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에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 좀처럼 마주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의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46.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
“사부님 갑자기 몸이 아픕니다. 심한 열병 같은 증세가 왜 나타났을까요?”
그는 진맥을 해 보고 승학을 빤히 쳐다보았다.
“자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겐가?”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며칠 전부터 잠이 오지 않고 이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상한 일이군. 며칠 전만 해도 건강했잖은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승학은 어렴풋이 자신의 상태를 느꼈다. 하지만 사부에게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대나무 숲의 그 여인을 두 번째 본 날부터 심장에 화염이 일었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잠을 이루려고 노력해도 정신은 맑아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뭉게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승학은 그 여인의 잔상을 지우려고 혜린을 생각해 보았다. 그녀와 승학은 아슬아슬한 감성의 선이 있었다. 한 순간 승학은 그녀에게 다가서고픈 감성이 들 때도 있었다.
애인이 있느냐고 누가 물으면 승학은 언제나 혜린을 떠올렸다. 하지만 승학은 더 이상 감성이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 그녀를 만나도 애틋함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멀찍이서 두 번째 그녀를 보고 그의 심장에 불꽃이 튀었다.
하얀 레이스가 있는 원피스를 입은 그녀를 보는 순간 그랬다. 심장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승학은 그러한 감정들을 사부한테 말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이해 못 할 열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승학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사부가 승학을 보며 말했다.
“자네는 체질적으로 반드시 수행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네. 자네를 만나는 날 주역을 해보고 자네가 올 줄을 알았다네. 주역의 괘상으로 보면 3 이화가 있다네, 그날 3 이화와 6 감수가 내게로 오고 있었어. 괘상으로는 화수미제지. 그건 젊은 청년이 불이 붙어 나를 찾아온다는 것이야. 내가 자네 가까이 가는 것을 기억하느냐?”
“예, 기억납니다. 사부님은 유심히 저를 살피면서 오셨죠. 저도 그날 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다 깊은 뜻이 있는 거야. 나는 오래전부터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원래 모든 인연은 만나기 오래전부터 기다리게 되어 있다네.”
“사부님, 그런 것도 있습니까?”
“당연하지, 꿈꾸지 않고 현실이 되는 경우는 없다네. 위대한 사람은 위대성을 입증하려고 오랫동안 준비하며 기다린다네. 위대한 사랑도 오래전부터 늘 한 사람을 기다리며 시작이 된다네. 어느 날 뜬금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이 우주에선 없는 것일세. 우연처럼 느껴지는 필연만 있을 뿐이네.”
“사부님은 어찌 그런 것까지도 잘 알고 계시는지요? 그런 것도 의학의 영역에 속하는지요?”
“당연히 그렇다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자넨 다른 사람들과 다른 면이 있네, 타고날 때부터 가슴에 심한 불덩이를 타고났네. 그래서 정염을 가슴에 품고 열정이 많다네. 하지만 그것들은 다 고통이 되는 거라네. 지금 자네가 열정을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자네의 현재 질병을 고치는 약이 될 것일세.”
승학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 열정은 연구입니다.”
승학은 대충 그렇게 둘러댔다.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는 없었다. 왠지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자네는 앞으로 타고난 열정을 두 가지 방향으로 불태우게 될 것일세. 하나의 방향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요. 다른 하나의 방향은 한 사람만을 죽도록 사랑하여 영원히 함께 하는 사랑이 될 것일세.”
승학은 깜짝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러자 사부가 승학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놀라는가? 자네가 지닌 그 두 가지 열정은 이미 느끼거나 알고 있지 않은가?”
“예, 사부님, 어떻게 그렇게 제 내면을 잘 아시는지 놀랍습니다.”
“자네도 체질진단을 하면 다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정도를 모르고 어떻게 진단이라고 할 수 있는가? 큰 병원에 가면 각종 의료기로 영상진단을 하게 하지. 하지만 그건 병의 현상이지 원인을 찾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체질의학에서는 그 사람의 모든 면을 알아야만 병의 원인진단을 하고 뿌리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야.”
사부는 승학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네의 타고난 열정을 좀 식히게나. 연구는 좀 쉬어가며 하고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게. 그러면 병이 되기 쉬워진다네. 일단 심장의 열을 끄는 청혈환과 머리의 생각을 식히는 뇌청환을 좀 복용하게나.”
승학은 죽청당으로 돌아오며 고개를 흔들었다.
가슴속을 뜨겁게 태우는 감정을 떨쳐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그날 밤을 또 꼬박 새웠다.
청혈환과 뇌청환을 복용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까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새벽 첫 닭이 울 때 어둑어둑한 대나무 숲 사이를 배회했다.
해가 뜨고 한참이나 그 주변을 서성거리거나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왜 갑자기 내 가슴에 극심한 정염이 타오르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승학은 알 수가 없었다. 승학은 그날 하루는 연구를 할 수가 없었다. 승학은 진종일 대나무 숲과 황토방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초조한 마음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는 그날도 그다음 날도 소식이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대나무 숲 사이를 조용히 걷고 있었다.
갑자기 승학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승학은 그녀에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저는 유승학입니다. 여기서 사부님에게 사사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하며 승학을 비껴갔다.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그녀는 대나무 숲길을 걸어갔다.
승학은 답답했다. 다시 그녀 가까이 가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이 얼어붙은 듯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승학은 힘없이 황토방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이 승학의 피부와 뼛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승학은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열병에 시달렸다. 다시 잠을 설치고 그다음 날 하루 내내 그녀를 기다렸다.
오후가 되자 그녀가 홀연히 나타났다.
승학은 그녀 가까이 걸어갔다. 그녀는 그제 서야 승학을 힐끗 보았다. 승학의 눈과 그녀의 눈이 처음으로 부딪쳤다.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승학이 먼저 말했다.
“여기 자주 오시나 봅니다.”
“그래요. 여기가 참 좋아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난 후엔 웬일인지 승학은 머리가 하얗게 비워졌다. 입이 타고 심장이 떨려왔다.
의지와는 상관없는 통제 불능의 감정이 밀려온 것이었다. 승학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인 것 같았다. 둘은 가만히 대나무 숲을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을 정도로 정적이 감돌았다. 시간이 멈춰진 것 같은 순간에 승학은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
“여기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먼저 갈게요.”
그녀는 조금씩 멀어져 갔다. 승학은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녀가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멀어지자 다시 열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천재일우의 느낌이었다. 그녀를 천년에 한번 만난 인연과 같이 느꼈던 것이다. 승학은 그날 밤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승학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열을 앓게 되었다. 삼일이 지나고 나자 비로소 승학은 자신이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승학의 열병은 의외로 심했다. 그녀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나무 숲에서 승학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승학은 한 달을 내내 앓았다. 신열이 나고 어지러우며 가슴이 아팠다.
세상이 온통 먹구름이 가린 듯 슬프게 느껴졌다. 넓고 무한한 우주 한가운데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절대적 고독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