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노력을 하면 어떤 어려운 일도 극복할 수 있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43. 책의 집필과 운명적 만남
“제가 책을 집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나요? 책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10년 전 승학이 역학의 사부 백도인 이우영 선생을 만났을 때 그는 책을 쓰라고 했다. 당시 승학은 그렇게 반문했다. 그는 승학이 역학을 공부해야 하며 앞으로 책을 써서 유명하게 된다고 했다.
당시 승학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한 번도 작가의 꿈을 꾼 적이 없었다. 또 책은 타고난 글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자네는 천문성을 타고나서 글을 아주 잘 쓸 것이야. 책 출간도 많이 하고 논문도 아주 많이 쓰게 될 것이야. 박사학위를 최소한 3개는 받을 것이야.”
그는 그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저는 글 쓰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숙제를 하지도 않았고 글쓰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책을 쓸 수 있겠습니까?”
“자네가 말하는 것은 과거시점 아닌가? 현재에서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자네도 모를 것이야.”
“제가 생각할 때는 그렇게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당시 승학은 그 말을 부정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10년 후면 자네는 현재 시점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것일세. 그때의 자네를 위해서 지금은 너무 부정하지는 말게나. 사람 일은 살아봐야 알 수 있다네.”
승학은 미래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승학이 역학의 대가 백도인을 사부로 맞이한 것도 사실 전혀 예상 밖이었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우연과 필연 사이의 좌표를 찍는 일이었다.
생은 정해진 것도 아니면서 마치 정해진 것처럼 흘러왔던 것이다.
그 후 승학은 금정산 자궁혈에서 공부를 하며 엄청난 변화를 느꼈다.
절대적 고요함에서 몰입을 자주 경험함으로써 뇌가 천재적으로 변화된 것이었다. 그 어렵다는 역학 서적 적천수천미를 단 하루 만에 독파했었다. 속세에선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걸린 난해한 책이었다.
그런데 단 하루 12시간 만에 전부를 이해했다. 그토록 난해하다는 천부경과 주역, 천고비전도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 모든 것이 몰입의 결과였다.
승학은 몰입이 뇌를 각성시키면 천재가 되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수선제에서 승학은 사부를 도우면서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작정을 하고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한 분야를 몰입하면 자기도 모르게 강렬한 열정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책을 쓴다는 것은 지식을 배불리 먹고 난 후에 화장실에 가서 배설하는 것과 같았다. 머릿속에 책의 내용이 가득 차서 쓰게 된 것이었다.
승학은 책을 출간했다. 첫 번째 책의 내용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주제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었다. 사람이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사람이 노력을 하면 어떤 어려운 일도 극복할 수 있어 인력(人力)은 능히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 책의 내용은 건강과 성공, 운명의 흐름이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랬다. 승학은 수선제에서 중병에 걸린 사람들이 완치되어 운명이 바뀌어가는 것을 많이 보았다.
출간 후 그 책은 사람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 그들은 운명의 영향을 받았다.
운명이나 운세를 믿는 사람들은 머피의 법칙에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첫 번째 집필 이후에 계속해서 책을 쓰고 깊이 연구를 했다.
심오한 연구를 할 때는 힘들었지만 사조님이 하신 말씀을 떠올렸다.
“자네는 대기만성을 할 것이야. 큰 그릇은 천천히 오래 골을 들여 높은 온도의 열을 가해야 하는 것일세. 질그릇이나 그릇을 도기라고 하네. 그것은 500도에서 1,100도 사이의 온도로 구워서 만든다네. 그런데 백자기나 청자기 같은 자기는 1,200도 이하에서는 익지 않고 1,300도 정도가 되어야 익는다고 하네. 그러니 대기만성형 인재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승학은 그 말을 듣고 질문을 했다.
"사조님, 저의 대기만성의 시기가 언제쯤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자네는 연령퇴행의 장생술을 연구하니, 최소한 128세까지 살 것이야. 그 긴 세월을 젊은 상태로 살 터인데, 서두를 것이 뭐가 있는가. 40대 이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나. 그때까지 공부와 연구, 고생을 좀 해야 하지 않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승학의 눈을 보며 말했다.
“맹자의 이 말을 평생 가슴에 새기게나. ‘천장강대임어시인야(天將降大任於是人也) 인댄 필선고기심지(必先苦其心志)하며 노기근골(勞其筋骨)하며 아기체부(餓其體膚)하며 공핍기신(空乏其身) 하야 행불란기소위(行拂亂其所爲)하나니 소이동심인성(所以動心忍性) 하야 증익기소불능(曾益其所不能)이니라.’이 뜻을 말해 보거라.”
“하늘이 장차 큰일을 어떤 사람에게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힙니다. 그 근골을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합니다.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해서 행하는 일이 뜻과 같지 않게 합니다. 이것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 성질을 참게 하여 일찍이 할 수 없었던 일을 더욱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그 뜻이 맞네. 단군 의통을 전수받은 사람들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쳤네. 쉽고 편한 길을 가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 의통이라는 것을 명심하게”
승학은 그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방대한 체질의학의 체계와 연구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 한의학 공부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역학과 동양철학, 서양철학,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것 만해도 엄청난 세월이 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든 학문을 섭렵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체질의학이었던 것이다.
승학은 수선제에 머물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집필을 했다.
공부는 몰입을 할수록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승학의 몰입은 49시간 기준으로 3일 연속이 기본이었다. 때로는 100시간 기준으로 5일간을 몰입하기도 했다.
어느 날 승학은 머리를 식힐 겸 대나무 숲길을 걸었다.
이미 수선제에 온 지 1년이 다 되어가서 4월의 기운이 느껴졌다. 승학은 잔인한 4월을 떠올렸다.
“4월은 죽은 나무와 산 나무가 가지나 잎에서 확연히 구별이 되는 달이네. 새순이 돋아나지 않으면 죽은 나무인 것이야. 그래서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 것이야.”
지리산에서 사조님은 4월에 그렇게 말했다.
승학은 조용히 살아 있는 나무뿌리와 죽은 나무뿌리를 구별하듯 찬찬히 살폈다. 그런데, 대나무 숲 가장자리에 갑자기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승학은 천천히 가보았다.
그곳에서 어떤 여인이 대나무를 잡고 조용히 흐느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황급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뒤돌아보았다. 그녀는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녀의 모습에서는 기품이 흐르는 지적인 느낌이 단아하게 묻어났다. 승학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말하였다.
“미안합니다. 소리가 나서 나도 모르게 들어왔어요.”
그녀는 대답하는 것을 잊은 듯이 눈을 내리며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승학의 기억 속에서 섬광과도 같은 번뜩임이 일어났다.
그토록 오랜 세월 막연히 기다려왔던 하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빠르게 테이프가 돌아가듯 기억 속에서 한 시절 사건들이 눈앞을 파노라마 쳤다.
승학의 생에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일깨워준 기억들이 있었다.
그 일들은 이미 오래전에 잊은 줄 알았다. 그런데 묘하게 그녀를 보는 순간 해일처럼 일어나서 깊은 의식을 순식간에 덮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