두뇌와 체질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습니다.”
아침에 떠날 채비를 마치고 사부를 찾은 승학이 질문을 했다.
“사상체질과 단군 의통의 체질의론이 가장 큰 차이점이 두뇌 생리학일세. 우리 민족 고유의 체질의론이 음과 양으로 나뉜 이유는 바로 두뇌생리학 때문일세. 사상체질은 두뇌가 빠져있기 때문에 미완의 의론이 된 것이야. 하지만 단군 의통의 체질의론은 두뇌생리학은 접목되어 있지만 완전치가 않네. 그건 앞으로 새 천년인 2000년대가 되어야 완성이 될 것이야.”
“그건 왜 그렇습니까?”
“단군 의통의 두뇌생리학이 지닌 비밀과 동, 서의학의 통합 때문일세. 함부로 세상 밖으로 비전을 세상 밖으로 내놓을 수가 없는 것이지. 그 이유는 차차 알게 될 거야.”
“그렇다면 그건 앞으로 동, 서의학을 통합해서 단군 의통을 완성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되어야 한다네. 앞으로 시대는 동양과 서양의 문물이 통합되고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될 것이야. 단군 의통은 그 새로운 시대의 의술이 될 것이기 때문이지.”
사부는 종이를 꺼내 두뇌와 오장육부를 그린 후에 설명했다.
“여기 두뇌와 오장육부는 절대적 연동관계로 작동이 되지. 그건 정치와 유사하지. 청와대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통제하거나 이끌어가는 것과 같은 거지. 두뇌와 오장육부는 동시적 작용을 하는 거야. 그것을 가장 심도 깊게 연구한 것이 단군 의통의 체질의론인 것이야.”
승학은 이해는 했지만 어떻게 그런 연구가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고조선 이후로 근세에 이르기까지 두뇌생리에 대한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연구하였을까요? 그 점이 너무 궁금합니다.”
“1400년대 잉카제국의 뇌수술 생존율이 80%에 달했다고 하지 않나? 또 삼국지를 보면 편작이 조조의 뇌종양을 수술해야 한다고 한 부분도 있었지. 최고 수준의 의술은 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라네. 단군 의통은 세계 최고의 한민족 의술이야. 미래 한국이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심적 역할을 하려면 최고의 의학이 발달해야 하지 않겠나. 자고로 세계 최강의 나라는 의술 역시 최고의 수준이지 않는가.”
“잘 알겠습니다. 가르침 깊이 새기며 앞으로 연구를 하겠습니다.”
승학은 인사를 하고 지리산을 향해 출발했다.
지리산은 초입부터 높고 깊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산으로 오르는 승학의 숨결은 거칠어졌다. 승학은 지쳐가면서도 청학동을 찾아 걸음을 재촉하였다. 생전 처음 가보는 지리산의 웅장한 기상은 승학의 포부를 바르게 펴주는 것 같았다. 지리산에 들어오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세상일에 번뇌가 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산으로 들어와서는 마음이 편안하기만 하였다.
호연지기가 저절로 몸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승학은 몇 사람에게 물어 겨우 청학동을 찾았다.
청학동은 의외로 지리산 깊은 계곡을 지나 있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청학동에 들어가자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 내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복을 입고 전통방식의 생활을 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사부한테서 촌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낯선 단어였다. 한데, 정말 그곳에는 촌장도 있었고 서당도 있었다.
“촌장님, 손계환 선생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저는 유승학이라고 합니다.”
승학은 청학동의 촌장을 찾아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촌장은 승학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손계환선생은 사람을 잘 보내지 않소. 청년은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보오. 손계환 선생은 잘 계시오.”
“예, 잘 계십니다. 수선제에서 늘 사람들을 돌보고 수련도 하시어 밝고 건강하시죠.”
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쯤은 눈을 감고 말했다. 어떤 경계심이 느껴졌다.
확인을 하는 절차를 받는 느낌이 일어났다.
“청년은 손 선생을 어떻게 알게 되었소?”
“저는 거의 죽음 직전에 그분한테서 치료를 받고 몸이 완쾌되었습니다. 그 후에 제자입문을 하고 사부님을 모시면서 공부도 하고 일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손 선생의 제자이시군요.”
그의 말씨와 표정이 한정 온화해졌다. 그는 눈을 뜨고 찬찬히 승학을 살펴보다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갑시다. 그분을 찾으려면 일찍 출발해야 하오. 오늘은 여기서 유숙하시오. 내일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촌장은 승학에게 잠깐 유숙할 방을 내주고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승학은 저녁 식사 후에 새벽 일찍 출발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새벽 3시 촌장은 승학을 깨웠다.
아직 칠흑같이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주변을 살피며 나직이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가야 하니, 컴컴할 때 가야 합니다. 길이 훨씬 가파릅니다. 단단히 각오하시오.”
승학은 그를 따라나섰다. 촌장은 아무 말 없이 작은 플래시를 켜고 앞장을 섰다. 그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을 성싶은 험한 길을 가는 듯했다. 그는 가끔씩 가다 뒤를 힐끗 돌아보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독립군이 일본군의 밀탐을 경계하는 것과 흡사했다. 승학도 자연긴장이 되었다.
“촌장님 누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나요?”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승학이 낮게 말했다. 촌장은 가만히 집게손가락을 입에 세로로 댔다.
침묵하라는 표현이었다. 승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사이의 암묵이 이루어지자 이상한 긴장감이 돌았다. 자연 발자국 소리도 줄이고 숨소리도 낮추었다. 몇 시간을 그렇게 걸었다.
그들이 깊은 계곡을 지날 때는 음습한 공기가 느껴졌다. 촌장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지만 승학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등산객의 발길도 끊긴 깊은 봉우리를 돌아서자 둘은 온몸이 땀에 젖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승학은 급격히 기운이 떨어졌다. 촌장은 앞서가고 승학은 뒤에 자연 쳐졌다.
“젊은 사람이 벌써 지친 것이오. 아니면 기운이 다 떨어진 것이오?”
낮은 목소리로 촌장이 말하며 주머니에서 환을 꺼내어 승학에게 주었다.
“씹어 먹어보시오. 이 오핵환을 천천히 씹어 먹으면 힘이 날 것이오.”
승학은 이야기로만 듣던 오핵환이라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오핵환을 먹자 승학은 다시 힘이 솟았다. 촌장이 승학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기운이 회복된 것 같으니, 부지런히 갑시다. 해가 지기 전까지 가야 할 것이오.”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그들이 숲으로 가려진 동굴의 초막에 도착한 것은 거의 저녁이 되어서였다. 그런데 그곳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촌장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가져온 짐을 풀며 말했다.
“현재 사부님이 여기 계시지 않은 듯하오. 나도 여기서 하루밤 쉬고 새벽에 출발해야 하니, 일단 요기부터 하고 이야기를 좀 나눕시다.”
승학은 그의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사조님이 사부님이시라면 저의 사부님과는 어떤 관계이신지요?”
“손계환 선생은 나의 사형입니다. 내 호는 청수라고 해요. 하지만 나는 단군 의통에 관한 일보다 천부경과 환단고기를 연구하며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지요.”
승학은 벌떡 일어나서 큰 절을 했다. 사부와 사제 간이라면 사숙으로 친척관계로 보면 삼촌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인사를 정중히 받고 말했다.
“자네가 청산 사형의 제자이니 내게는 친조카와 같은 거야. 말을 편히 하겠네. 앞으로 자네는 큰 일을 하게 될 것이야. 단군 의통은 일개 의학분야만이 아닐세. 전 인류를 구제할 의통으로 앞으로 생길 괴질이나 역병,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대업일세. 자네는 강철같이 단단해져야만 할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사숙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잠시 동굴 안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사부님이 멀리 가신 것 같네. 오늘은 여기 내가 가져온 콩과 솔잎을 불려서 요기를 하세.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내가 내려갈 테니, 자네는 여기 혼자서 기다리게. 아마 49일 이후나 100일쯤 되면 사부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것이야.”
“아. 그럼 그동안은 제가 혼자 여기서 있어야 하나요?”
“내가 21일째 되는 날 올 테니까 자네는 그간 청정지심을 지키시게. 자네가 들고 온 약초보감으로 약초를 채집하고 공부를 하며 기다리게나.”
승학은 갑작스러운 산속 생활에 머리가 아뜩해졌다. 이렇게도 깊고 먼 산에 혼자 내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홀로 100일을 혹독하게 견뎌낸 사부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청수 사숙은 새벽길을 떠나기 위해 먼저 눈을 붙였다. 승학은 눈을 감았지만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까운 바위틈 어딘가에서 어둠을 가르는 휘파람새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뜨끔 하게 파고들었다. 승학은 깊고도 푸른 어둠의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