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대원 (正經大原): 바른 길과 큰 원칙을 뜻한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32. 체질의 원리를 찾아서
“저는 의학이나 수행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승학은 산속에서 공부를 하며 가끔 사회에서 배운 것을 떠올리곤 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오직 새소리와 짐승들의 울음소리, 바람소리만 듣고 공부를 하면 그렇게 되었다. 온갖 정신적 고통들이 정화되기도 했고 새로운 영감으로 가득 차기도 했다.
주역을 공부하는 중에 역학의 대가 이우영 사부님과의 대화가 자주 떠올랐다.
승학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자네는 의학을 하거나 산속으로 가서 수행을 해야 하네, 활인성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길이야.”
승학은 그의 말을 들을 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산속에서 공부를 할수록 체질이라고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역학은 파고들수록 신비했으며 과학탐구와 같았다. 수많은 법칙들이 세워져 있고 그 토대는 견고했다.
서양의 물리학과 천체 물리학과는 방향성만 다를 뿐이었다.
승학은 동양철학을 공부하며 사실, 가설, 법칙, 이론. 원리를 생각했다. 이 단어는 과학계에서 특정한 의미로 통용이 되었다. 중력의 법칙, 질량불변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관성의 법칙’ 등이 그것이었다.
체질의론을 명실상부한 과학으로 증명하려면 그러한 법칙은 필수였다. 단지 설명을 늘어놓은 이론만으로는 증명하기가 힘들었다. 이론을 뒷받침하는 법칙과 원리가 중요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의학계는 대부분 이론중심이 많았다. 특히 중의학은 제자백가의 사상처럼 이론이 난무했다.
그 수많은 이론들은 늘 명멸했고 변화했다. 그 이유는 법칙과 원리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론은 대부분 가설이 되거나 소멸이 된다. 승학이 그토록 오랜 세월 인문학과 동양철학의 기초를 다진 것은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승학은 정경대원의 바른 길과 큰 원칙을 추구하기로 했다.
사부는 늘 사실과 가설, 이론과 법칙,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법칙과 원리가 없는 이론은 공허하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사실과 가설이라고 해도 이론에 그치면 임상사례에 그친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놀라운 치료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특정 법칙이나 원리가 없다면 생명력은 짧기 때문이다.
그 관계에 대해 사부는 이렇게 강조했다.
“사실은 완전하게 '참'이라고 할 수 있는 오랫동안 검증된 관찰이라네. 또 가설이란 옳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라네. 법칙은 일정 조건 하에서 자연의 원리를 일반화하여 서술된 거라네. 그래서 법칙에는 필연성이 담겨 있다네. 반면에 이론은 잘 된 '설명'을 의미하네. 이는 자연의 어떠한 양상, 원리에 대하여 증거가 잘 뒷받침되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지.”
“사부님, 제가 하는 공부에 왜 이러한 조건이 필요한가요?”
“아주 필요한 개념이라네. 중력의 법칙과 상대성 원리는 의미가 다르다네. 원리는 이미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이기 때문에 원리를 기초로 해야 법칙과 이론들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네. 무릇 과학의 범주에 속하는 모든 학문은 이 조건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네. 체질의론도 마찬가지일세.|
승학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질문을 했다.
“사부님은 체질은 이론인가요? 체질법칙인가요? 체질원리인가요?”
“좋은 질문을 했네. 체질은 이론이며 법칙이 있고 체질 원리가 있다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동양철학을 깊이 궁구해야 하는 것일세. 철저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이론과 법칙, 원리가 나올 수 없다네. 자네는 앞으로 반드시 체질의 법칙과 원리를 찾도록 하게나. 그래야 체질의학이 될 수 있는 것일세.”
승학은 그 대화를 통해서 역학에 대한 절실한 필요와 가치를 알게 되었다.
사부는 그러한 승학의 마음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자네 이젠 본격적으로 체질이론과 법칙, 원리를 연구하기 위해 역학을 심오하게 연구해야 할 것일세. 그런데 역학은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네. 천재가 30년 걸린다고 하네, 자네에게 내 역학의 대가를 소개할 테니,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게나. 내가 소개장을 써 주겠네. 역학의 대가인 이우영선생을 찾아가 뵙도록 하게나.”
“예 알겠습니다.”
승학은 공부를 깊이 하기 이해 이우영 선생을 찾아보기로 했다. 역학은 거대한 암벽과 같았다. 승학은 혼자서 역학 공부를 하며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직면했었다. 그것을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기대가 되었다.
승학은 부산에 있는 역학의 대가 이우영 선생을 만나러 갔다.
소개장을 들고 그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부산에 도착하자 말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이우영선생님 댁인가요?”
굵고 점잖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소만, 누구신가요?”
“대전의 손계환 선생님 소개로 만나 뵐까 하는데 어떠신지요?”
그는 다른 것은 묻지도 않고 자신의 집을 알려주었다. 그의 집은 찾기가 쉬웠다. 부산의 수영 로터리 옆으로 복개천 도로에 그의 집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승학이라고 합니다. 여기 선생님의 소개장이 있습니다.”
그는 작은 키에 머리가 백발이었다. 피부는 붉은색이 감도는 선풍도골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사부와 어딘지 닮은 데가 있었다. 그는 소개장을 유심히 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고 말했다.
“먼 길 온다고 수고했소. 나는 진작에 그대를 알고 있었소.”
“그러시다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는 가르침을 받고자 여기 왔습니다.”
“음, 그러시면 편하게 얘기를 하겠네. 나는 자네의 사부 손계환과 일찍이 학문적 교류를 하는 사이라네. 자네가 단군 의통을 전수받는다고 소개장에 써 놓았으니, 터놓고 말하겠네. 나 역시 사부의 가르침을 받아 보국회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일세.”
그는 일단 말문을 열자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자신에 대한 얘기부터 했다. 그는 한때 중학교 국어선생님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는 고민이 많은 친구를 따라 철학원을 갔다. 당시 동양최고의 역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이석영선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석영 선생은 그를 보고 대뜸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은 역학을 해야겠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네. 바로 나와 같이 민초들의 삶을 밝혀줄 역학자의 길이야.”
이우영선생은 그때만 해도 그 말에 코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역학은 점이나 철학, 병신육갑 등의 천시를 받았던 시절이었다네. 나는 별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무시했네. 그런데 자꾸만 그 선생님이 떠오르는 거야. 그 당시엔 중학교 선생이 그렇게 좋은 직업도 아니었다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그 공부를 선택했어.”
그는 교직을 떠나 오랫동안 이석영선생의 서사 일을 하며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에 사부인 이석영선생이 돌아가신 후에 부산으로 와서 서예원을 경영한다고 했다.
한참 동안 자신의 과거를 말하던 그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자네의 사주나 한번 보세. 관상은 이미 들어올 때부터 보아두었으니 나중에 얘기해 주겠네.”
승학은 생년월일시를 알려주었다. 과연 승학은 생전 처음 보는 사주에 기대감이 차 올랐다. 과연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다. 하늘의 천문과 땅의 지리와 함께 인간의 명리인 사주는 과연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