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病者醫(선병자의) : 먼저 병을 앓아 본 사람이 의원이라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34. 의학으로 가는 역학입문
“자네는 반드시 역학의 대가가 되어야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야”
깊은 산속에 있으면 수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하루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산속에서 공부만 하는 승학의 뇌리에는 온갖 기억들이 부유했다. 그중에서 역학을 공부할 때마다 저 한마디 말이 떠올랐다.
백도인 이우영 선생은 그 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승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승학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했다.
“왜 반드시 역학을 해야 하는지요? 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것은 자네가 가야 할 의학의 길이 모두 역학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세. 선병자의라는 말이 있네. 먼저 병을 앓아 본 사람이 의원이라는 뜻이야. 의역동원도 하여 동양의학을 체계화해야 할 것일세.”
“의역동원이라고 하심은 역학이 바탕이 되어야 동양의학이 이해가 된다는 말씀인가요?”
“당연한 원리일세. 임상의학적으로 경험적 데이터만으로 의학을 한다면 그건 원리나 법칙이 아닐세,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타날 것이고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의술을 펼 수가 없다네.”
승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학이 바탕이 되어야 체질의론이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앞으로 시대에 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의학이 펼쳐질까요?”
“이제 멀지 않았네. 서양의학이 한계에 부딪히면 동양의학에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야. 그러면 당연히 한의학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고 할 것일세. 지금도 벌써 서양에서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시험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한의학의 근간은 역학일세. 그것을 무시하고 한의학이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일세.동의보감을 읽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네.”
그는 역학의 대가였지만 의학에도 조예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역학을 오랫동안 연구하셨는데도 동양의학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의역동원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나? 역학의 경지에 들어가면 동양의학의 원리나 생리와 병리가 자연히 이해가 된다네.”
“역학을 연구하면 인체의 원리가 이해된다는 뜻이신지요?”
“그렇다네. 내가 자네를 보고 언제 아팠는지? 어디 아팠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그런 인체에 관한 기본 설계도는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야.”
“저의 몸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알고 싶습니다.”
“자네는 기본적으로 폐와 신장이 약하고 두뇌의 열이 많은 상기증 때문에 병이 들게 되어 있었네. 고등학교 시절 그런 병이 한꺼번에 온 이유는 사춘기의 열기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었네. 그러니 사춘기를 아주 고통스럽고 아프게 보냈을 것일세. 그렇지 않나?”
승학은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 모든 것을 역학을 하면 알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역학은 동양의 과학이고 기호논리학일세. 서양의 대학에서도 역학을 인정하는 이유는 그것이 과학이기 때문인 것이야. 앞으로 공부를 하면 무릎을 딱 치며 감탄할 일이 많을 것일세.”
그렇게 말하고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명이 그리 길지 않다네. 그래서 나는 자네를 제자로 받아들여 나의 학문을 전수해주고 싶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영광스럽고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그는 승학을 다시 한번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언제 죽을지를 알고 있네. 예전에 나의 사부인 이석영 선생님이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네. 그 예기를 들려주겠네.”
신년 인사차 사부님 댁을 들렀을 때 활짝 웃으며 맞이했네. 나는 큰 절을 올린 후에 이렇게 말했네.
“ 사부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그런데 대답을 않고 가만히 계셨어. 그래서 내가 무릎 끓고 앉아서 말씀을 드렸네.
“사부님, 혹시 몸이 편찮으신가요?”
“그렇지는 않네. 하지만 자네가 소원하는 것처럼 오래오래 살 수는 없네. 나는 올해 8월 15일 후에 온 곳으로 돌아가니, 자네는 앞으로 열심히 연구를 하시게.”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네. 당시 사부님은 어떤 병도 없었고 건강하신 상태였네.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네.
“이렇게 건강하신데,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요?”
“현재는 아주 건강하다네. 하지만 천명이 다했으니,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사부님은 내게 붓과 종이를 가져오게 하시고 글을 쓰며 말했네.
“잘 보게나. 나의 사주로 보면 이달이 되면 죽을 운이지 않는가?”
그는 내게 왜 그런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네.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네.
“자네도 나중에 역학을 깊이 하면 자네가 갈 날을 알 수 있을 것일세. 나의 사부도 그랬고 나도 이렇게 알고 있으니, 떠날 준비를 할 수 있어 참 좋다네.”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마구 떨어졌네. 나는 울며 말했네.
“사부님, 살아갈 방법은 없는지요? 아직 역학에 미천한 제자들 두고 이렇게 빨리 가시면 안 되십니다. 다른 방법이 없는지요?”
“역학은 자연의 이치이고 천명이라네. 나는 병이 있어 돌아가는 것이 아닐세, 그냥 그 시간대에 떠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야.”
당시 이론적으로야 이해했지만 실제로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못했어. 하지만 자꾸만 눈물이 났어. 그러자 사부님이 천천히 말했어.
“슬퍼하지 말게나. 나도 이렇게 가야 하고 자네도 언젠가 나처럼 가야 할 날이 올 것이야. 그때 담담하게 준비해서 떠나면 되는 것이야. 모든 인간은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 할 때가 오는 것이야.”
그리고 그해 8월 15일 날에 사부님은 돌아가셨네. 아무런 지병 없이 잠을 자다가 조용히 가셨다네. 인명재천은 그런 뜻일세. 나는 앞으로 4년 뒤 5월 10일 이후에는 돌아가야 하네. 역학을 연구하여 유일하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자신이 돌아갈 날을 아는 것일세.
승학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질문을 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당연하다네. 자네도 언젠가 역학을 깊이 연구하면 그런 것을 알게 될 것일세.”
승학은 백도인 이우영 선생을 사부로 모시는 제자 입문식을 올렸다.
그는 얼굴은 젊었지만 머리가 백발이어서 백도인이라는 호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의 백발은 빛이 나고 머리카락이 빳빳했다. 마치 백발에서 온갖 지혜가 샘솟는 것처럼 보였다.
특이한 것은 그는 제자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자 되기를 간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 이유는 비인비전(非人非傳)이라는 왕희지의 명언을 그대로 실행했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유일한 그의 애제자가 되었다. 하지만 역학의 길은 쉽지 않았다.
그는 매일 엄청난 양의 숙제를 내어주었고 테스트를 했다. 그는 공부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옛날 교사 시절의 엄격함을 그대로를 나타냈다. 만약 조금이라도 불성실하게 숙제를 하거나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렸다.
평소에는 인자하기 그지없었지만 화가 나면 불칼과도 같았다. 승학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역학은 그 어떤 공부보다 난해해서 집중을 요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도 모자랄 정도로 학습량이 많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즐겁기도 했다. 그토록 난해한 역학의 세계를 그는 쉽게 안내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