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학지성(向學之誠) : 학문에 온 마음을 기울이는 정성을 뜻한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31. 우주비밀의 원리를 푸는 열쇠
“천부경과 주역을 공부해야만 체질의 비밀을 풀 수 있다고요?”
사조님은 승학에게 동양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천부경과 주역을 공부해야만 체질의 첫 단추를 풀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사서삼경을 다 공부한 후에 천부경과 주역을 연구해야 하느니라.”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하지만 승학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그 두 경전은 난공불락의 성과 같았다. 사서삼경을 통독했지만 우주비밀의 원리는 심오했다.
승학이 금정산의 자궁혈을 찾은 이후의 첫 번째 기대감은 깨달음이었다. 천부경과 주역의 원리가 훤히 깨달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승학은 향학지성을 다하기로 했다.
학문에 온 마음을 기울이는 정성을 다하면 난해한 천부경과 주역이라도 깨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궁혈은 깊은 계곡이 양다리처럼 벌려져 있는 중간 지점에 있었다.
승학이 그곳에 갔을 때 절묘한 형상을 느꼈다. 마치 입구는 여성의 음부와 같았다. 속으로 들어가면 자궁경부 같은 부위를 지나 깊은 동굴 속에 자궁혈이 있었다.
신묘한 형상이었다. 처음 들어갈 때는 음습하며 무서웠지만 그 안은 아늑했고 평안했다. 절묘한 풍수의 명당이었다. 핵폭탄이 터져도 그 안은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윗부분이 열려 있어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가만히 보면 배꼽형상처럼 생겼다.
승학은 내심으로 생각했다.
‘저 빛이 쏟아지는 곳이 배꼽이구나.’
아이의 영양을 공급하는 배꼽의 탯줄처럼 그곳은 우주의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곳에 있을 때의 느낌은 새로운 탄생을 위한 생명의 안식처와 같았다. 천하명당의 놀라운 에너지를 느꼈다.
특이한 것은 그곳에 자리를 잡고 나서 느껴지는 절대적인 평화와 안식의 느낌이었다. 굳게 닫힌 뇌의 문이 열리면서 신비한 능력이 발현되는 느낌을 받았다.
승학은 그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마취주사를 맞은 듯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급하게 잘 준비를 하고 누웠다.
그리고 깜빡 잠이 들어 깨어나 보니, 새벽이었다. 밖에는 맑은 새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제 서야 다시 정신을 차려 승학은 자궁혈 주변을 살폈다. 어젯밤에 왔을 때와 달리 조금씩 날이 밝아오면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할 때 와서 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벽에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천부경(天符經)
一 始 無 始 一 일시무시일이니
析 三 極 無 盡 本 석삼극 무진본이고
天 一 一 地 一 二 人 一 三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이며
一 積 十 鉅 無 櫃 化 三 일적십거 무궤화삼이니라.
天 二 三 地 二 三 人 二 三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이니
大 三 合 六 生 七 八 九 대삼합육 생칠팔구하고
運 三 四 成 環 五 七 운삼사 성환오칠하니
一 妙 衍 萬 往 萬 來 일묘연 만왕만래라.
用 變 不 動 本 용변부동본이요
本 心 本 太 陽 昻 본심본태양앙하라.
明 人 中 天 地 一 명인중천지일할지니,
一 終 無 終 一 일종무종일이니라.
그 뜻은 이랬다.
‘하나는 시작 없는 하나에서 시작되어, 셋으로 나뉘어도 그 바탕은 다함이 없고,
하늘의 본성이 첫째로 나타나고 땅의 본성이 두 번째로 생겨나고 사람의 본성이 세 번째로 드러났으며,
하나가 쌓여서 열이 되고 그 커짐이 다하지 않으면 셋이 되나니라.
하늘에도 둘셋이 있고 땅에도 둘셋이 있고 사람에게도 둘셋이 있으니, 큰 셋을 합하여 여섯이 되고,
일곱여덟 아홉이 생겨나며, 셋과 넷으로 운용되어 다섯이 돌아 일곱을 이루니,
하나가 묘하게 퍼져나가 온갖 것이 오고 온갖 것이 가도다.
쓰임은 바뀌어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니, 참 마음으로 태양을 바라보라.
사람 속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들어 있음이 명백하니, 하나는 끝없는 하나로 끝나네.‘
벽에 새겨진 글이 너무나 또렷했다.
‘누가 과연 그 글을 썼을까? 왜 천부경을 여기에 써 놓았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천부경을 깨닫기 전에는 알 수가 없을 터였다. 승학은 자궁혈 주변을 돌아보고 본격적으로 생활을 하기 위해 준비했다.
필요한 솔잎을 따고 가지고 온 콩잎과 섞어 먹으면 될 일이었다. 또 사조님에게서 받은 오핵환과 청혈환, 소청환 등의 특효제를 모두 필요에 따라 복용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생활을 할 준비를 갖추고 승학은 공부 준비를 했다. 천부경은 벽에 쓰인 대로 매일 독송하며 그 이치를 궁구 하면 되었다. 하지만 주역이나 천문, 지리, 명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승학은 문득 사부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자네가 천고비전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주역과 명리학, 관상학까지 역학을 두루 다 공부하여야 할 것이야. 무릇 학문은 뿌리가 중요하다네. 의학은 인체에 관한 것이지만, 인체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인체는 모든 인간학을 비롯한 우주의 섭리에 뿌리를 둔 것이기 때문일세.”
그때 승학은 왜 사부님이 역학분야를 그토록 중요시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부님, 역학을 왜 그렇게 중요시 하지는 지요? 역학 중에 역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미신적인 요소가 많지 않습니까? 특히 운명학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지 않다네. 산속의 맑은 샘물도 뱀이 마시면 독약이 되지. 하지만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지 않는가? 그 학문이 지닌 원래의 깊은 뜻을 제대로 못 살리고 역술로 전락해서 그리 된 것이야. 운명학은 역술로 돈벌이가 되어서 억지로 꿰어 맞추는 경우가 많다네. 사실은 굉장히 과학적인 이론들이네.”
“예,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승학은 스승의 곁에서 역학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미 오래 전의 가르침이었지만 깊은 산속에서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승학은 책을 펼치고 공부를 하며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사회에선 잘 이해되지 않던 문제들이 갑자기 술술 풀렸다. 마치 천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펼친 주역이나 명리학의 적천수징의 같은 어려운 책들이 쉬웠다. 일독에 3개월 걸리던 책을 하루 만에 읽을 수가 있었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승학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자궁혈에서 새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