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체질의학 소설> 화양연화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48. 삶의 꽃이 피는 순간


“여기 말씀 좀 물어볼까 해요?”

사부가 떠나고 한 달이 좀 넘었을 때 누군가가 승학을 찾았다.

어떤 여인이 승학의 방문을 조용히 노크하며 말했다.

승학은 문을 열고 누구인지를 보았다. 그녀였다. 승학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오랜만이군요. 저를 찾으신 겁니까?”

“그래요. 여기 원장님이 소백산으로 가시기 전에 선생님을 찾아보라고 하셔서 왔어요.”

승학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시면 들어와서 말씀하시지요.”

그녀는 조용히 들어와서 의자에 앉았다.

“사부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성함이 성유림 씨 맞죠?”

“예 맞아요. 원장님이 선생님 극찬을 많이 해서 누구신가 궁금했어요. 예전에 제가 뵈었을 때는 못 알아 뵈었어요. 그때 제가 좀 쌀쌀맞게 대했죠. 원래 제 성격이 낯선 사람을 많이 경계해요.”

성유림이 웃으며 말했다. 의외로 그녀는 승학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대하는 것 같았다.

그는 승학의 책장을 살펴보다가 다시 말했다.

“선생님 지으신 책은 다 읽어보았어요. 아주 재밌었어요.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어요.”

“그래요. 영광입니다.”

그녀는 낮고 품위가 있는 음성으로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승학은 황토방으로 성유림을 안내했다.

승학의 열병은 일시적으로 가라앉으며 평화로웠다. 신기하게도 함께 대화를 나누는 순간은 안정이 되었다.

황토방 앞에서 승학은 간단히 말했다.

“오늘은 일단 편히 쉬십시오. 사부님의 당부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일 시간이 날 때 만나시죠.”

“그래요.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변을 했다.

승학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심장의 강한 열기를 느꼈다.

둘이 함께 대화할 때는 더없이 평화로웠다. 하지만 돌아오기 무섭게 다시 열정의 불꽃이 타올랐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레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다음날 오전에 그녀가 다시 승학을 찾았다.

승학은 애써 태연한 척하였지만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를 보고 뜬금없는 말을 했다.

“머리가 이게 뭐예요. 세수도 안 하신 거예요.”

승학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보며 말했다. 승학은 당황했다. 어제까지의 냉철한 태도는 없었다. 봄날처럼 따스한 감성이 깃든 음성이었다. 표정도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예. 잠을 못 이루어서 머리가 좀 헝클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승학은 잠시 바깥에 나가 세수도 하고 머리도 빗고 다시 들어왔다.

그녀는 승학을 보고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결 좋은데요. 제 병에 대해 연구를 하실 거라고 전해 들었어요. 어떤 방법으로 하시는지 궁금해요.”

“그건 28 체질진단을 위한 기본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승학은 옆에 있는 종이에 기본 데이터에 대한 것을 써서 그녀에게 주었다.

“시험 보는 느낌인데요.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적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예. 사부님이 당신의 친딸을 돌보듯 하시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서 연구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유명하다는 곳은 다 둘러봐서 이젠 거의 치료를 믿지 않아요. 요즘은 차라리 편히 죽는 방법을 생각하곤 해요. 밤마다 거의 숨을 못 쉬어서 죽을 것 같아요.”

“어떻게 숨이 안 쉬어지는가요?”

“가슴이 막힌 듯하고 숨이 안 쉬어져서 억지로 숨을 쉬어요. 숨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곤 해요. 하지만 큰 병원에 가면 폐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했어요. 한마디로 원인을 못 찾는 거죠. 벌써 5년이 넘었으니, 이젠 희망이 없어요.”

그녀의 밝은 표정이 순식간에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로 변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유명하다는 병원이나 의사는 다 만나봤습니다. 그런데도 원인조차 못 찾더군요. 희망을 잃은 지가 오래되었어요. 단지 매일 힘겹게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여기 황토방에 오면 몸 상태가 조금 안정이 된다는 거예요. 그건 왜 그럴까요?”

승학은 그녀에게 펜을 주며 말했다.

“일단 체질진단을 위한 차트를 써 주십시오. 일체유심조라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사 모든 일은 오직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 몸과 마음을 알고 다스리는 것이 체질의학입니다. 제가 연구하는 것은 28 체질의학으로의 진단입니다.”



그녀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 그런가요? 저번 원장님의 복합체질로 보는 것과 다른 것인가 봅니다.”

“제가 사부님께 배웠지만 저는 복합체질을 완성한 28 체질의학을 연구했습니다.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통합된 영역에서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꽤 흥미롭습니다. 사실 저는 의학에 관심이 많아서 나름대로 보고 들은 것은 많습니다. 물론 잘 알지는 못해요. 대략 무슨 말씀을 하면 어떤 느낌인지는 감을 잡아요.”

“아. 그래요. 잘 되었습니다. 내일 자세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승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일어섰다.

그녀가 가고 난 뒤에 승학은 정신없이 바빴다.

매일 늘 해야 하는 루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학이 다시 여유를 찾은 시간은 오후 6시쯤 업무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승학은 유림의 차트를 자세히 검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승학은 수선재의 원장 오범석을 찾아가서 성유림의 차트를 찾아달라고 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원장님이 준비하라고 해서 여기 찾아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저도 체질의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언제 한번 만나서 차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누시죠.”

승학은 웃으며 화답했다.

“예, 그렇게 하시지요.”

승학은 죽청당으로 돌아와서 차트를 살펴보았다.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중요한 내용은 생략되어 있는 것 같았다. 병명은 다양했다. 심장병, 화병, 호흡장애, 공황장애, 소화장애, 건선 등이었다.

주요 증세는 무기력증, 만성피로누적, 어지럼증, 불면증, 공황발작, 호흡곤란 등이었다. 거의 종합병동 수준의 병명이 나열되어 있었다.

승학은 원인을 찾으려고 체질진단을 했다.

그녀는 소양인부체질에 태양인주체질이었다. 선천적으로 간과 신장이 약하여 심장의 기능이 약한 체질이었다. 승학은 그녀를 위한 연구에 몰입하였다. 승학의 감정은 구름에 뜬 듯했지만 정신은 오직 한 곳에 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림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느낌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학은 문득 지금이 화양연화의 시작이 아닐까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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