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체질의학 소설> 결국원인

결국원인(結局原因) : 어떤 국면의 결말을 찾는 가까운 원인을 뜻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26. 병의 뿌리가 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이런 일이 있단 말이오. 어떻게 치료를 하셨소?”

방문을 열고 멈춘 듯 서 있는 구대감을 향해 청허선사가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이제 막 병든 가지와 줄기를 쳐냈소. 앞으로 체질에 맞는 뿌리치료를 더 해야 하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구대감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높은 체신도 잊고 넙죽 절을 하였다. 그 순간 그 어떤 예의범절과 체신, 지위 같은 것은 없었다. 한 아이의 아비로서 넘치는 감사만이 가득 찼다.

구대감의 아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엄격하고 품위를 강조하던 아버지가 일개 나그네한테 아무 생각 없이 넙죽 절을 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는 아들인 자신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구대감의 아들은 눈물을 애써 참았다. 놀라기는 나그네도 마찬가지였다.

“아. 왜 이렇게 하시는지요? 대감께서 이러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소이다.”

구대감은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삿갓을 벗은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어딘지 낯이 익었다. 하지만 누군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들이 의식을 찾은 것만 봐도 너무나 기쁘오. 너무너무 감사하오. 이렇게 훌륭한 대사님을 몰라 뵙고 홀대 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리오.”

그는 이번에는 아들을 보며 물었다.

“그래 지금 너의 몸은 어떠하냐? 열이 좀 잡히고 정신이 돌아오느냐?”

“예, 아버님, 그토록 아리던 뼈마디 통증이 멈추고 머리의 열도 많이 걷혔사옵니다. 소자는 죽음을 예감하고 저승사자를 기다렸사옵니다. 그런데 여기 대사님이 신통한 침술과 특효제로 저를 깨우고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이제 저를 그토록 압박하던 저승사자와 같은 검은 먹구름이 걷힌 느낌입니다.”

“아. 정녕 하늘이 도우심이야. 대사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소.”

구대감은 천하를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다시 말했다.

“무슨 침과 약을 쓴 것인지 알 수 있겠소? 나름 의학을 공부한 바 있어 웬만한 침이나 처방은 아는 바가 좀 있소. 참으로 궁금하오. 천하의 명의도 손을 못 쓴 병을 어떻게 이렇게 고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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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허선사는 가만히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앞으로 병의 뿌리치료가 남아 있소. 체질치료를 지속하여야 하오. 의학을 공부하였다 하니 잘 아시지 않소. 이 병은 구 씨 집안의 내림병이오. 대개 불치가 되는 중병인데 그간 치료의 방향과 처방이 잘못되어 극히 위험하오. 며칠만 늦었어도 손 써기에 늦을 뻔했소. 지금은 겨우 목숨을 연장시켜 놓은 것뿐이오.”

구대감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청허선사가 다시 말했다.

“결국원인이라는 말이 있소 어떤 국면의 결말을 결정하는 데 가장 가까운 원인을 뜻하오. 그 원인인 뿌리를 뽑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이오. 뿌리치료를 않고 재발한다면 그때는 그 누구도 낫게 해줄 수는 없을 것이오. 그 점을 대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오.”

기쁨도 잠시 구대감은 다시 수심에 잠겼다.

한편으로는 집안의 내림병을 어떻게 알았는지 놀라웠다. 하지만 그 의문은 잠시 스쳐갔다. 아들의 목숨을 연장시켜 놓았다는 말이 깊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되오. 이렇게 깨어난 것만 해도 기적이라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아드님은 치료가 너무 늦어서 특별한 체질치료를 해야 하오. 또 엄청난 천의성을 타고나서 여기를 떠나 의도를 가야만 살 수 있소. 대감이 원하는 벼슬길로 출사 하여 부귀영화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오.”

구 대감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들이 자신의 대를 이어 벼슬길로 출사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들은 학문에는 관심이 없고 한사코 택견과 무술에만 관심을 가져 속을 태웠다. 그러다가 철이 들어 학문을 할 나이에 병이 들어 이렇게 사경을 헤맸으니, 노심초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명문대가의 자손이 의학을 공부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가를 생각하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어떤 천의성이 있기에 의술의 길로 가야 한단 말이오?”

“벼슬길에 올라 나라를 구하는 관직과 달리 아드님의 천의성은 세상을 구할 의학을 하는 것을 의미하오. 의학으로 천하사를 하는 것이오. 일반 의술과는 그 격이 다르오.”

“의술은 중인들이나 하는 것 아니오. 어떻게 다르다는 말이오?”

“천하를 구할 의술이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의 병들을 치료하는 그런 엄청난 의술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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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감은 그의 설명에도 올곧은 마음은 꿈쩍하지 않았다.

정성과 판서를 배출한 집안에서 의술을 해야 하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끔찍한 병마에 시달렸던 기억 때문에 의학을 공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학을 평생하고 사람을 구하는 그런 일은 명문대가에서 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방도를 찾아주시면 안 되겠소? 내 생각을 좀 해보겠소. 일단 대사께서는 치료에 전념해 주시오.”

구대감은 일단은 그렇게 정리하고 병 치료를 지켜볼 요량이었다.

그 후 청허 선사는 1개월을 꼬박 치료에 전념했다.

워낙 중병이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환자인 구자서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의 병은 뿌리가 깊어 여기서는 더 이상 치료의 진전이 약하구나. 나와 함께 산으로 들어가서 치료에 집중할 수가 있겠느냐?”

“예, 저는 대사님을 만난 이후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곳이 어딘들 가겠습니다.”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느니라. 일단 나를 따라 집을 나가면 명문대가의 후손이라는 후광은 사라지게 되고 험난한 의학의 길을 가야 할 터, 그것을 할 수 있겠느냐?”

구자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명문대가의 후손이라는 것이 싫었사옵니다. 세상을 주유하며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싶었사옵니다. 그런데 대사님을 만난 이후로는 의학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저는 그리 할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구자서는 명문대가의 영화를 버리고 사람을 살리는 길을 가리라 굳게 결심했다. 그러나 3대 독자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는 것을 구대감과 그의 부인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구자서의 몸이 제법 회복이 되어 가볍게 산책을 할 정도가 되자 구대감과 그의 부인이 왔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치료에 방해가 될까 해서 멀찍이서 지켜보던 그들이었다. 그러던 차에 청허선사가 외출을 하고 아들이 산책을 하는 것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자서야, 정녕 네가 건강을 회복하였다는 것이지. 이 어미의 마음이 한없이 기쁘구나.”

“어머님, 그간 심려 끼쳐 죄송하옵니다.”

구대감은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네가 나으면 우선 혼례부터 치러야겠구나. 그다음에 과거시험을 준비하도록 해라.”

그의 부인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맞구나. 3대 독자가 빨리 혼례를 치르고 대를 이을 후손을 낳아야지. 과거 시험은 그다음에 해도 되는 거지.”

구자서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소자는 대사님을 따라 의학의 길을 가겠습니다. 아버님은 이미 들어서 아시겠지만 저는 대사님이 아니었으면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옵니다. 게다가 제 병은 뿌리가 깊어 여기서는 완치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소자의 천의성이 그리 하다면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구 대감은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고 그의 부인은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

“그것이 무슨 소리냐. 명문대갓집 자손이 이 무슨 망발이야. 안 된다. 절대 안 될 말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될 일이야. 대감 말씀 좀 해주세요. 이것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까? ”

구대감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내림병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몹쓸 내림병은 뿌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발을 했다. 또 그 병이 재발되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허,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외마디 탄식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웃음꽃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부인은 애간장이 녹아들었다. 구자서는 고개를 숙이고 있고 구 대감은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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