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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06. 2024

3. 왜 병증과 친구로 지내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병증을 견디며 산다.

중국 고대 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의 오태인 론에 인간의 체질은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음양화평지인 다섯 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이중에 오직 음양화평지인만이 건강의 조화를 이뤄 평온한 체질이다. 

서양 의학으로 보면 자율신경계의 조율이 완전하게 되며 두뇌와 오장육부가 건강한 사람이다.  

동양의학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형, 과연 음양화평지인이 있을까? 

태양인과 태음인, 소양인과 소음인체질은 선천적 병증이 있으며 음양화평지인은 극히 드물다.

       

40대 후반의 미국여성 M이 어깨와 허리가 아프다고 왔다.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거나 의자에 앉아 있다 일어설 때 자지러질 정도로 아프다고 했다. 

실제 그녀의 어깨와 목은 경직되어 있고 허리는 비뚤어져 있었다.

그러나 원인을 찾아보면 그녀의 병증은 위장과 소장, 대장의 적취에 있었다. 

배꼽 주변을 가볍게 만져도 아프다고 신음을 토했다.

“왜 이렇게 그 주변이 아프죠?”

“어깨와 허리가 아픈 원인이 여기 위와 대장, 소장에 있습니다. 여기가 굳어 있고 복부대동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겁니다.”

나는 그녀의 배를 눌러 맥박이 뛰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여기는 누구나 이렇게 맥박이 뛰지 않나요?”

10명 중의 8명이 반문하듯 그녀 역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고 이곳이 좋아지면 어깨와 허리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원인치료와 동시에 통증치료를 했다. 

약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치료를 끝내자 그녀가 일어나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전혀 아프지 않은데요. 어메이징 합니다. 어떻게 하셨기에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 어깨와 허리가 한 번에 나을 수가 있죠?”

나는 그녀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원인이 되는 위와 대장, 소장을 치료했기 때문에 나은 겁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제가 아픈 부위는 침치료를 하지 않고 다른 부위를 치료해서 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통증이 사라졌으니, 원인치료를 하신 것이 이해가 됩니다.”

한국인 중에서도 그런 점을 이상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다. 다른 곳에 가면 아픈 부위(환측)를 치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인치료는 아픈 부위보다는 그 반대쪽 부위(건측) 치료를 한다. 

그것이 효과적인 원인치료인 것이다.     


그녀는 통증이 사라지자 위와 장에 적취가 있는 증세는 신경 써지 않았다.

병증을 알려주어도 그것을 치료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우선은 아프지 않은 어깨와 허리의 상태를 신기해하며 만족했다.

치료를 하다 보면 거의 80%의 환자들은 그녀와 마찬가지 반응을 한다. 그들도 몸에 적취가 있어 불편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통증이 없고 조금 불편한 것은 참고 견딘다. 

사실 그러한 적취의 증세는 만성화되면 암이나 심장병,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들은 당장 아프지 않으면 언젠가 낫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로 방치한다.  병증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환자들이 그러하다. 아시아인뿐 아니라 유러피언, 아메리칸, 아프리칸 등이 모두 유사하다. 그들은 병증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른다. 

나는 병증과 친구로 지내지 말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린다. 그러한 병증의 방치가 세상의 많은 중병들을 만든다. 몸은 신호를 주고 통증을 느끼게 해서 경고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치하며 큰 불편이 없는 증세는 낫기를 바라며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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