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온도 9. 꿈을 향해 모든 것을 던지는 것은 쉽지 않죠.
그녀는 공원 근처의 큰 잎사귀의 열대나무 잎처럼 파릇파릇했다.
사슴처럼 깡충 거리 듯 빠른 걸음으로 가게를 갔다. 진성은 그녀가 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가슴속에는 뭔지 모를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다시 그녀가 가게 문을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빠르게 오느라 숨을 헐떡였다. 진성은 그녀가 다가오는 것이 언뜻 그리운 사람이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봉지에 든 것을 꺼내며 말했다.
“캐러멜 마키아토를 스트로로 빨아먹는 걸 좋아하시죠?”
“어떻게 그것을 알았어요?”
“그럴 것 같다는 직관력이죠.”
진성은 다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이젠 직관력까지 발휘하시다니, 대답합니다.”
“사실은 언젠가 선생님이 캐러멜 마키아토를 스트로로 빨아먹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신중하면서도 달콤하게 빨아먹는 모습이 뇌리에 박혔나 봐요. 그런 것도 직관에 속하죠.”
진성은 그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몸이 부딪치는 순간에 짜릿함을 느꼈다.
아주 잠시 전극의 N극과 S극이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서로 N극과 N극이 되어 떨어지기도 했다. 공원 근처는 철 지난 철쭉이 진한 선홍빛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진성은 공원의 한 구석에 있는 벤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앉아서 마셔요.”
진성이 캐러멜 마키아토를 들고 가는 사이에 그녀는 연신 콜라를 마셨다. 조금은 콜라를 흘릴까 봐 불안 불안했다. 그녀는 아기사슴이 옹달샘을 조금씩 마시듯 그렇게 콜라를 홀짝 거리며 대답했다.
“그래요. 여기 앉아서 먹어요.”
그녀는 앉아서 다시 콜라를 마시며 말했다.
“혹시 달과 6펜스를 읽어보셨어요?”
“그래요.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소설이죠. 그 소설을 좋아하시나 봐요.”
“정말 최고죠. 이제 드디어 통찰력이 돋보이는 순간이 왔네요. 선생님도 좋아할 것 같았거든요.”
그녀는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흡족한 듯 웃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 같기도 하고 앙증맞은 미소 같기도 했다. 그녀는 긴 웃음보다는 짧게 자주 미소를 짓거나 진성을 보며 찡끗했다.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스트릭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진성을 보며 물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모든 것을 버리고 아이티 섬으로 가는 거의 열정을 느끼며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어요. 그는 그림을 그려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 배기겠다고 했죠. 꿈을 향해 모든 것을 던지는 것은 쉽지 않죠.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한 그 열정과 도전이 가슴 뭉클한 거죠.”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아주 멋지게 보이네요. 나는 스트릭랜드의 예술혼과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혼도 있다고 봅니다. 어느 한곳에 몰입해서 미치는 것은 모두 혼을 쏟는 행위죠."
"사랑혼이라고 하니, 뭔가 굉장한 느낌이 있어요. 멋진 생각이에요."
그들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진성은 누군가와 서로 의견일치를 이루며 웃는 일이 특별하게 여겨졌다. 의견일치는 일종의 동류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는 것 같았다.