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체질의학 소설> 교학상장

남을 가르치거나 남에게 배우거나 모두 나의 학업을 증진시킨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42. 연구의 성과와 기록


“선생님 몸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왜 이렇게 갑자기 좋아진 거죠?”

승학이 대나무 숲 그늘 아래에 쉬고 있을 때 이대진이 찾아와서 말했다. 이상하게 그는 승학을 따랐다.

몇 번이나 원장님을 보조하는 직원이라 밝혔지만 그는 승학을 따라다녔다. 승학은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원장님의 의술이 탁월해서 그렇지요. 아주 잘 된 일입니다.”

“물론 원장님이 치료해서 그렇지요. 그런데 제가 원장님께 물어보니까, 선생님은 체질의학 연구를 많이 하셔서 아주 특별한 분이라고 하셨어요. 그렇지 않나요?”

승학은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원장님은 저의 사부님이십니다. 사부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 정도로 비법을 많으시고 의술이 뛰어난 분이시지요.”

“그 얘긴 들었어요. 여기 자주 오다 보니, 보고 듣는 것이 많잖아요.”

“그러면 앞으로는 원장님께 질문하고 열심히 치료하세요. 그러면 되는 거죠.”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 원장님이 저를 치료하시지만 왠지 제 병은 선생님이 고쳐 주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도 제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래요.”

“사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원장님께 열심히 치료를 받으세요.”

승학은 그 학생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만성질환이 낫는 과정이 체질치료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와의 만남은 승학에게 중대한 체질 의학적 방향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이대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둡고 침울하며 비관적인 성격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심청사달이 나타난 대표적 사례였다.

사람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던 그의 자폐증도 어느 듯 사라졌다. 본래의 체질균형을 회복하자 그는 붙임성 있고 끈기 있는 성격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승학이 산책을 하며 걸어가자 그가 다시 따라오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몸 때문에 군대도 못 가고 공부도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동안 여러 곳을 전전하였지만, 제게 인간적으로 잘해주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선생님 곁에서 일을 도와주며 같이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

승학은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했다.

“여기에 치료하러 올 때 가끔씩 만나면 되지요. 내 곁에서 도와줄 것도 없어요. 나는 사부님을 모시고 도와주는 것이 바빠서 사실 같이 놀아줄 틈도 없습니다.”

“그러시면 저는 집에 안 돌아가고 여기서 살고 싶습니다. 원장님께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그 학생의 결연한 표정을 보고 승학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생은 빨리 완치해서 복학을 하세요. 여기서 할 일이 없을 겁니다.”

승학은 끝내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대진은 만만치 않았다.

그다음 날 이대진의 어머니가 승학을 찾아와서 간청을 했다.

“우리 애가 선생님 곁에서 지내고 싶다는 것은 이유가 있어요. 사실 말하기 좀 어려운 문제가 있어요.”

그녀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한 듯 망설였다.

“무슨 말씀이든 하세요. 저는 여기 원장님을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드님이 저를 따라다니거나 여기서 거주하는 것에 대한 권한이 없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이의 병은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그 아이가 귀신병이 들어 있어요. 불을 끄고 잠을 못 자고 귀신이 자꾸만 자기를 본다고 해요.”



승학은 내심으로 놀랐다.

“그래요.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귀신병은 심장기능 저하로 생기는 증세입니다. 고칠 수가 있습니다. 원장님께 말씀드리면 고칠 수 있을 터인데요.”

“그래요? 저는 말하기가 좀 그래서요. 다른 병원에서 이 얘길 하면 정신과로 가라 하고 이상하게 보더군요. 여기서 또 그렇게 할까 싶어서 못했지요.”

“원장님이 예전에 말씀하셨어요. 귀신병은 심장과 비장, 두뇌의 문제로 치료가 가능하다고요. 그렇게 치료를 하면 되지요. 그것 때문에 제 곁에서 머물고 여기서 살 필요는 없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원장님께는 이미 말씀드렸어요. 한데 원장님 말씀이 선생님이 허락한다면 자신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아. 그래요. 원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요?”

승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낮에는 사부님을 도와서 일을 하지만 밤에는 연구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옆에 두고 있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왜 그런 허락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녀는 승학의 표정을 보고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알아요. 바쁘시다는 것을요. 한데 제 아들이 선생님 곁에 있으면 귀신병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요.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해요. 여기 살 수 만 있다면 귀신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해요.”

승학은 난감했다. 거절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그러시면 원장님께 물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예, 어떻게 하실지 기다리겠습니다. 한 생명 살린다고 생각하시고 거두어주십시오. 제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승학은 모자의 간청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아직 공부를 해야 할 시점에 누군가가 자기를 따르는 것도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승학은 업무를 마치고 나서 사부에게 말했다.

“사부님, 이대진 학생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시기로 하셨는가요?”

“워낙 절실하게 간청해서 그렇게 말했네. 자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이 거부해도 되지. 한데 그 학생과 자네가 인연이 있으니, 그리 말한 것일세.”

“묘하게도 그 학생도 자네와 유사한 천의성을 타고났더군. 그런데다 귀신병에 들었으니, 자네 같이 산에서 내공을 쌓은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아마 자네와 닮은꼴이니, 자네가 거두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야.”

“사부님, 저는 아직 연구할 것도 많고 누구를 거두어들일 정도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네. 사람 살리는 일에 시간이나 여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야. 저렇게 간절히 모자가 매달리는 것을 보면 자네와의 인연이 아주 깊은 것이야.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하지 않나? 남을 가르치거나 남에게 배우거나 모두 나의 학업을 증진시킨다는 뜻이잖는가.”

“예, 알겠습니다. 그럼 사부님의 뜻이 그러하시니,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한데 귀신병 치료는 어떻게 하시려고 하시는지요?”

“그 학생의 심장과 비장, 두뇌가 회복되면 귀신은 물러갈 것이야. 아마 여기 거주하고 자네 곁에 있으면 바로 귀신은 사라질 것이야. 귀신은 병이 든 사람에게만 따라다니거든.”

“사부님, 어떤 원리로 그러한가요?”

“자네 병마(病魔)란 말을 알지? 병에 걸리면 마(魔)라는 귀신이 따르게 되는 것이야. 병이 나으면 마(魔)는 자연히 물러나는 것이지. 그것도 자연과학의 원리야. 의술로 귀신을 쫓을 수 있는 것이지.”

그다음 날부터 이대진은 수선제에 와서 거주를 시작했다.

그에게는 승학이 거주하는 대나무 숲 근처의 대청당의 작은 방이 주어졌다.

그는 승학의 방청소를 비롯해서 사소한 일들을 거들었다. 승학도 하지 말라고 해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승학은 그런 사소한 것까지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의 심성이 여려서 마음의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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