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체질의학 소설> 명약관화

체질진단은 불을 보듯이 명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49. 명확한 진단은 모든 치료의 근본


“이렇게 아침 일찍 여긴 웬일이세요?”

승학은 새벽 산책을 하기 위해 들판 길을 걷다가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가 승학을 보며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끔씩 일찍 잠을 깨면 여기 들판 길을 걷곤 합니다. 저야 괜찮지만 아직 날이 채 덜 밝은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나오셨습니까?”

승학이 되묻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새벽부터 숨이 잘 안 쉬어져서 공기 좋은 곳으로 나온 거예요.”

“아. 그래요. 어떻게 숨이 안 쉬어지나요?”

“가슴이 막힌 듯하고 폐와 기관지가 쭈그러든 듯 답답해서 호흡이 안 돼요. 큰 병원에선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죽을 것만 같아요.”

“빨리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면 지금이라도 저랑 같이 가 보실까요?”

“녜, 그래요. 알겠어요. 그렇게 하겠어요.”

유림은 승학을 따라왔다. 조금 앞선 승학은 가슴이 쿵탕 거리며 뛰었다. 마음과 무관하게 몸이 반응하는 것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승학은 유림에게 말했다.

“어제부터 연구를 한다고 밤을 꼬박 새웠어요. 아침시간에 불현듯 머리를 식히러 여길 나온 겁니다.”

“그래요. 저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져서 잠을 못 잤어요.”

승학은 농담을 하듯 말했다.

“어떤 이유로든 둘이 잠을 잘 못 잔 것은 맞군요.”

“저야 아파서 그렇지만 선생님은 무슨 연구를 한다고 밤을 꼬박 새우셨어요?”

“사부님이 부탁하신 엄명을 받들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정말 진지하게 깊이 연구하라고 당부하셨어요.”

그녀는 밝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정말 기대가 돼요. 당장이라도 연구에 대해 알고 싶지만 우선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오후에 점심식사 하고 찾아뵐게요.”

“그래요. 오전 중에 충분히 쉬세요. 오후에 뵙겠습니다.”

승학은 그렇게 말하고 먼저 대청당을 향했다. 밤새 연구를 했지만 찾지 못했던 원인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가겠다고 했다.



승학은 밤새 하던 연구를 오전 내내 몰입해서 정리를 했다.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한 후에도 쉬지 않고 생각을 했다. 사부의 진료를 곁에서 도와주며 많은 연구를 했던 것과는 다른 의미가 느껴졌다. 유림의 체질은 아주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승학이 그렇게 몰입하고 있을 때 유림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들어오며 말했다.

“일부러 문을 열어두고 기다리신 건가요?”

“예, 들어오셔도 문은 닫지 마세요.”

유림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왜 그렇게 하시는 건가요?”

“심장이 약하신 분은 친한 사람이 아닌 경우, 문을 닫아 두면 마음이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건 맞습니다. 제가 좀 그래요. 그런데 선생님과는 이미 친해진 사이가 아닌가요? 오늘 새벽에 만나고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저를 편하게 하는 그 어떤 기운이 있으신 것을 느꼈어요. 아직 정확히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승학은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뛰었지만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제가 연구해 본 결과 유림 씨는 체질이 좀 특이합니다. 심장이 매우 약하고 절대 쇼크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면 안 되는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을 타고나셨습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승학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 가지 병증이 많이 나타난 것은 소양인부체질과 태양인부채질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 체질의 어떤 특성 때문인가요?”

“이 체질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유로우며 타인의 지배나 영향을 받지 않으면 건강합니다. 그런데 타인의 지배나 강한 영향을 받으면 심장과 간, 신장의 시스템이 무너지며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가 타인의 지배나 강한 영향을 받으셨다는 말씀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가까운 사람에게 지배를 받거나 심한 간섭과 억압을 겪으셨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정도로 증세가 다양해질 수가 없습니다.”

유림은 갑자기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에 대해 원장님한테 자세히 들었나요? 아니면 뒷조사를 한 것인가요?”

“사부님은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으셨어요. 다만 사생활 부분에 대해선 절대 질문하거나 알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단지 병에 대해서만 연구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유림 씨의 체질구조는 심리적 문제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이성이 있습니다.”

“그래요. 사실 원장님은 저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계실 거예요. 그런데 마치 저의 내면 일부를 읽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계속 말씀해 주세요.”

“기질적으로 완전한 자유로움과 감성, 뜨거운 열정과 냉철함과 이성, 합리적 사고를 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하며 통제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영혼을 누군가가 자주 억압하거나 지배 혹은 간섭하면 심장과 간에 엄청난 손상을 입습니다. 숨을 크게 못 쉬는 근본원인이 그 점에 있어요.”

유림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건 정말 그래요. 그 어떤 유명한 의사한테도 이와 유사한 말을 저한테 한 적이 없어요. 정신과 의사조차 모르는 심리적인 것을 이런 것을 모르더군요. 더군다나 육체와 연계해서 말씀하시니 너무 놀라워요. 심리분석 같으면서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진단인 것 같아요. 혼자 연구를 깊이 하신 점에 대해 감사드려요. 말씀하실 때마다 가슴이 찔리는 느낌이 들어요.”

“저의 사조님과 사부님의 가르침으로 이런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를 하시면 됩니다. 저는 그분들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승학은 잠시 차 한 잔을 마시며 다시 말했다.

“심장과 간의 기능 저하가 심각해서 새벽과 아침이면 숨이 힘들어집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식도와 소화기능의 문제입니다. 만성체증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만성체증이 뭔가요?”

“몸 안에 체기가 있어서 식사 후에 많이 불편하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입니다. 일반적인 소화불량과는 좀 다른 증상이 많습니다. 갑자기 손발이 차가워지며 가슴이 답답하고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가 수반되기도 하는 증세입니다. 흔히 말하는 얹혔다는 그 증세가 심하게 만성화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맞아요. 제가 그래요. 어떻게 그것을 자세히 알고 있죠?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말한 적이 없는 문제들만 족집게처럼 알아내서 너무 놀라워요.”

“식 후에 명치가 답답하고 가끔 가슴 중앙부위가 막힌 듯이 답답했을 겁니다. 가슴도 불규칙적으로 뛰고 손에 진땀이 나며 숨이 가파지고 힘들어지는 느낌이 있었을 겁니다.”

유림은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지만 체질진단은 명확한 것 같았다. 유림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승학의 말이 마치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승학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승학은 잠시 창밖을 보며 침묵의 시간을 기다렸다.

멀리 보이는 대나무 숲의 댓잎이 흔들리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방안은 침묵이 맴돌았다. 열어둔 방문으로 한줄기 바람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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