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체질의학 소설> 독서상우

독서상우(讀書尙友); 책을 읽음으로써 옛 현인과 벗한다는 뜻이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35. 사상체질의 성리학적 원리


“동의수세보원을 기본으로 해야만 체질의 원리가 확립된다고 하셨습니까?”

승학이 금정산으로 떠날 때 청산 사부는 동의수세보원의 연구를 당부했다. 그 책을 통독해서 체질의 기본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승학이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사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은 체질의론의 기본일세. 그 책을 통독해야만 체질에 대한 확고한 원리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지. 사상체질은 기본적으로 성리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네.”

“그러한가요? 왜 성리학적 원리가 담겨 있는지요?”

“이제마 선생은 유학을 먼저 공부한 이후에 의학을 연구하셨다네. 당연히 자신이 한 공부에서 기본적인 개념을 잡으셨던 것이지. 동의수세보원을 보면 그러한 내용이 나와 있네. 그 책을 펼쳐보게”

승학은 동의수세보원을 펼쳤다.

“동의수세보원 권 1의 성명론(性命論)이라는 구절이 있네.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느냐?”

“성명(性命)이라 함은 성(性)은 본질적인 바탕인 정신이며 명(命)은 육체의 활동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성명론을 수없이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전통유학자들의 뜻 그대로 인성과 천명으로 볼 때 어딘지 추상적인 의미 같았습니다.”

“자네의 생각이 맞네. 주역의 서두 건괘에 보면 건도변화(建道變化) 각정성명(各正性命)이라는 표현이 있네. 성리학적으로 볼 때는 만물이 가진 제각기의 천부의 성질과 생명, 수명의 뜻하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는 정신과 육체가 일체이며 동시성을 것을 의미하네.”

“예. 그렇군요. 그 뜻은 성리학적인 의미가 있어 어려운 것이군요.”

“그렇지. 그다음 구절인 첫째 지방, 둘째 인륜, 셋째 세회, 넷째는 천시라고 되어 있지. 그 뜻을 아는가?”

“사부님 그 뜻을 아직 모르겠습니다. 무슨 뜻인지요?”



승학은 수없이 그 구절에서부터 막혀버린 생각의 미로를 떠올렸다.

이상하게 그 구절의 뜻은 난해하게 느껴졌다.

“그 뜻은 간단하게 보아야 이해가 되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상은 하늘과 땅, 인간, 사물이야. 바로 그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 첫째 지방(地方)은 풍수적 개념으로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지, 둘째 인륜(人倫)은 유전자의 개념으로 인체의 내부와 외부의 구조와 형상이라네. 세 번째 세회(世會)는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을 의미함이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천시(天時)는 하늘의 시간을 의미하네.”

“사부님이 말씀하신 천시(天時)가 바로 생년월일시인 사주의 의미가 되는가요? 또 인륜(人倫)은 인체를 보는 관상의 의미가 맞는지요?”

“바로 맞혔네. 이것은 나의 사부님이 전수해 줘서 알게 된 원리이네. 사부님은 늘 주역과 음양오행론을 달통해야 체질연구를 할 수 있다고 하셨네. 단지 동의수세보원에는 주역이나 음양오행론이 배제되어 있다고 하셨네. 그것은 조사님인 청담선사님이 그렇게 체질의론을 분리하여 가르침을 주었다고 하네.”

“그건 왜 어떤 의미이신지요?”

“실제 동의수세보원에는 주역이나 음양오행론이 재배되어 있네. 대신 성리학의 사단칠정론을 중심으로 장중경의 상한론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네. 그래서 일본의 의학자들이 아무리 연구를 해도 훔쳐갈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세. 체질감별이나 처방의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있기 때문이네. 그래서 일본에는 체질의론이 아직까지 없는 것일세.”

“이해가 됩니다. 사부님, 저 구절은 성리학의 사단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요?”

“그렇다네. 성리학의 사단칠정의 그 사단의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지. 조선시대는 사단칠정이 성리학의 주요 관심사였다네. 사칠논쟁(四七論爭)이라고도 하네. 그것은 사단칠정론을 두고 벌어진 이황과 기대승의 성리학 논쟁을 의미하네.”

“사단칠정이 동의수세보원에서 중요한 내용인가요?”

“동의수세보원을 보면 사단칠정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네. 사단(四端)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인 인지단(仁之端), 수오지심(羞惡之心)인 의자단(義之端), 사양지심(辭讓之心)의 예지단(禮之端), 시비지심(是非之心)의 지지단(智之端)이라고 했네. 이를 축약하면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端)을 모아서 사단이라고 하네.”


그는 종이에 글자를 쓰가며 칠정을 설명했다.

“칠정이란 사람이 갖고 있는 일곱 가지 감정, 즉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을 의미하네. 이 사단과 칠정의 관계를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주요 성정으로 많이 다루고 있다네.”

“7가지 감정이 체질 장부의 성정에 배속이 된 것은 알고 있습니다. 특히 체질에 따른 주요 성정에서 칠정이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맞는 말이네. 사상체질에서는 병을 외적요인과 내적 요인으로 분류해 놓았네. 내적 요인으로는 폐, 비장, 간, 신장의 장부와 희, 노, 애, 락의 감정이 연계되어 병을 일으킨다고 보았네. 희, 노, 애, 락의 감정이 장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서 병이 나타난다고 보는 관점이네. 그래서 장부의 병을 다스리려면 장부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성정을 다스려야 한다고 보았다네. 우선적으로 자신의 성정을 다스리는 것이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길이라는 것을 제시한 것이네.”

“실제 맞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감정 통제가 안되어 병이 심해진 것 같았습니다. 임상적으로 사부님이 느끼신 점은 어떠하셨는지요?”

“임상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네. 감정과 질병의 관계는 절대적이라네.”

“어떻게 절대적으로 일치하는가요?”

“예를 들면, 태양인은 노여움과 슬픔을 경계해야 한다고 되어 있네. 태양인의 분노는 급히 터뜨렸다가 급히 거두기 때문에 간이 상한다네. 또 슬픈 일이나 기억들을 너무 간직해서 내장을 상하게도 한다는 것이네. 만약 이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병이 생기는 것이라네. 실제 임상에서 흔하게 보는 증세라네.”

“나머지 체질도 모두 그런 식으로 일치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네. 소양인은 태양인과 반대로 슬픔을 감정적으로 잘 터뜨린다네. 또 깊이 간직하는 것은 노여움이네. 소양인은 슬픈 감정에 휩싸이고 또 금방 진정하게 되면 신장을 상하게 된다네. 또한 너무 깊이 노여움을 간직하면 그로 인해 내장을 상하게 하는 것이지.”


KakaoTalk_20230602_110401866.png


“예, 그렇군요. 태음인체질은 어떠한가요?”

“태음인은 너무 쉽게 즐거움에 빠지고 또 금방 즐거움이 사라진다네. 이처럼 즐거움에 격동하기 쉬워서 자주 즐거워 깔깔거리다가 금방 새침해지면 폐가 많이 상한다네. 즐거운 일이 생겨도 무덤덤하게 자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것일세. 또 기뻐 들뜬 마음을 너무 깊이 간직하면 내장을 상하게 하기 쉽다네.”

“사부님 소음인체질은 어떠한가요?”

“소음인은 쉽게 쏟는 감정이 기쁨이고 깊이 간직하는 것은 즐거움이라네. 그래서 쉽게 기뻐 흥분하는 일이 자주 있게 되면 비장을 상하게 되네. 즐거움을 표출하지 않고 가슴 깊숙이 간직하면 내장을 상하게 하는 것이네. 감정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병이 되는 원리가 그러하네.”

“사부님 체질과 장부의 특성이 좀 복잡한 것 같습니다. 그 감정들을 요약하면 어떤가요?”

“태양인과 소양인은 항상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경계해야 한다네. 또 태음인과 소음인은 항상 즐거움과 기쁨을 경계해야 한다네. 이를 종합하면 항상 희로애락의 마음을 경계하고 반성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야. 또 마음이 다스려지면 신체의 부조화는 저절로 조절되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네.”

승학은 사부의 설명을 통해서 동의수세보원의 핵심적 내용을 이해했던 터였다.

그러나 산속에서 다시 공부를 하며 더욱더 구체적으로 내용들을 숙지할 수 있었다. 체질과 감정, 질병의 관계가 일목요연하게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병을 통해서 생생하게 느꼈던 감정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웠다. 승학은 산속에서의 공부가 나날이 깊어가는 것을 느꼈다.

keyword
이전 04화34. <체질의학 소설> 선병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