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동원(醫易同源): 의학과 역학의 뿌리는 같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33. 역학을 통한 의학의 재발견
“새로운 이론을 창시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자네는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강한 의지로 광명이세(光明二世)하는 운명을 타고났네. 대개 그런 경우는 새로운 이론이나 법칙, 원리를 창시한다네. 그런 삶을 살게 될 것이야.”
“그것이 무슨 뜻인지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동양에서는 자고로 학문을 많이 하면 일가를 이룬다고 하네. 또 이론을 체계화하면 법칙과 원리를 세우고 후대에까지 전하도록 하네. 그것을 광명이세(光明二世)라고 한다네. 어릴 때부터 불운한 환경에서 많은 고통을 겪고 죽을 운을 넘긴 적이 있을 것일세. 삶이 참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죽을병에 걸리기도 했을 것이야. 이미 죽어야 할 운기를 지나 내 앞에 앉아 있으니, 자네는 천명을 받은 사람이 분명할 것일세.”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자네는 어렸을 때부터 늘 혼자 있었을 것일세. 친구들과 교제보다는 조용히 혼자 생각하고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야. 또 늘 산과 들판을 홀로 거닐었을 것이야. 밤에는 달이나 별을 보고 걸었을 것이야.”
승학은 너무나 놀랐다.
사부의 소개장에는 별 내용이 없었다. 간단하게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니 잘 보아 달라는 것이었다. 한데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해졌다.
‘어떻게 나의 본질적 성향을 이렇게 잘 알지?’
내심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승학은 그에게 엉뚱한 말을 했다.
“저는 앞으로 사업을 하려는데 어떻겠습니까?”
“하하하, 자네는 사업하고는 절대 인연이 없네. 내가 말하는 대로 살았지 않는가?”
알고 물어보는 데는 승학도 어쩔 수 없었다.
“예, 사실은 그렇습니다.”
“치명적인 질환으로 고등학교 때 고통을 받았을 것이야. 군대에 가서도 다쳤을 것인데, 지금은 괜찮은가?”
점입가경이었다. 승학은 군대에 가서도 공수훈련을 받다가 무릎을 다쳤다. 또 육상훈련을 받다가 등뼈를 다쳐 고생하였던 적이 있었다.
“선생님,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아시죠?”
승학은 탄복하고 말았다. 자신만이 아는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신기하였던 것이다. 그날 그가 하는 말은 모두가 정확했다. 승학은 그가 운세의 흐름을 알고 있다는 데에 더 이상 의심할 수가 없었다.
승학은 관상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제 관상은 어떤가요?”
“사주를 풀이할 때, 관상도 더불어 보았네. 사주는 음의 학문으로 문자와 숫자로 풀이를 하네, 반면에 관상은 양의 학문으로 형상과 피부색으로 풀이를 한다네. 그 둘은 뭉쳐져서 하나로 통일이 되어야 몸과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네.”
“아. 그러신가요? 그것으로 몸과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하지. 자네는 ‘의역동원(醫易同源)’을 모르는가? 역경과 한의학의 양생학이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보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탄생했음을 가리키는 말이라네. 의(醫. 의술)와 역(易. 주역)은 같은 근원에서 나왔음을 뜻한다네.”
“의역동원이란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일치하는지요?”
“그렇다네. 시중에 보면 사주만 보고 운명이 어떻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네. 그것은 정말 잘못된 풍조일세. 운명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네. 내가 자네를 읽은 것은 사주와 관상, 체상, 말씨까지를 다 포함한 예측이라네.”
“선생님, 아무리 그런 것을 종합한다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맞출 수 있나요? 저와 동일한 사주를 지닌 사람이 우리나라에 적어도 100명은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주와 관상이 정말 인간의 미래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학문인가요?”
“정확하게는 불가능한 것이야. 운명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엄격하게 말하면 운명 예측설이네. 그건 선진국일수록 발달된 예측학과 비슷한 것이지. 경제적 지표나 수치를 계산하면 예측이 가능한 범위가 있는 것이네. 사주학도 그와 유사한 측면이 있네. 관상이나 태도, 말씨, 행동, 언어 등의 수치를 계산하면 예측 범위가 더욱 예리해지는 것이지.”
그는 승학을 보며 다시 말했다.
“자네 말처럼 동일한 사주는 많네. 하지만 동일한 관상이나 태도, 말씨, 행동, 언어 등은 없지 않나. 이것을 모두 통합적으로 추정하면 미래에 대한 예측이 나오지 않겠는가?”
“예,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주었다.
“한 번은 내가 서예원의 회원이 사주를 보아 달라고 요청했네. 그는 알고 보니, 나와 완전히 동일한 사주를 가진 사람이었어. 고향도 같은 경북 대구였다네. 그런데, 사는 형편과 직업, 처자식 관계가 전부 다른 거야. 그 이유가 뭔지 아는가?”
“관상이나 체형, 태도, 생각, 학벌, 직업 그 모든 것이 달라서 그렇지 않나요?”
“맞는 말일세. 그는 사주 외에 다른 것은 전부 나와 달랐네. 한데, 묘한 것은 건강과 기본적인 기질은 같았다네, 왜 그런지 알겠나?”
“그건 사주라는 천성적으로 부여받은 우주의 시간대와 기운이 유사하기 때문이 아닌가요?”
“바로 그런 연유 때문일세. 사주는 우주의 시간대에 관한 학문일세. 태생 공간이나 가정환경, 개인적 선택이 전부 다르지 않는가. 그것 때문에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일세.”
승학은 새로운 의문이 생겨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이 제 운세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신 근거는 무엇입니까?”
“사주나 관상 등의 제반 역학이 순수하게 그 자체로만 풀이되는 것은 아니네. 학문을 연구하면 그에 따른 경험적 데이터와 수치화가 생겨나는 법일세. 추정이 아니라네. 경험데이터를 모아 수치화해서 아는 것이라네. 자네를 보고 내가 연구한 이론으로 데이터와 수치화를 해서 분석하고 예측했던 것이야.”
승학은 그의 말을 듣고 서야 이해를 했다. 경험적 데이터와 수치화가 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했던 것이다. 승학은 그를 만난 이후로 기존 역학에 대한 인식자체가 바뀌었다.
그는 역학의 기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했다.
“주역의 음양론이나 오행론은 원래 동이족이 발견한 학문일세. 오행론을 발견한 홍범구주가 동이족의 거주지라는 사실을 아는가? 그렇지만, 그 모든 원리는 천부경과 삼일신고의 원리에서 다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네. “
그의 역학에 대한 지식과 열정은 뜨겁고도 깊었다.
승학은 금정산으로 들어와서 역학 공부를 하면서 그가 한 말들을 되뇌였다. 그 때는 난해하기만 했다. 하지만절대 고독을 느끼는 산속에선 이해가 되었다.
깊은 산속의 맑은 공기와 바람소리,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그의 뇌를 씻어주었다. 신비한 베일에 쌓인 역학의 방정식들이 하나씩 풀려갔다. 승학은 많은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왜 수많은 수행자들이 깊은 산속에 거주했어야 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