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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05. 2024

2. 파키아오와 필리피노들의 자존심

위대함은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만든 것이다. 

권투와 침술에는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만 적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운다는 점은 같다. 권투는 강한 펀치와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급소를 공략한다. 침술도 병이라고 하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동일하다.

침술을 오랫동안 갈고 닦으면 통증이나 고통, 병증을 효과적으로 공략해서 KO시킨다.  권투처럼 원펀치로 상대를 눕히듯 침술 역시 일도쾌차(한번의 침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그중에서 가장 유사한 것은 치열하게 연습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매일 아침 3시 30분에 일어나서 4시가 되면 내몸과 얼굴에 침을 놓는다. 하루 세번의 자가 침술은 하루의 루틴이다. 질병과 통증의 증세를 제압하기 위한 강력한 실전이 침술치료이다. 위대한 권투선수들은 연습벌레이듯 침술 역시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연구해야만 일도쾌쾌차의 대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필리피노 여자 환자가 왔다.

우측 엘보와 엄지손가락이 매우 아프다고 했다. 그녀는 여기에 있는 파키아오의 사진과 글로브에 사인이 있는 액자를 보며 말했다.

“파키아오를 좋아하나요?”

“권투 매니아로서 당연히 파키아오를 좋아하죠. 파키아오, 마이크 타이슨, 골로프킨이 최고죠.”

그녀는 기분좋은 듯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는 정말 위대하죠.”

필리피노들은 누군가 파키아오를 욕하면 민족적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 느낀다고 한다. 그들은 파키아오에게 자신들의 자존심을 건다. 그만큼 파키아오는 필리핀에서 혹은 나한테 있어서도 위대한 선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보와 엄지손가락 통증은 침으로 고치기가 매우 쉽다.

그녀는 족저근막염으로 고통 받던 베트남계 프랑스인의 소개로 왔다고 했다. 그의 심각한 족저근막염은 단 한번의 침치료로 완치되었다. 그는 엄지를 치켜 세우며 미라클이라고 말했다.

그녀 역시 은근히 놀라운 치료효과를 기대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엘보와 엄지손가락의 치료가 끝나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아프던 엘보와 엄지손가락이 안 아플 수가 있죠? 정말 어메이징하네요. 말로만 들었던 미라클 아큐펀쳐네요.”

그녀는 연신 놀라운 표정으로 팔꿈치와 엄지손가락을 만지며 확인을 했다.  나는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시아인으로서 8체급 석권한 파키아오의 기적이 있듯 한국 침술의 기적이 있는 겁니다. 미라클 파키아오, 미라클 아큐펀쳐”

최고의 복서 필리피노의 자존심과 한국의 기적과도 같은 침술이 횡설과 수설로 얽혀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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