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치료의 길을 찾는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50. 숨겨둔 콤플렉스 안에 질병의 원인이 있다.
“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긴 침묵을 깨트리며 유림이 말했다. 승학은 유림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그녀는 복잡한 심정인 것 같았다. 병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과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함께 섞였다. 수많은 기대가 무산된 기억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는 듯했다.
“모든 병은 원인만 정확히 파악이 되면 고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냥할 때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숲 속에 황금새를 잡으려고 사냥꾼이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근처까지 접근하면 황금새가 날아가고 잘 숨어서 찾기가 힘든다고 하면 사냥꾼은 그 새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 까요?”
유림은 재미있는 듯 웃으며 말했다.
“숨어서 황금새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면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황금새가 모습을 잘 안 보이고 숨어 있다면 힘들겠지요? 황금새가 모습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관찰하며 연구해야겠지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 참고 기다리지를 않지요. 당연히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맞아요. 대부분 그랬어요. 원인을 몰라서 증세만 자꾸 질문했어요. 그것도 정확히는 아니고 어렴풋하게요. 제가 답변을 하지 않으면 거의 아무것도 모르더군요.”
“병의 원인은 숲 속의 황금새처럼 찾기 힘든 겁니다. 정확한 위치를 알고 활을 겨누면 사냥이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대략적으로 저 박달나무 뒤에 있을 거야. 아니면 소나무 사이에 있을 것이라 추정하여 마구 화살을 날리면 잡을 확률이 있을까요?”
“당연히 없을 것 같아요. 황금새로 비유하니, 병의 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가 돼요. 사실 지금까지 제 병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주는 의사가 없었어요. 대부분 신경성이라거나 우울증, 혹은 심장기능 저하로 말하더군요. 그런데 사실 제가 공감이 안 되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증세를 제대로 말해주는 의사가 정말 없었어요.”
그녀는 열변을 토했다.
승학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숲 속의 황금새처럼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60% 이상 치료효과가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완치로 가는 왕도입니다. 만약 원인을 모르고 대략 추정해서 치료를 한다면 나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체질의학이 중요한 이유는 체질적 특성과 병증, 체질의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그것을 통해 원인을 찾고 뿌리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 그래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돼요. 특히 저의 병증에 대한 연구는 정말 공감이 돼요. 저는 아무런 사전 정보나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제 증상을 알아내셨죠? 불문진단이라고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진단하는 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제가 경험해보니 신비로워요.”
승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꾸 증세에 대해 질문하면 오히려 혼동만 생깁니다. 모든 진단은 불문진단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반적인 병의 원인은 찾기가 쉬워요. 감기환자의 경우, 기침을 하는 것을 보고 즉시 바이러스 침습이라는 것을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세가 복잡한 경우는 하루, 이틀 만에 진단이 불가능하죠. 난치병의 경우 진단을 위해 최소 2주 이상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가요? 진단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가요?”
“황금새 비유를 한 이유는 제 어린 시절 우리 동네 숲에 있는 꾀꼬리를 보기 위해 자주 가 봤거든요. 꾀꼬리는 황조(黃鳥)라고 해서 황금색을 지닌 새입니다. 그런데 ‘못 찾겠다 꾀꼬리’ 노랫말처럼 꾀꼬리를 찾기는 힘이 들어요. 묘하게 숨어서 안 보입니다. 자주 가서 오래 기다려야 볼 수 있었죠. 병이 복잡하면 실제 그렇습니다.”
“이해가 됩니다. 맞는 말씀 같습니다.”
“사실 저는 유림 씨에 대해 오랫동안 많이 생각했습니다. 사부님이 유림 씨를 부탁할 때 예전 대나무 숲에서 뵈었던 기억부터 여기 오셨을 때까지 정말 깊이 오래 몰입을 했었지요.”
그녀는 약간 얼굴을 찡긋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죄송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정말 유명하다는 병원이나 의사 많이 찾아다녔어요. 기대를 품고 가보면 실망만 안고 돌아왔거든요. 하지만 오늘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은 망치로 뒷머리를 맞은 것처럼 별이 번쩍 보이는 느낌이에요. 정말 놀랐어요.”
그녀는 승학을 보고 웃으며 다시 말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저는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만난 느낌이 들어요.”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승학은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다.
사부가 절대 묻지 말라고 하던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것이 부담이었다.
병의 원인을 찾으려면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부분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유림이 겪었을 억압이나 통제, 쇼크 등에 대해서 알아야 병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심스러웠다. ‘역린을 건드린다’는 뜻이 떠올랐다.
‘역린(逆鱗)은 용(龍)의 목덜미 아래에 방향이 거꾸로 난 비늘이다. 용에게 있어서 매우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으로 치명적인 ’ 콤플렉스‘ 같은 의미가 있다. 그 뜻은 전체가 탄탄한 비늘로 덮여 있는 용에게도 약점이 있고, 그 약점을 건드리면 용이 분노한다는 의미이다. 절대자의 ’ 역린‘을 건드리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승학은 누구나 사람에게 ‘역린’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성이 선하거나 악하거나 무관하게 분명히 ‘역린’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역린’을 건드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유림의 사행활에 참을 수 없는 ‘역린’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승학의 노력은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승학은 진퇴양난의 상태에 봉착했다.
중요한 병의 원인을 모르고 나아갈 수도 없고 그 질문을 피하여 물러갈 수도 없었다.
승학은 깊은 생각을 하며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승학의 침묵을 지켜보고 있다가 말했다.
“왜 갑자기 깊은 고민이 생기신 건가요? 말씀해 보세요.”
“말하기가 곤란한 사안이 좀 있어서 그렇습니다. 제 연구가 진퇴양난의 상태에 있습니다.”
“그것이 뭔가요?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승학은 망설이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실은 사부님이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요. 저는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매우 싫어해요. 어떤 종류의 사적인 질문도 그래요. 꼭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그런 말을 하기가 싫어요.”
“사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체질의학으로 보면 그 질문이 병의 원인을 찾고 뿌리치료를 하는 데는 필수적입니다. 개인적 관심의 문제가 아닙니다. 객관적 질병의 원인을 찾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승학의 말을 듣고 유림은 다시 한동안 침묵했다. 승학은 ‘역린’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침묵 사이로 바깥에서 대나무 댓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림은 대나무 댓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말했다.
“인간의 마음도 저 대나무 댓잎 같은 것인지 몰라요. 바람이 불면 흔들리듯 마음도 외부의 어떤 영향을 받으면 마구 흔들려요. 저는 댓잎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요.”
“그렇지요. 바람이 불면 댓잎은 흔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죠. 하지만 사람은 그 미세한 흔들림을 견디며 감추는 고통을 겪기도 하죠. 오히려 흔들리는 것이 편한 거죠.”
유림이 느닷없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도 그런 말씀하실 줄 아시네요. 처음 뵐 때는 연구만 하는 학자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마치 저를 들여 보듯 하고 이젠 은유법을 써가며 암시를 주시네요.”
“하하 제가 그렇게 보입니까. 사실은 감성주의자예요. 예민하고 감각적인 편이죠.”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유림은 그 말을 하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질문들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을 해보고 어떻게 할지 답변을 드릴게요. 제가 결정을 하면 여기로 와서 대청마루에 앉아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마음이 안 내키는 것으로 알아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승학은 무어라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밝은 세상에서 갑자기 암흑 속에 남겨진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앞에 있을 때와 그녀가 없는 공간은 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뀌었다. 승학은 마음속으로는 그녀의 사생활이‘역린’이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승학으로선 체질의학적 연구로는 그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승학은 다시 대나무 숲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바람이 불고 댓잎은 가느다란 비명을 지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