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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06. 2024

5. 사소한 음식탈과 위장의 고통

음식이 약이 되는 속도는 느리지만 독이 되는 순간은 지극히 빠르다.

음식이 독이 되는 순간은 지극히 빠르다.     

베트남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우기의 하늘은 햇볕이 짱짱했다가 순식간에 먹구름이 끼고 소나기처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런 날씨로 인해 베트남 사람들의 위장은 대부분 좋지 않다. 날씨와 위장이 무슨 관계냐고??


젊은 도시 호찌민의 평균수명은 놀랍게도 35세다. 

혹자는 전쟁통에 다 죽었을 거라고 한다. 그건 아니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의 종식은 어언 50년 전이다. 여기서 살면서 느끼는 건 전쟁이 아닌 위장의 문제로 빨리 천국으로 간 분들이 많다는 거다.

길거리 카페에 앉아 있는 수많은 군상들을 보면 노인들이 별로 없다. 

어디를 가도 거대한 오토바이군단의 젊은 전사들로만 가득하다.      


베트남의 날씨가 왜 원인일까?

적도 부근에 위치하는 베트남은 고온다습하거나 고온건조하다. 덕분에 음식탈이 잘 생긴다. 음식의 변질이 빠르게 되거나 이미 상한 음식이 많다. 그런데다 베트남 사람들은 진하고 강한 '카페 쓰어다'(아이스 밀크 커피)나 카페덴(블랙커피)을 즐겨 마신다. 또 다른 한 손에는 니코틴 가득한 담배를 들고 연신 피워댄다. 

채식중심이면서도 진하고 강한 커피 향을 즐기는 그들에겐 위 편한 세상이 열릴 수가 없다.  

베트남인들의 위장상태는 60% 이상이 병들어 있다. 위장이 나빠지면 장이 나빠지며 심장과 뇌가 급속히 약화된다. 심장병과 중풍이 그들의 주 사망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렇다.     



오늘 낮 점심에 먹은 베트남산 햄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라면에 그 햄을 끓여 먹으면서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의 구토와는 사뭇 질이 다른 구토감을 느꼈다. 사르트르의 구토는 존재의 이질감이 원인이었지만 내가 느낀 구토는 역겨움의 질감이었다.

하지만 그 햄을 버리려면 라면도 같이 버려야 해서 참고 먹었다. 썩은 짐승을 먹고도 멀쩡한 하이에나를 떠올리며 억지로 꾸역꾸역 삼켰다. 

그리고 채 5분도 안되어 위장의 고통이 느껴지고 심장에 비상 신호등이 켜졌다. 

구토를 하기에도 어중간하고 후회는 더욱더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음식이 독이 되는 순간은 너무나 빨랐다. 

나는 침을 놓으며 생각했다. 이 사소한 음식 탈이 단순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음엔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바로 숟가락을 놓아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다. 

침치료를 한 연후에야 다시 위장은 평화로움을 회복했다. 


침술은 언제나 정확하다. 

몸의 경락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면 좌표(경혈점)만 정확히 찍으면 효과는 즉각적이고 신효하게 나타난다. 


덕분에 오늘 견성오도했다. 음식이 독이 되면 스스로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경험이다. 

왜 스스로 독약을 먹어야 하는가? 

믿고 먹었던 참복요리로 졸지사하는 것을 보라. 요리사의 한치 실수가 독을 퍼뜨린 결과다.

음식이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보기를 황금 보듯이 해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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