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체질의학 소설> 기략종횡

기략종횡(機略縱橫): 어떤 변화에도 대처하는 빈틈없는 전략을 뜻한다.

by 백승헌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83. 치료는 빈틈없는 전략으로 적군인 질병을 몰아내는 것이다.


“너무나 심각한 상황인데도 119에서 영어가 안 통합니다. 치료해 주실 수 있나요?”

평소 아는 환자가 선배라는 분을 둘러업고 와서 승학에게 물었다. 그 선배인 분은 전날 밤 숙취로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의 119 센터에 급히 전화를 했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환자는 거의 숨을 못 쉬고 숨이 넘어가는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조금만 지체하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가까이 있던 유림도 당황한 빛을 보이며 말했다.

"병원의 호흡기내과로 빨리 보내야 하지 않아요? 너무 위험한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나 승학은 담담하게 말했다.

“현재의 호흡상태를 보면 시간이 없어요. 여기서 응급치료를 해야 합니다.”

승학은 이미 호흡곤란증으로 죽어가던 유림을 비롯해 여러 번 경험이 있어 일단 치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숙취로 인한 극심한 호흡곤란은 증세가 달랐다. 환자는 숙취가 심해서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앞이 자꾸 캄캄해져요. 이대로 죽는 것 아닌가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요. 살려주세요.”

승학은 침착하게 호흡을 열어주는 침을 놓았다. 그러나 환자의 취기가 문제였다. 호흡은 안되고 취기로 잠은 오는 상태가 겹쳐서 진퇴양난이었다.

그 순간 승학은 기략종횡을 떠올렸다. 어떤 변화에도 대처하는 빈틈없는 전략을 순간적으로 세우고 치료에 임했다. 우선은 심장과 폐, 간의 기능저하와 술로 인한 체증이 문제였다.

그 체증은 과음으로 인한 급성체증이었다. 또 호흡곤란은 비위장의 기능저하와 심장과 횡격막 기능이 극도로 약화된 상태로 나타났다.

유림은 곁에서 목을 부드럽게 마사지하여 후두덮개와 기도가 열릴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겪었던 호흡곤란의 경험이 있어 신속하게 대처했다.

승학은 호흡을 풀어주도록 심폐와 간, 비위의 기능을 동시적으로 치료했다.

그 순간은 중환자 수술과 흡사했다. 대기실에서 환자부인, 그 환자를 데리고 온 사람이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그 정적을 깼다.

“숨이 안 쉬어져요. 앞이 캄캄해져요. 이제 죽어가고 있어요.”



그 소리를 들은 환자의 부인은 불안해서 자꾸 문을 두드렸다.

유림이 나가서 진정을 시켰다.

“저도 이런 경험을 해서 잘 알아요. 환자는 회복이 되실 겁니다. 진정하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환자 부인이 말했다.

“저렇게 호흡을 못할 때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119 전화가 안되니, 어떡해요. 지금이라도 다시 119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환자 부인은 연신 119로 전화를 해서 영어로 말을 했다. 유림이 전화를 하겠다고 전화기를 받아 들었지만 역시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인도인 안내양의 발음은 미국인이나 영국인이라도 알아들을 수 없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단지 인도인 남성이 영어를 하면 통한다고 했다.

하지만 영어 할 줄 아는 인도인 남성을 찾기가 더욱 힘들었다.

유림도 몇 번이나 말을 했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유림은 119 인도인 안내인 여성의 영어 발음은 마치 외계인의 언어와 같다고 했다. 유림은 전화기를 끄며 말했다.

“지금 응급치료를 하니까, 믿고 기다리세요. 지금 인도인 안내인과 영어가 통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요. 여기서 호흡을 안정해야 합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후배가 말했다.

“형수님,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저도 말씀드렸다시피 여기서 심각한 병을 완치했잖아요. 여기 박사님이 분명히 고쳐주실 거니다. 믿고 기다리시지요.”

그제야 그 부인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유림은 환자를 진정시키고 다시 치료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환자의 호흡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승학을 보며 말했다.

“어떤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급한 고비는 넘어간 것 같아요.”

승학이 유림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래요. 곧 회복이 될 거니까 걱정 말아요. 환자의 취기가 남아서 조금 과장해서 말하는 거죠. 맥이 안정되어 가고 있고 호흡도 이 정도면 괜찮은 상태입니다.”

“예전에 제가 호흡곤란 할 때랑 비교하면 훨씬 나은 것 같은데요.”

승학은 웃으며 농담하듯이 가볍게 말했다.

“맞아요. 그땐 유림 씨가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렇죠.”

“이 심각한 상황에 그런 말씀이 나와요.”

“이제 괜찮아졌으니, 그렇게 말하는 거죠. 유림 씨 상태에 비하면 이 환자분 상태가 덜 심각하다는 뜻이죠.”

“아. 그럼 됐어요. 저는 당신이 너무 긴장하실까 싶어 걱정이 돼서 그래요.”

“응급상황의 치료는 숨 막히는 전쟁터의 상황과 같은 거죠. 그러나 어떤 상황이거나 변화이든 기략종횡하라는 사부님의 말씀을 저는 잊지 않고 있어요.”

“그래요. 저도 항상 기략종횡하는 자세로 당신을 내조하겠어요.”

승학은 다시 한번 환자의 맥을 보고 나서 말했다.

“이제 안정상태로 접어들었어요. 유림 씨는 차 한 잔 하고 쉬어요. 내가 잠시 여기 지켜볼 테니까요.”

“아니에요. 같이 지켜보고 있다가 회복이 되면 그때 같이 나가요.”

그들이 잠시 지켜보는 사이에 환자는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바로 잠이 들었다.



승학은 유림과 함께 대기실로 가서 말했다.

“이제 완전히 정상적인 호흡상태가 되었어요. 지금 취기가 있어 잠을 자고 있어요. 한두 시간쯤 후에 깨워서 돌아가시면 됩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환자의 부인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여기 왔을 때 워낙 정신이 없어 제가 실례를 좀 범한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승학이 웃으며 말했다.

“누구나 가족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같은 반응이 나왔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옆에 있던 환자의 후배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산소호흡기가 있는 병원으로 가야 했는데 워낙 위급해서 여기로 모시고 왔습니다. 차로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치료해 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와의 인연이 있어 이쪽으로 오신 것이니 잘하신 겁니다. 처음 오셨을 때 상황은 좀 위급했지만 치료를 한다는 것은 언제나 비상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잘 치료가 되셨으니, 좋은 일이 되신 겁니다.”

환자의 부인과 후배는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승학에게 있어 이러한 응급상황은 치료에 있어 기략종횡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치료는 적군에 해당하는 질병이나 증세와 싸워야 하는 전쟁터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승학은 그 상황에서도 곁에서 도와주며 힘이 되는 유림이 있어 참 든든했다.

간호사들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유림은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대처를 잘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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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은 유림가 함께 원장실에 돌아와서 말했다.

“당신이 있어 너무 든든하고 고마워요. 당신은 내게 언제나 천군만마와 같은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저도 그래요. 당신이 있어 오늘 같은 위험한 상황에도 담담할 수 있었어요. 저는 당신을 믿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연구하고 임상을 하는 당신을 곁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당연히 체질의학을 신뢰하고 안심을 하죠.”

“연구와 임상은 기본일 뿐이죠. 만약 당신의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강한 생명력의 에너지를 지니지 못했을 거예요. 치료를 한다는 것은 질병과의 전쟁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안 돼요. 누군가의 사랑과 지지가 반드시 필요해요. 그런데 당신이 있어 나는 정말 큰 힘을 얻어 질병과 싸워 이겨낼 수 있는 거죠.”

“그래요. 당신이 제게서 힘을 얻는 원천이 사랑이라서 너무 행복해요. 저는 영원 그 너머까지 당신을 사랑해요. 이 생이 끝나고 새로운 생이 찾아온다면 그때에도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나 역시 당신과 같은 마음이라서 너무 행복합니다. 당신이 있어 언제나 힘이 나요. 당신의 사랑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에너지가 모여 큰 빛이 되고 있어요. 그 빛이 많은 환자들에게도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승학은 유림의 손을 잡고 사랑의 눈빛을 보냈다.

그들은 포옹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서로의 온기와 열정을 느끼고 전했다. 두 사람의 눈빛을 타고 깊은 사랑의 물결이 서로를 오가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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