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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14. 2024

5.  아름다움의 증명 혹은 증거

열정의 온도 5. 서양은 섹스라고 하지만 동양은 방중술이라 해요.

술집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앉은자리가 점차 마지막 테이블이 되어가고 있었다. 진성과 그녀는 이미 많이 취해있었다. 그녀는 잠시 진성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대화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어요.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인 거죠. 언어로는 증명을 할 수 없는 거죠?”

“당연히 그렇습니다. 만약 나의 언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증명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증명은 숫자 혹은 증거가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증인이 참석하여 증언을 하면 그것이 증명이 될 수도 있죠.”

“그렇다면 말이에요. 섹스가 아름답다는 증명이나 증거가 있어요?”     


진성은 술을 한잔 틀어넣으며 말했다.

서양은 섹스지만 동양에서는 방중술이라고 해요. 그 차이는 단순한 육체의 나눔이라는 행위와 예술과도 같은 방중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있죠. 방중술은 방에서 발휘하는 기술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그 기술에 따라 몸의 반응과 감각, 쾌적, 쾌감, 쾌락, 희열, 환희, 환락, 환상까지를 묘사해요. 극히 아름다운 하모니가 만들어지고 예술의 경지에 까지 오른다고 하죠. 심지어 티베트에서는 탄트라라는 깨달음과 연결되어 있어요.”

“그것이 아름답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건가요?”

“미술, 무술, 기술, 등 모든 술은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예술이 아름답듯이 방중술 역시 아름답게 펼쳐질 수 있다는 거죠. 방중술의 뜻은 방 한 가운데서 하는 기술, 예술, 무술, 의술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심지어 건강이나 성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낱낱이 기록되어 있어요. 단순 짝짓기를 넘어선 방중술의 경지가 너무나 멋지지 않나요?”

“멋지세요. 짝짓기를 넘어서 예술이나 무술, 의술까지 영역이 확장되네요.”

“한의학으로 보면 방중술은 아름답다는 증명이나 증거가 확실하게 있어요. 단지 종교나 관습이 섹스를 억압하기 때문에 진실의 담론은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녀는 시선을 허공에 꽂으며 뭔지 모를 생각의 갈피를 찾고 있었다.       


진성은 밖으로 나와 담배 한 개 피를 피워 물었다.

연기를 잔뜩 빨아 뿜어내며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과 거리의 불빛들이 엉켜 붙어 있었다. 취기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다시 테이블에 갔을 때, 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진성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담배를 피우며 무슨 생각을 했어요? 저는 오늘 대화의 주제가 참 특별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전혀 민망하지 않고 섹스를 안주로 삼았다는 것이 좀 그렇죠. 선생님은 왜 아름다운 섹스까지 잘 아시면서 40대 중반이 지났는데도 독신이죠?”

“그건 솔메이트를 아직 못났기 때문이죠. 멀지 않아 그녀가 지구 건너편에 있다고 해도 저를 찾아올 것을 알아요. 어느날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하며 나타날 겁니다. 지금도 기다리는 중이죠.

그녀는 오래된 술버릇처럼 여전히 뭔가 골똘하게 생각에 젖어 있는 것 같았다. 


진성은 그녀의 주량을 못 이기고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정신줄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알코올은 혈관을 맹렬하게 돌았다. 뇌에 적신호가 켜지고 한계치에 다 달았다. 진성이 마지막 힘을 모아 통보 하듯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취기가 너무 심하게 올라옵니다.”

그녀 역시 취기가 심한 상태였다. 마지못해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더 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덧붙여 말했다.

"자리를 옮겨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때요? 이대로 헤어지긴 너무 진한 여운이 남아 있어요."

그녀는 진성을 붙잡으려는 듯했다. 

숨겨진 그녀의 욕구가 스멀스멀 진성의 심장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눈빛이 반쯤 젖어 있는 그녀의 표정이 진성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진성은 차가운 냉정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진성은 고개를 낮게 까닥하고는 빠르게 입구를 향해 탈출을 감행했다. 

술값은 이미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 끝냈기 때문에 빠른 발걸음으로 심리적 국경선을 넘어만 가면 되었다. 

마치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진성이 나가는 것을 그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듯 바라보았다.  

그녀는 추격의 의지를 잃고 처음처럼을 빈잔에 넘치도록 가득 부었다. 마침내 술이 넘치는 것을 그녀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입에 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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