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前人未踏): 이제까지 아무도 가 보지 않음을 뜻한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84. 아무도 가지 않는 길도 누군가가 가면 길이 된다.
“황반변성을 고칠 수 있다고 하셨나요? 그것이 가능한가요?”
30대 후반의 일본 여성이 놀란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는 심한 황반변성으로 시야가 흐릿하고 실명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병원에서 고가의 치료를 했지만 관리를 중심으로 했다.
그 병은 난치 혹은 불치병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녀는 시력을 잃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승학은 그녀를 진단하고 나서 말했다.
“황반변성이라고 하면 자꾸 눈만을 보고 황반이 변성되었다고 합니다. 안과에서는 결국 눈만 관찰하고 치료합니다. 이런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지 못합니다. 더 빨리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만 하는 겁니다.”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저는 정말 간절한 상황입니다.”
“눈은 튀어나온 뇌라고 합니다. 그 정도로 뇌 정보량의 절대적인 부분이고 생활의 등불입니다. 그 눈이 과연 눈만으로 그 작용을 할까요? 1차적으로 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2차적으로는 간, 심폐, 비위, 신장과의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에너지장이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장부의 문제가 심각하면 3차적인 병증이 생깁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인체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 황반변성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다는 건가요?”“눈의 황반변성과 두뇌, 오장육부의 연결성은 체질을 진단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눈의 병변이 왜 발생했는지 그 뿌리를 찾는 정밀진단이 가능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빨리 체질진단을 해 주세요.”
그녀는 간절한 눈빛을 하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승학은 그녀의 체질진단을 위해 데이터를 작성하라고 했다.
체질의학으로 황반변성은 전인미답이었다. 하지만 모든 병의 원인은 체질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뿌리치료를 하면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승학이 지리산에서 조사님을 만나서 공부할 때 그가 질문을 했었다.
“앞으로 자네가 해야 하는 모든 난치병 치료는 전인미답이 될 것이야.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이 불치 혹은 난치라고 규정한 질병이 너무나 많아. 그 병들은 모두 전인미답의 치료가 되는 것이지. 자네는 전인미답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도 가지 않았다고 해도 제가 가야 할 길이라면 뚫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그 생각은 가상하지만 어떻게 그 길을 뚫을 것인가를 물은 것일세.”
승학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정확한 체질진단을 하고 원인을 찾으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의 불치병을 사조님의 제자이자 저의 사부가 고쳤듯이 그렇게 고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야. 그런 생각은 단지 이론이나 원리로는 안 되는 것이네. 의학에서는 철저하게 임상경험의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하고 실험이 아닌 실제치료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야.”“예, 알겠습니다. 그리 생각하고 임상경험의 데이터를 축적하며 과학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만약 환자의 병증이 처음 임상하는 난치병의 경우엔 어떻게 하겠나? 앞으로 그런 일이 분명히 많을 것일세. 그런 경우 처음이라고 잘 모르겠다며 치료를 하지 않을 것인가? 치료를 할 것인가? 양심적으로 말해보게나.”
“사조님과 사부께서 정확한 진단과 원리를 알면 난치병이나 일반병과 같다고 배웠습니다. 저는 난치병과 일반 잡병을 구분하지 않고 원인치료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뿌리치료를 하는 것이 양심적입니다.”
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이제는 대담성과 용기, 열정에 지혜까지 다 갖췄으니, 됐네. 그렇게 하면 될 것이야.”
승학은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체질진단과 원인에 대해 집중하기로 했다. 의학에 있어 전인미답은 오만가지가 넘었다. 그 누구를 진료해도 동일한 체질과 증상, 원인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체질은 소음인부체질에 태음인주체질입니다.”
“체질이라는 말은 생소하지만 제가 듣기엔 두 종류의 바디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맞습니다. 체질은 사람마다 다른 바디 메커니즘입니다. 당신의 경우엔 신장과 간이 좋습니다. 그로 인해 비위와 폐, 기관지가 약합니다. 이것을 기본적 바디 메커니즘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늘 비위가 약해 위장병이 있고 폐와 기관지가 약해 감기에 잘 걸립니다. 그런 기본적 바디 메커니즘이 실제로 작용한다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그 기본적 바디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진단하면 당신은 비장과 위장 기능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바로 소화가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런 증상이 일주일이상 갈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 만성화되면 여러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
“정말 그래요. 소화관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그것 때문에 변비도 심하고 불면증도 조금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체질적 증세가 저의 황반변성과 연관성이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 병증으로 인해 심장이 약화됩니다. 황반변성 진단을 받기 전 가슴이 두근두근 하거나 불안증을 느끼면서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요? 그 후에 안과 진단 결과 황반변성의 시작은 왼쪽 눈이었죠?”
그녀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증세와 하시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처음 왼쪽 눈에 늘 피곤했어요. 그러다가 검은 막이 보이고 시력이 희미해서 안과에 가서 처음 발견했어요. 왼쪽 눈이 심장과 연관이 되어 그런가요?”“그렇습니다. 왼쪽 눈이 심해지면 그다음 간의 열로 인해 오른쪽 눈으로도 병증이 발생합니다. 황반변성의 원인치료를 하지 않아서 두 눈이 모두 황반변성에 걸린 것이죠.”
“박사님, 설명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결론적으로 이 원인들을 제거하면 고칠 수 있다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심각한 황반변성에 중심을 두지 마시고 체질적 병증을 고치는 것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면 어쩔 수 없는 조건으로 바닥에 짚을 깐 곳에 자야 할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 벼룩이 아주 많을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야 벼룩을 잡으면 되지 않나요?”
“당연히 벼룩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벼룩은 아무리 잡아도 새로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짚 때문입니다. 그 짚을 버리고 잘 건조된 나뭇잎을 깔면 벼룩은 사라집니다. 그 짚이 바로 병증이고 벼룩이 황반변성이라는 비유입니다. 나타난 증세보다 숨어 있는 원인을 치료해야 하는 원리가 그렇습니다.”
“이해가 됩니다. 원인치료가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저의 경우엔 체질적인 병증부터 빨리 치료를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죠. 빨리 치료를 해주세요. 꼭 낫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녀는 매우 긍정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그녀에게 눈은 생명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그녀의 황반변성을 치료하기 위한 특수한 침 치료와 시청환을 비롯한 소청환, 청혈환 등을 처방해 주었다. 그 약들은 원인치료를 통해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특효제였다. 특히 황반변성에 도움이 되는 주력 약재는 말레이시아 자생약초를 사용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말레이시아만의 약초였다.
승학은 전인미답을 위해 조사님과 사부님이 일찍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약초를 연구하라는 것이 대단한 예지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꾸준히 3개월을 치료받았다.
매주 자주 오다 보니, 유림과도 친해지고 식단지도로 받아 잘 지켰다. 유림은 그녀의 식단과 심리상담에 정성을 다했다. 그 이유는 전인미답의 치료였기 때문이었다.
유림 역시 황반변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든 난치병이 그렇듯 뿌리가 깊이 내려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일반 잡병이나 통증질환 등은 뿌리가 깊지 않아 치료가 쉽고 빨랐다. 그러나 난치병은 최소 10년 이상 묵은 악성 에너지파장이 체질의 밸런스를 파괴하기 때문이었다. 승학과 유림은 그 원리를 잘 알기 때문에 특별치료를 했다.
치료의 결과는 의외로 매우 평범하게 일상적으로 다가왔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일본 여자가 꽃다발과 선물을 사들고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그녀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지으며 90도 각도로 깍듯하게 두 사람에게 번갈아 가며 인사를 했다.
승학과 유림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과에 가서 정밀하게 황반변성 진단을 했어요. 그런데 증세가 사라졌다고 해요. 완치가 되었다고 했어요. 의사가 완치선언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어요. 무슨 치료를 했냐고요?”
유림과 승학이 동시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축하합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부부가 같은 영어표현을 두 번이나 같이 하자 웃음이 터져 나와서 셋이서 웃었다.
그녀는 황반변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그제야 유림이 승학을 보며 찡끗 윙크하며 눈빛을 보냈다.
전인미답을 다시 한번 두 사람이 새로운 길을 내고 걸어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인 여성은 그 후에도 건강관리를 꾸준히 받았지만 황반변성의 재발은 없었다. 황반변성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난 이후 소문이 났다. 그 후 3명의 황반변성 환자가 찾아와서 모두 완치가 되었다.
그녀의 황반변성 완치는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후 다른 환자들의 체질의학의 원인치료가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케이스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